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를 시작하면서 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시작한것이 이젠 습관이 되는지 편안하고 따뜻한 숙소에서도 6시이전에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날이 밝았을만한 시간인데 창밖을 보니 아직도 어둡다.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가 시간까지 무척 정확하게 맞아 들어간다.
오늘은 다이류지를 거쳐서 뵤도지를 참배후 뵤도지 앞에 있는 기꾸야 젠콘야도 까지 갈 예정이다. 아오이 주인아주머니께서 지도에 기꾸야 위치를 친절하게 표시까지 해주시며 안내를 해주신다. 다이류지까지의 길은 어제 가쿠린지 오르는길에 보았던 산의 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이라 걷는 거리를 좀 짧게 잡았는다. 거리를 짧게는 잡았지만 산길에 비까지 내리니 우선 걱정부터 된다. 몇일전 태풍속에서 하루를 걷던 생각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 판초를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그저 빨리 걷는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20Kg 가까운 배낭을 종일 내려놓지도 못하고 걸어야 하는 일정이 염려된다. 어쩌면 충분한 일정이라고 60일을 잡아 놓은것이 모자라 중간에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야 할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해보는데 까지 해보자 싶다.
식당엘 내려가니 아침식사가 정갈하다. 따뜻한 쌀밥에 꽁치 한마리, 미소시루 단촐하지만 정성이 느껴진다. 그렇게 아침식사를 마치니 비가 잠시 그치는 것 같이 소강상태를 보인다. 민박집 주인아저씨가 헨로길까지 태워다 주신다. 차에서 내리니 다시 빗줄기가 시작된다. 판초를 입는것을 도움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길을 걷는다.
다리를 건너면서 강을 바라보니 물색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옥색으로 보인다. 아름답다. 다리를 건너 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비가 내리고 판초를 입고 있으니 사진찍을 엄두를 못낸다. 언제쯤 비가 익숙해 질 지 모르겠다. 산길로 접어드니 빽빽한 나무속에 비가 내려도 나무들이 한번 걸러주니 빚줄기가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산길을 오르니 다이류지가 보인다. 납경소앞 처마에 배낭을 내리고 판초를 벗으니 시원함을 느낀다.
다이류지에 도착을 하여 참배를 하고 납경을 마치고 나니 비가 그친다. 그틈에 다이류지 사진을 몇장 찍을수 있었다.
제21번 다이류지 경내
제21번 다이류지 경내
제21번 다이류지 경내
사진을 찍고 나니 다시 빗방울이 굵어진다. 태풍지나간지 몇일이나 되었다고 일기가 이런지 모르겠다. 한국같으면 영향이 거의 없을 시기 인데 확실히 남쪽이라 태풍이 가을늦게 까지 영향을 주는것 같다. 다시 도움을 받아 판초를 입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을 했다. 오르막 보다 하산길이 확실히 힘들다. 빚길이라 미끄럽기도 하고 한참을 산길을 내려오는데 날씨가 좋을때 같으면 물가에 배낭내려놓고 망중한을 즐겨도 좋으련만 비가 오니 잠시 다리를 쉴곳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다. 산길을 다 내려오니 숙소가 몇이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 고개를 하나 더 넘어 미치노에키가 하나 있다. 아오이 민박 부터 계속 산길이라 무엇하나 먹을것을 구할 수가 없던차에 미치노에키는 오아시스 였다. 미치노에키에 도착을 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식당엘 들어가서 늦은점심을 먹고 간식거리와 저녁거리로 오니기리를 준비하여 뵤도지로 향하였다. 다행이 비가 그치고 그나마 산길에 판초속에서 느끼는 더위는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이 느껴진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 한시간여를 걸어가니 뵤도지의 산문이 보인다. 마을 초입의 길가에 있는 사찰이다.
제22번 뵤도지 경내
제22번 뵤도지 본당
본당에서 내려는 계단에 일엔짜리 동전이 무척 많이 놓여 있었다.
뵤도지에 참배를 마치고나니 시간이 4시를 훌쩍 넘어간다. 납경소 앞에 벤취에서 쉬고있는데 자전거 순례자도 오고, 아루키 순례자도 보인다. 오늘 기꾸야에 나 말고도 다른사람이 있겠구나 싶으며, 여러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겠구나 기대를 하게 되었다.
날이 잔뜩흐리니 어둠이 빨리 찾아 오는것 같다. 다시 빚방울이 떨어지기에 부지런히 짐을챙겨 기꾸야 젠콘야도를 찾아 나선다. 뵤도지 앞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마을로 가면서 길에서 물어보니 금방이었다. 문을 열어보니 제법 깨끗한 다다미방에 침구류와 더불어 TV까지 있는 것이 아닌가? 젠콘야도에 배낭을 내려놓고 동네분들에게 물어 기꾸야 철물점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나니 들은대로 아주 간단하게 철물을 10개단위로 묶는 일을 시키신다. 쭈그려 앉아서 열심히 열심히 하였다. 묶는 사람의 자존심을 배려해 주시는 방법에 감사하며 일을 마치고 나이 라면 하나를 오셋타이라며 주신다. 거기에 또 판매도 하시기에 내일 아침에 먹을 라면 하나를 더 구입하였다. 젠콘야도로 돌아와 간단히 씻고 라면과 오니기리로 저녁을 해결하고 나니 밖은 캄캄하다. 다른사람이 더 올것이라 기대를 했지만 오는 사람은 없다. 내일 일기예보가 걱정이 되어 TV를 켜니 내일도 여지없이 비예보가 나온다. 오늘도 비에 신발이 모두 젖어 버렸는데 내일까지 비가 온다니 너무 지친다.
허리통증이 계속되어 근육이완제와 진통제를 함께 먹고, 준비해간 포켓난로를 핫백대신에 사용해 보기로 했다. 역시 누워서 허리에 뜨거운 찜질이 되니 한결 편해진다. 효과가 있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어깨와 허리 때문에 순례를 잘 마칠수 있기를 기도한다.
순례를 하면서 좋은 버릇 하나가 일단 해가지면 밥먹고, 책좀 보다가 하루를 정리하고 나면 특별히 할일이 없고, 피곤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날이 일찍이 참이 들었다. 어제의 아오이 민박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방이 어디인가 싶다.
이러한 젠콘야도를 만들어 운영해 주시는분께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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