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모토지 츠야도에서 정리를 하고 조용한 새벽길을 나선다. 토요일이다 보니 아침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은 적지만 학생들이 교복이 아닌 체육복 차림으로 경쾌하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 새롭다. 한국의 학생들도 저렇게 학생때 즐겁게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책상에 붙잡혀 있는것이 안타깝게 생각이 된다.
어제 같이 묵었던 자전거 순례자는 천천히 출발하겠다고 하여, 내가 먼저 출발을 하고 두시간 정도를 걸으니 벌써 뒤따라와서 인사를 한다. 서로 무사히 결원할 것을 기원해 주고 각자의 길을 간다. 언덕을 오르는 자전거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묵묵히 언덕을 오른다. 일본의 시골길을 걷다 보면 거의 폐가수준이 점포들이 많이 눈에 띄인다. 국도변의 한때는 근사했을것 같은 음식점과 카페들 그리고 영업하지 않는 주유소. 호황때의 모습이 스쳐지나가며 씁쓸하다. 꼭 한국의 10년쯤 뒤를 보는 모습이랄까.
수행의 고치라더니 힘이 많이 든다. 발심을 했으니 이제 고생해서 너의 모든것을 내려놓고 가던가 아니면 마음이 약하면 포기하라는 듯이 힘이 든다. 절과 절의 사이가 가까우면 그래도 참배하고 납경하면서 가는 재미에 덜 힘든데 절과 절사이가 이렇게 장거리가 되면은 더욱 힘이 든다.
고개를 넘는데 공사중이다. 공사를 하는곳에 장비와 함께 꼭 안전관리를 하시는분들이 많이 계시다. 보행자가 오면 공사시점 부터 종점까지 옆에 붙어서 안전하게 지나 갈 수 있도록 호루라기를 불려 공사인력들에게 주의를 주며, 장비의 운영을 잠시 멈추던가 아니면 주의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는 분이며, 공사 시점과 종점의 몇십미터 앞에서 공사중 서행의 플래카드를 들고 차들이 지나갈때 마다 그것을 펼치며 운전자에게 주의를 환기 하는 모습을 공사현장 마다 보게 된다. 우리네 같으면 라바콘 세워 인도 만들어 놓던가 아님 그도 없이. 그리고 인형세워 손에 경광등 하나 끼워 모터로 움직이는 정도에서 끝날것인데, 비용은 늘어나겠지만 사람의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 부럽다. 이렇게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이 선진국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순례를 다 끝내고 기록을 정리하는 지금 시점에서 이런 모습의 사진을 한장도 찍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다.
그렇게 도로와 산길의 급한 경사를 내려오니 휴게소가 하나 놓여있다. 그곳엔 얼음과 냉수를 마음껏 마실수 있었으며, 수도가 있어서 시원하게 씻을 수 있었다. 주말이 되니 많은 일본 순례자분들이 계시다. 배낭을 내려 놓으니 쏟아지는 질문은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의 시작은 항상 똑 같아 진다. 저는 한국사람이구요. 일본어 잘 못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돌아오는 반응도 거의 비슷하다. 스고이, 스바라시 등등
그러면서 노숙하느지, 배낭 무게는 얼마나 되는지, 몇일째 인지 등등의 대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된다.
거기서 1시간정도를 걸으니 사가온천이 나온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지나 가고, 떡본김에 제사도 지낸다는데 노숙하는 순례자가 온천에 다다랐으면 온천을 하고 가는것이 당연할것이기에 온천 카운터로 가니 온천 이용시간까지는 1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한단다. 좌절을 맛보고 사가 온천 옆의 휴게소에서 조금 쉬다가 그대로 출발을 한다.
국도길에서 작은 동네를 지나 순계길이 산속으로 안내를 하는데 터널이 나타나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터널이라는 입간판이 서있다.
산속에서 나타난 터널이 불빛도 약하고 약간은 무섭기 까지도 하며, 무척 오래된 근대 문화재를 본다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렇게 작은 고개를 넘어 조금더 걸으니 다시 남태평양 바다가 보이기 시작을 한다. 여기서 부터 아시즈리 미사키까지 다시 바다를 끼고 걷는길이 지속이 될 것이다. 더불어 아시즈리 미사키를 벗어나면 남태평양을 보는 일정도 끝나기에 시원하며 아쉬운 생각도 든다.
사라를 벗어나며 터널을 통과 하고 나니 큰 공원이 바다를 끼고 멋지고 시원하게 펼쳐친다. 도사해남공원이라고 안내판은 나와있는데 도로를 끼고 근 한시간 가까이 걸어 그 공원을 벗어나게 되었다. 하늘이 흐려지니 비오기전에 숙소를 잡아야 한다는 압박만 없으면 배낭 내려놓고 공원에 가서 한가롭게 거닐고, 놀다 갔으면 싶을정도로 아름다운 공원이다.
도사해남공원 모습
저녁이 될 수록 구름이 더 많이 끼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순례길이 계속될 수록 지도상의 거리와 실제 걷는 거리의 느낌이 많이 상이함을 느낀다. 오늘은 생각보다 많이 왔다. 해안가 국도변이다 보니 곳곳에 정자와 같은 휴게소가 많이 있다. 그런데 화장실과 물이 없기에 텐트를 칠 만한 곳을 찾아서 계속 해안가 국도의 순례길을 따라 걷는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나다항 근처의 공원에 있는 휴게소에 도착을 하고 보니 화장실도 있고, 별도로 식수대도 보이며, 비가 오더라도 비를 막아줄 지붕이 있는 휴게소도 있기에 일정을 멈추었다. 옆에 다코야키 트럭이 있기에 가서 내일 날씨를 물어 보니 비예보가 있다고 한다. 어째 가을날씨가 하루건너 비가 온다.
공원옆에는 자그마한 동네가 있으며, 안내판에 공원은 동네주민들이 관리하니 깨끗하게 사용해 달라는 안내문이 있고, 거기에 빗자루까지 걸려 있기에 빗자루를 들고 휴게소안을 깨끗이 쓸고 텐트를 쳤다.
나다항 근처 공원 휴게소
내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인데 일단 신발은 해결을 했고 우의만 어떻게든 혼자 입으면 시민토시내 까지만 가서 마무리 해야겠다. 시민토시에 들어가서 숙소잡을때 가지만 이라도 비가 안왔으면 좋을거 같은데 확인할 방법이 없어 아쉽다. 구름이 많이끼니 5시가 되니 벌써 어두워 져서 가로등이 켜지도 자동차들고 라이트를 밝힌다. 내일도 비만 안오면 시만토 대교 근처에서 노숙하기 좋은데 아쉽다.
순례하는 날이 지나갈 수록 더욱더 걷는것의 매력을 느낀다. 순례길 이전에도 산엘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까지 매력을 느껴본적은 없었다. 걸으면서 느끼는것이 하나에 집중하기 좋다. 그저 관세음보살만 읇조리며 걷는다. 그러다 보면 몇시간이 흐른다. 이런것이 기도인가 내가 무엇을 기도하고 있는걸까? 절에서 참배 하면서는 내 삶의 길을 열어 달라고 기원하고 있으며 길에서는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순례길을 살펴 달라고 관세음보살님을 부르고 았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도 그렇게 생각없이 걷고 난 나중에 드는것 들이다. 걸으면서는 그런 생각도 없다. 그저 발걸음을 옮길 뿐......
내가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이처럼 간절히 기원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많은 경험들과 생각들이 함께 하고 있는 시간이다. 일어나면 걷고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고 힘들면 쉬고 저녁이 되어가면 잠자리를 걱정하며 딱 삶에 대한 본능에 준거하여 생활을 하고 있다. 본능에 충실한 삶. 현재가 행복한 삶. 그것이 삶에서 소중한 것이 이라는 생각이 더 든다. 오늘도 어제 저녁에 사둔 빵과 에너지바로 점심시간 넘겨 배고픔을 면하디가 편의점에서 따뜻한 도시락을 먹으며 저녁거리를 구입하고 내일 아침에 먹을 것들이 있음에 행복해 했다.
텐트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이슬을 피하면 노숙이나 텐트나 다를것이 없는데 어제 츠야도에선 비록 차고지만 실내였는데 텐트라는 얇은 천 하나가 공간을 만들어 주는 안정감 편안함 참 묘하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왜 필요할까? 사람은 사회적 관게 속에서 생활하면서도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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