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꾸야 젠콘야도에서 편안히 하루를 보내고 출발 준비를 한다.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오로지 감사한 마음만을 남겨두고 떠날 준비를 한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제법 많이 내린다. 아침을 먹고 정리하고 떠날준비를 하니 다행이 비가 잦아 든다.오전부터 비예보인데 비가 안올때 좀 부지런히 걷기로 한다.
동네길로 접어드니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풍경이다. 무인판매대가 많이 보이는데 판매하는 것은 없다. 과일 이라도 좀 있으면 구입하겠는데 아쉽다. 한시간여를 걷다 보니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주변에 창고의 처마아래로 일단 비를 피하고 주저 앉았다. 비를 맞으며 걷기는 싫고, 꾀가 난다. 주저 앉은김에 옆에 보이는 자판기에 가서 따뜻한 커피를 뽑아와서 배낭에 넣어 가지고간 책을 펼쳐 들었다. 힘들때 내가 이길을 떠날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다. 다시 첫장을 펴들고 읽기 시작을 했다. 빗소리를 들으며, 함께 하는 캔커피 하나가 감상에 젖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편안한 전망좋은 숙소였다면 더욱 금상첨화 였겠지만, 그래도 이만한 여유와 휴식을 주는 처마 아래가 고맙다.
창고 처마아래에서 비를 피하며 바라본 하늘(비가 제법내리는데 사진엔 안보인다. 비닐봉지는 식량)
하루거리를 가지고 이틀을 늘어지는게 좀 답답하긴 하지만 머 그래도 아주 오랫만에 느껴보는 망중한의 여유를 누려본다. 챙겨논 오니기리와 간식도 먹어가며, 음악도 들어가며... 이런 여유를 가져본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도통 없다. 그렇게 오전내내 주저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오후가 되니 비가 좀 잦아 든다. 침을 챙겨 줄발을 하였다. 하지만 다시 비는 쏟아지고 어찌어찌 판초를 입고 비를 다시 흠뻑 맞으며 걸었다. 신발엔 물이차고, 판초안으로는 습기가 빠지질 못해 후덥지근함을 느낀다. 차라리 이걸거면 아침부터 비맞고 계속 부지런히 걸을껄 하는 후회가 들지만, 그래도 오전에 즐긴 시간에 감사를 하기로 하였다.
작은 고개를 하나 넘는데 계속 비는 줄기차게도 쏟아진다. 이미 신발에 물도 자박거리니 모든것을 포기하고 이 상황을 즐기기로 한다. 그래도 빚길은 너무 힘이 들고 빚속에 숙소도 예약을 하지 않고, 텐트칠곳을 찾기도 쉽지 않아 산길로 이어지는 순례길은 포기하고, 유키역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유키역에서 기차를 타고 히와사역까지 가서 하기모리젠콘야도나 미치노에키에서 노숙을 하던 해야할것 같다. 유키역까지도 오랜시간을 걷는다.
유키역까지 가는길에 헨로미찌 이정표가 인형으로 세워져 있다.(비는 무척 많이 내리고)
비오는날 도로가를 걷는길이 위험하긴 해도 차가 별도 없고, 걷는사람이 보이면 멀찍이 돌아간다. 제법 안전하게 걸을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유키역에 도착할 무렵에 제법 비도 그쳐간다. 이대로 걸으면 하기모리 젠콘야도 까지는 갈 수 있을것 같긴하지만 비오는속에 젖은 신발과 피로 그리고 식사문제로 기차를 타고 히와사역으로 향하였다.
걸으면 몇시간이 걸릴거리를 기차를 타고 둘러보니 빗길에 지친 순례자 몇분도 보인다.
빠르게 지나쳐 가는 풍경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창밖으로 바다가의 풍경도 스쳐지나가고 터널의 어둠속도 지나간다. 걷는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빠른속도에 잠시 당황스럽다. 불과 20여분만에 히와사 역에 도착을 한다. 걸었으면 제법 걸렸을 시간이 불과 20여분..
빠름과 편리함이 좋긴 하다. 그러면서도 그사이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놓치는 많은 것들. 과연 어느것이 옳은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히와사 역에 도착을 하여 야쿠오지를 찾아 간다. 날이 흐리니 벌써부터 어둠이 깔린다.
미치노에끼 히와사 앞에서 바라본 야쿠오지 방향
제23번 야쿠오지 경내
제23번 야쿠오지 경내
제23번 야쿠오지에서 바라본 히와사의 풍경과 가파른 계단
참배를 마치고 내려오다 보니 절에서 운영하는 온천이 있다. 잠자기 전에 따뜻한 물에 온천을 해야겠다. 온몸이 비와 땀에 젖어있고, 날까지 흐리니 날이 차갑게 느껴진다. 일단은 다리를 좀 쉬려고 미치노에키를 찾아 간다. 히와사 역에 가니 족욕을 무료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게 웬떡이냐 싶어 배낭을 내려놓고 젖은신발과 양말을 벗고 따뜻한 물속에 발을 담그니 포근함이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다. 무료로 와이파이도 된다. 행복하다. 한참을 발을 담그고 있는데 아오이 민박에서 만났던 부부가 족욕탕으로 온다. 이런 인연이 있을까 싶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그 부부는 이곳에서 돌아간다고 인사를 나누었다.
족욕을 마치고 안내센터에 텐트를 쳐도 되는지 물어 보니 텐트는 안되고, 노숙은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바람도 제법불고 해서 하시모토 젠콘야도를 찾아갈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몸은 이미 족욕으로 풀려버려 더이상을 걷는것이 몸이 거부를 한다.
그냥 이곳의 벤취에서 노숙을 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밥하는것도 포기하고, 온천하고 편의점에서 밥먹고, 적당한 벤치를 찾아서 누워버렸다. 순례를 하면서 일본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라면과 오니기리와 도시락은 종류별로 다 먹어 보는것 같다. 이젠 어느것이 입에 맞는지 골라먹을 정도가 되어 버렷으니 말이다. 더불어 곳곳에 있는 동네의 온천을 같이 이용할 수 있으니 이것도 순례의 묘미인가 싶다.
이것으로 도쿠시마현의 절은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조금만 더 걸으면 도쿠시마도 벗어나서 남태평양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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