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25일차(11월 4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5. 26. 19:38

아침일찍 일어나서 대사당을 정리하고 시만토 대교앞의 편의점에서 씻고 아침먹고 점심거리를 구입하여 벤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젊은분이 핫초코를 오셋타이로 건네주시며 무사히 순례를 마치기를 기원해 주시더니 훌쩍 떠나신다. 시코쿠를 걸으면서 매일매일이 감사함의 연속이다. 이길에서 수행의 길에서 감사함을 배우는 것이 제일 큰 수행일까 싶기도 하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쳣던 것들이, 작은 배려하나에도 힘들고 지친 내게는 큰 관심과 도움이 된다.


시만토대교를 건너면서 바라본 하늘이 쾌청하다 어제는 그렇게 비가 오더니 오늘은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다. 다리를 건너 두시간쯤 언덕을 오르다보니 터널이 하나 나오고 제법 긴 터널을 지나고 약간의 내리막을 내려오니 스이샤가 보인다. 그리고 모레 걸어가야할 신넨안으로 넘어가는 갈림길이다. 시원한 나무그늘도 보이고 해서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엘 가는데 화장실 바로 앞이 휴게소 이다. 노숙하기 참 좋은 휴게소로 보인다. 이곳에서 쉬자니 부부순례객이 오셔 인사를 나누고 내일 묵을 민박에 예약전화를 부탁 드리니 감사하게 예약전화를 해 주신다. 


쉴만큼 쉬고 한시간쯤 걷자니 길가에 타코야키집이 보인다. 10시가 좀 넘은 시간이라 배도 고프고 집도 나름 예쁘고 하여 들어가서 타코야키를 청하니 주인아주머니께서 타코야키를 바로 구워 내어 주신다. 따끈한 타코야끼 하나를 입에 넣어 맛을 보니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길을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다시 들러 보고 싶은 집이다.



길가에 타코야끼 집


점심무렵쯤 되어 다시 남태평양 바다가 보이기 시작을 한다. 모처럼 쾌청한 날씨에 시원한 바다를 바라본다.



아시즈리곶으로 향하는 길의 바다


아시즈리 미사키를 향하는 길의 바다(맑은 하늘이 기분좋다)


항상 점심무렵인것을 알게되는 것은 12시에 울리는 싸이렌 소리이거나 차임벨 소리이다. 주변에 동네가 있으면 아침, 점심, 저녁, 밤에 꼭 울리는 시보알람. 바닷길을 계속 걷다 보니 그런 소리조차 들리질 않는다. 배가고파 시계를 보니 12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다. 어찌 그리 신체의 알람은 정확하게 오는지. 나무그늘아래서 도시락을 먹으며 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본다. 날씨도 전과 다르게 햇볕은 따갑기는 하지만 뜨겁지는 않다. 그늘에서 쉬고 있으면 쉬이 땀이 식고, 바람이 세게 불면 약간 서늘하게 느끼기 까지 한다.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날씨 이다. 어제 비가 내리고나니 오늘은 맑게 개인 푸른 하늘과 바다의 물색이 잘 어우러 진다.


점심을 먹고 조금더 걸으니 오키노하마 해변이 보인다. 어마어마한 길이의 백사장이 펼쳐진 해안이다. 도로를 따라 가는길과 해변의 모래사장을 걸어가는 길이 있으며, 순례루트는 해변의 모래사장으로 표시되어 있는 구간이다.



길위에서 바라본 오키노하마 해변


해변으로 접근하는길에 나무다리


해변을 조금 걷고나서 뒤돌아본 해변


해수욕장의 풍광이 아름답다. 넓은 백사장에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다. 바닷물이 추울것 같은데도 즐겁게 즐기는 모습들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언덕을 내려가 백사장을 걸으려니 모래가 무척 곱다. 덕분에 발이 푹푹 빠진다. 예전에 두바이 사막투어할때 사막의 아주 곱고 부드러운 모래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의 해변 모래보다는 무척더 곱다. 그런곳을 걸으려니 도로나 산길을 걷는것 보다 몇배는 힘이 더 든다. 백사장을 걷는것을 포기하고 도로로 나가려고 백사장의 언덕을 오르려는데 무너지는 모래에 몇걸음 오르는것도 쉽지를 않다. 즈에에 의지해서 기다시피 몇걸음을 옮겨 겨우 올라 서서 바라보는 해변의 모습. 아름다운 풍경과 걷기는 무척 어려운 백사장의 두얼굴이 또렷이 뇌리에 각인된다. 


아시즈리곶을 가는길은 해변도로와 백사장 그리고 산길이 어우러져 있어서 무로토곶을 향할때 처럼 길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산길에 있는 작은 쉼터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쉬게 해준다. 이길을 끝내고 돌아가면 이렇게 내 마음을 편히 쉬고 정붙일 곳을 찾을수 있겠지. 결국은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길과 마찮가지로 나도 돌아가야 할 것인데. 아직 돌아갈 날의 여유는 있지만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것이기에.......

 

아시즈리 미사키를 향하는 도중에 항구마을

 

아시즈리미사키를 향하는 길중 해안

 

아시즈리 미사키를 향하는 산길(실제는 무척 어두웠다)

산길을 벗어나서 국도를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승용차 한대가 서더니 후진으로 다가온다. 무슨일인가 싶어 뒤돌아 보니 내옆에 차를 세우고 봉지를 하나 건네 주시는데 간식거리들이 담겨져 있는 봉지를 하나 내어 주시면서 말씀을 하시기에 잘 못알아 듣겠다고 말씀 드리니 어디서 왔냐고 물어 보신다. 한국인이라 말씀을 드리니 놀래시며 무사히 결원을 기원해 주신다.

 

오늘 잠잘곳 으로 생각하였던 카네히리안에 어두워 지기 전에 도착을 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 운영을 안한다. 운영을 안한지 꽤 되었는지 많이 낡아 보이는 모습이 아쉬웠다. 혹시나 해서 젠콘야도 뒤에 있는 집에 올라가 보았지만 거기도 문이 모두 닫혀있고, 수도물도 나오질 않는다. 카네히리안의 문을 열어보니 문이 열린다. 문을 열고보니 자그마한 대사님상이 보이기에 향을 한자루 사르고 합장을 하며 오늘 하루밤 보내겠다는 인사를 올리고 둘러 보니 난로도 보이고 이불들도 보이긴 하지만 먼지를 뒤집어 쓴채 시간이 흐른 모습이 아쉽다. 카히네리안 처마아래 텐트를 치고 대강 물티슈로 손발 닦고 얼굴닦고 나머지는 생략.


노숙을 하면 제일 불편한것이 제대로 씻지를 못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노숙이 그러려니 한다. 매일 샤워하던 습관이 굳어지니 습관을 고치는것이 어렵다. 그나마 날이 시원해 져서 땀이 덜 나서 냄새가 적은것이 다행이다. 내일은 숙소를 예약해 두었으니 목욕을 제대로 해야 겠다. 길을 걷다 보니 노숙할 수 있는 조건들이 너무 좋아 숙소를 찾지 않고, 노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략 500키로미터 이상은 걸었을 것이다. 무엇때문에 걷고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고 그저 배고프고 덥고 힘들고 다리 아플뿐다. 역시 현실의 어려움이 지난 과거의 복잡한 것들을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모든것들에 대한 생각들이 빨리 정리되고 해야 하는데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어려움을 어찌 감당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서두른다고 될일도 아닐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라고 체념을 해 본다. 


비람이 많이분다. 낙엽이 딸어지는 소리와 지붕이 삐그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무척 심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