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새 불던 바람과 비가 아침이 되어도 계속 내린다. 새벽녘에 잠이 깻다가 다시 잠들어 알람에 깨고 비내리는 소리와 추운 날씨 그리고 아직은 캄캄하여 참낭속에서 밍기적 거리다가 늦잠을 잦다. 날이 좀 밝아와서 밖으로 나오니 춥다. 동네분이 나오시더니 한마디 건네시면서 여기에 비가 내렸으니 산위에는 눈이 왔을 거라며 걱정을 해주신다. 비가 내리는 속에서 대충 아침을 끓여먹고 짐을 챙기고 어짜피 움직여야 할길 이기에 서둘러 길을 나섰다. 비가 내리고 날이 추워져도 판초를 입고 빗길을 걸을때는 여지없이 땀이 제대로 배출이 되질 않아서 덥고 힘들다. 헨로고로가시라 불릴만한 경사에다가 비가 오니 길도 미끄럽고 특히나 돌이 많아 걸을때 무척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헉헉거리며 세시간 정도를 오르니 요코미네지의 산문이 보이며, 눈이 쌓인 모습이 보인다. 순례길을 출발할때는 더위에 허덕이는 여름이 끝자락 이었는데 이제는 겨울이다.
제60번 요코미네지 산문
제61번 요코미네지 경내
요코미네지에 도착을 하니 입구 왼쪽에 근사한 휴게소가 보인다. 냉큼 들어가서 배낭을 내려놓고 우의를 벗으니 갑자기 한기가 몰려온다. 휴게소에 난로라도 하나 있으면 좋을텐데 화재위험 때문에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이 든다.
요코미네지 건물 지붕에 눈쌓이 모습
건물들의 지붕에는 내린눈이 쌓여 있다. 나에엔 첫눈이다.
제61번 요코미네지 본당
제61번 요코미네지 대사당
제61번 요코미네지 종루
참배를 마치고 납경을 하러 들어가니 난로의 온기가 따뜻하게 감싸준다. 스님께서 따끈한 차를 한잔 내어주신다. 한모금을 조심스레 마시니 온몸으로 온기가 퍼지며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다음절까지 시간을 물어 재어 보니 오늘 충분히 다카하시 젠콘야도까지 가능 할것 같다. 차를들고 휴게소로 와서 간식거리를 챙겨 먹으며 쉬고 있는데 어제 만났던 순례자분들이 올라오신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다시 짐을챙겨 다음절로 출발을 하였다.
요코미네지 하산길에 도라이들이 길에 주욱 늘어서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길을 걷는데 어제밤에 무엇에 물렸는지 여기저기가 무척 가렵다. 하산길에도 얼굴에 또 물렸다. 온몸이 벌레 물린자국이다. 안티프라민을 계속 발라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이 추운 날씨에 무슨 벌레들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마도 겨울을 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인듯 하다. 거기에 내 피를 보시한 셈인가?
산을 내려가는길도 급경사라 시간이 예상밖으로 많이 걸린다. 거기에 비까지 계속 오락가락 하니 판초를 입고 벗고의 연속이다.
그렇게 산길을 내려오며 제법 큰 신사를 하나 지나고 나타나는 절이 61번절인 코온지가 아주 현대식 건물로 세워져 있다. 사진에서 보긴 했지만 그래도 좀 당황스럽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본당을 누구나 들어가서 참배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는 것이다. 본당엘 들어가니 큰 불상과 함께 고정식 의자까지 설치된 최신시설의 절 이었다.
제61번 코온지 본당
제61번 코온지 자안대사
납경을 하는데 어영찰를 한장 더 주신다. 자녀들을 위한 어영찰이다. 밖으로 나와 둘러보니 자안대사상이 보이기에 향을 올리고 기도를 하였다. 집생각을 하니 갑자기 훌컥하게 올라온다.
30분정도를 동네길을 걸으니 큰길과 만나면서 62번절인 호주지가 길가에 보인다. 큰길가의 작고 아담한 절이다.
제62번호쥬지 경내
제62번 호쥬지 본당
제62번 호쥬지 대사당
참배를 마치고 시간을 보니 예상보다 훨씬 시간이 많이 흘렀다. 생각해 보니 참배하고 납경하고 힘들때 쉬는 시간은 생각도 안하고 오늘의 일정을 계획했던 착오가 있다. 급한 마음에 바로 근처에 있는 기치죠지로 향한다.
제63번 지치죠지 산문
산문에 도착을 하니 벌써 햇볕은 석양빛을 띄워간다. 날이 저물어 가니 마음이 급해진다.
제63번 지치죠지 본당
제63번 지치죠지 대사당
제63번 지치죠지 경내모습
납경을 마치고 쉴사이도 없이 마에가미지를 향해서 길을 채족한다. 마음이 급하니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다. 마에가미지에 도착을 하니 4시 40분이 넘어간다.
제64번 마에가미지 입구
제64번 마에가미지 본당(회랑의 모습이 장엄하다)
제64번 마에가미지 바위에 동전을 붙인모습
납경을 마치고 나니 5시 이다. 해는 기울어져가고 납경소에 물어보니 오늘 가야할 하구유안 까지는 12키로가 넘게 남아있다. 헉 소리가 난다. 일단 전화를 한통 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흔쾌히 전화를 해 주신다. 그리고 약도를 그려가며 친절히 위치를 알려주신다. 밤에 국도를 따라 걷는것이 부담스러워 기차를 탓다. 두정거장 기차를 타고 1시간 가량 걸어서 겨우 도착을 하고 보니 7시30분이다. 이미 날은 캄캄하다. 힘든 하루다. 여름같으면 별 문제가 아닌 시간이지만 겨울이라 역시 부담스럽다. 일기예보에는 맑고 구름으로 나오는데 비는 4일째 계속 내리고 힘들고 춥다. 하구유안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젠콘야도 안을 둘러보니 온천 안내지도가 붙어 있다. 더불어 국도로 변에 도시락을 오셋타이 해주시는 호까호까 도시락집 약도도 있다. 호까호까도시락에 들러서 순례자라고 하니 아주 흔쾌히 따뜻한 도시락을 만들어서 건네 주신다. 오셋타이 받는것이 미안해서 하나 더 구입하려고 하니 극구 말리신다. 따뜻하다. 온천을 가는데 30분을 걸어가는 거리가 멀다. 가는길에 도시락 식는것이 싫어서 길에서 슈퍼의 벤치에 앉아서 먹는데 날도 춥고 어둡고 마음이 급하니 먹는것도 급하게 먹는다. 이 따뜻하고 정성이 있는 도시락을 사료처럼 급하게 먹으니 소화도 잘 안된다. 온천을 찾아서 이틀만에 목욕을 하고 나오니 9시가 훌쩍넘고 젠콘야도로 돌아오니 10시 가까이 된다. 차고라 온기가 없다. 그래도 바람은 막아주고 전등도 있고 전기가 있고 더불어 전기히터도 있다. 일기쓰고 정리를 하고 나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11월도 하순에 접어들고 있다. 내 앞날이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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