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39일차(11월 18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7. 2. 20:10

편안하고 깨끗한 숙소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준 유스호스텔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배웅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날이 흐리다.


아침에 바라보는 세토내해의 흐린 바다가


 오늘은 세토내해를 조금은 쾌적하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보고싶은 생각이 들어 이요호조역에서 기차를 탓다. 세토내해 넘어 혼슈를 보면서 역시 태평양을 바라보던 것과는 다르게 거칠지가 않다. 큰 섬과 섬사이의 잔잔한 내해, 수평선이 보이고 거칠던 태평양 바다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 그렇게 몇구간 기차를 타고 세토내해를 바라보다가 아사나미역에서 기차를 내려 다시 순례코스를 걷는다. 계속 세토내해를 끼고 이어지는 해안길. 바닷바람으로 좀 습습하지만 바다와 바다건너의 산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좋아 보인다. 그리고 역시 몸이 편안해야 주변도 눈에 잘 들어오는가 보다. 걷기 시작하며, 몸이 힘들어 지니 주변이 눈에 잘 들어오지를 않는다.


바다길을 한참을 걷다보니 대형 석유플랜트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공장이 끝나고 언덕을 오르는 옆에 귀신나오기로 유명한 아오키지죠인것 같은 작은 절이 보인다. 휴게실도 깨끗해 보이고 한데 선입견인지 좀 스산하고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아오키 지죠


오늘 날짜를 보니 돌아가는 비행기 표가 12월 18일 이라는 사실에 이제 한달 밖에 안남았구나 하는 생각과 한달의 여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같이 들었다. 


오전에 오니시역 근처의 우체국에서 돈을 찾으려는데 출금이 되질 않는다. 직원에게 물어봐도 모르겠다는 대답뿐이다. 겁이 덜컥나서 오니시에서 이미바리 까지 기차를 타고 시내 우체국에 오니 아무 이상없이 인출이 된다. 결국 55번에서 54번으로 거꾸로 그다음에 56번의 순서가 되어 버렸다.



제55번 난코보 표지판


제55번 난코보 산문


제55번 난코보 대사당


제55번 난코보 경내


제55번 난코보 본당


참배를 마치고 납경소에 납경을 하러 가서 54번 가는길을 여쭈어 보니 납경소 직원분께서 한국인이냐고 물어 보시더니 희야시스님의 스티커를 붙여 놓으신곳을 가르킨다. 역시 시코쿠에선 유명인사 이시다. 그리고 바나나와 과자를 내어주시고, 54번 엔메지니 가는길을 친절하게 영어로 알려 주시기까지 한다. 


길을 걷다 보니 역순례코스가 되어 버려 많은 순례객들이 역순례인가를 물어보기에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그냥 인사를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친다. 지도와 약도를 보니 아주큰 공원묘지를 지나게 되어 있는데 나타나질 않는다. 그냥 큰길을 따라 걷다 보니 다른길로 걷고 있기에 지도를 보고 그대로 걸어 제54번 엔메이지에 도착을 하고 보니 절의 뒤쪽으로 들어가서 경내로 먼저 들어가게 된다. 제대로 순례를 했더라면 산문으로 들어가서 나왔을 코스인데 거꾸로 오니 이렇게 되는가 보다.


제54번 엔메이지 산문


제54번 엔메이지 경내


제54번 엔메이지 대사당


제54번 엔메이지 본당


참배를 마치고 납경소 앞에 보니 차를 마실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고 계신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차한잔이 감사 하다. 도심에서 좀 벗어나 있는 작고 고즈넉한 절, 마치 산속에 들어 앉아 있는 오래된 작은 절의 느낌이 포근하게 차향과 함께 다가왔다.


이제 56번 타이산지로 향해야 한다. 절이름에 산이 들어가 있다. 얼마나 언덕을 올라가야 할지 지레 겁이 난다. 이제 슬슬 점심시간도 되어 가고 가는길에 큰 슈퍼도 있고, 오늘저녁은 쇼진요리로 유명한 센유지 슈쿠보도 예약을 해 놓았고 하니 근심이 없이 그저 즐겁게 걷게 된다. 거기다가 아침부터 흐린날씨는 점점 맑아져서 점심무렵에는 화창한 가을날씨이다. 제발 비예보만 맞지 않는다면 오늘은 참 행복한 하루가 될것이다.


큰길을 따라 걷다가 벗어나서 동네길로 접어 드니 길가에 56번 타이산지가 위치해 있다. 뜻밖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구름이 끼면서 날씨가 심상치가 않다.


타이산지 가는길의 마을


제56번 타이산지 경내


제 56번 타이산지 대사당


제56번 타이산지 본당


납경을 마치고 나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역시 일본의 일기예보는 정확하다. 부랴부랴 판초를 꺼내고 스패치를 입는다. 하루라도 비가안오면 서운할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렇게 길을 나서 조금 걷다 보니 다시 비가 그친다. 판초를 벗고 길을 걷는데 갑자기 비구름이 몰려 오더니 심상치가 않다. 헨로코야가 보이기에 그리고 들어가니 소나기가 집중호우 처럼 쏟아 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하늘이 맑아진다. 


도로에서 헨로길이 갑자기 오솔길로 꺽어져 약간의 언덕을 오르니 제 57번 에이후쿠지가 나타난다. 꾸미지 않은 소박함이 살아 있는 작은 절이다. 그리고 그 작은 절 옆에는 새로지은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다.


제57번 에이후쿠지 경내


제 57번 에이후쿠지 본당


제57번 에이후쿠지 경내에서 바라본 본당


제57번 에이후쿠지 대사당


납경을 마치고 나니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슨 날씨기 이리도 오락가락 하는지 모르겠다. 판초를 입고 오늘의 마지막인 센류지를 향하다 보니 납경소 앞에 물건을 하나 두고 와서 급하게 다시 돌아가서 물건을 챙겨서 센류지를 향한다. 길에서 바라보니 산꼭대기에 건물이 하나 보인다. 설마 저곳이 센류지 일까 했더니 오르고 보니 그곳이 센류지 였다. 역시 슬픈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센류지 가는길에 있는 저수지(보수공사를 하는지 물을 모두 빼놓았다.)


센류지 가는길의 저수지 모습(물이 없어 아쉽다)


센류지 오르는 중턱에서 바라본 이마바리시


센류지를 오르는 산길에서 멀리 이마바리시와 세토내해가 보인다. 그리고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맑고 화창한 가을 하늘이다.

그렇게 한참을 산길을 오르니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센류지 산문이 보인다.


제58번 센류지 산문


산문을 보고 다 왔다고 생각을 했지만 산문을 지나고 나니 어마어마하게 급한 경사의 계단이 버티고 있다. 헉헉대며 20여분을 그렇게 계단을 올라 센류지에 도착을 하였다.


제58번 센류지 경내


제58번 센류지 대사당


제58번 센류지 본당


센류지에서 바라본 이마바리시와 세토내해 그리고 멀리 혼슈의 불빛도 보인다.


센류지의 유명한 쇼진(정진)요리


이마바리시의 야경


센류지에 도착을 하고 나니 시간은 5시가 넘어가서 날은 이미 캄캄하다. 참배를 하고 납경을 받고, 예약해 놓은 슈쿠보로 들었다. 온천과 정진요리가 유명한 절이다. 방을 배정받고 보니 방이름이 세심(洗心)이다. 오늘 걸으며 반성할 일이 많았는데 어떻게 이런방을 배정받게 되었는지 신기하다.  역시 마음을 먼저 깨끗하게 씻어 내고 무엇을 해도 해야 하는 모양이다. 센류지는 츠야도도 있고, 츠야도에 묵는 순례객들에게도 온천의 사용을 허락해 주는것 같긴 한데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온천에서 따뜻하게 몸을 풀고, 식당으로 가니 정갈한 음식이 차려져 있다. 사찰음식이라 확실히 일반 요리와 양념을 사용하는것 들이 다른것 같다. 절에서 운영하는 슈쿠보에 정식으로 묵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센류지의 안주인 되시는 분이 식사시간에 묶는 순례객들을 한사람 한사람 소개를 한다. 외국인은 나 혼자 였다. 그리고 몇일전 구모모에서 만났던 헨로상을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이어질지 알수 없는 것임을 느낀다. 


오늘로 4일을 연속해서 숙소에서 묶었다. 도고온천에서 이틀 호조스이군 유스호스텔 에서 하루, 그리고 오늘은 센류지의 슈쿠보 이다. 역시 돈이 좋고 편하긴 하지만 부담이 된다. 내일 부터는 비예보는 없으니 다행이다. 자려고 준비를 하는데 밖에는 또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한밤에 소나기 한줄기가 지나간다. 비가 그치고 창문을 열고 바라보니 이마바리 시내의 야경과 멀리 세토내해를 건너 혼슈의 불빛이 보인다. 비가 그친 하늘엔 달빛이 밝다. 보름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