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을 보기위해 아침일찍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보았다. 역시 맑과 쾌청하게 일출을 볼 수 있는 하늘은 아니다. 구름이 껴있는 하늘. 남태평양을 걸으며 맑고 쾌정한 하늘에서 일출을 볼 수 있기를 기대 하는데 항상 구름이 있어 맑은 하늘에 일출을 보긴 힘들다.
뭔가 조금은 아쉽다.
멀리 동이 터오는 남태평양
구름속에서 태양이 올라온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 가서 앉고나니 여유있게 아침을 먹을수가 없다. 다들 같이 온사람들과 즐거운 아침시간을 보내는데, 어제 저녁과 마찮가지고 혼자 식탁에 앉아서 먹는 아침식사는 사료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그렇게 급하게 아침을 먹고 오늘도 길을 나선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가파른 산길을 내려와 쇼류지앞을 다시 지나 마을에 들어서니 버스로 단체순례오신분들이 아침에 숙소에서 출발을 하시는지 매우 분주하다. 길을 걷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말을 건넨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무엇때문에 이길을 왔는지 물어 보신다. 스트레스때문에 멘탈이 붕괴되어 무작정 떠나 걷고 있다고 답을 하고, 영어를 잘하신다고 여쭈어 보니 중학교 영어선생님 이라고 하시며 버스가 기다리신다고 황급히 무사히 순례 잘 마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 가신다. 제법 규모가큰 료칸앞에 보니 버스가 여러대 있고, 직원들이 모두 나와 전날 묵었던 고객들을 손을 흔들며 환송을 하고있다.
어제 왔던 길을 되집에 우사대교를 다시 건너서, 이제부터는 내해로 접어든다. 조금 걷다보니 버스정류장 같은곳에 다다미가 깔려있는 휴게소가 보인다. 리스트에 나와있는 노숙이 가능한 휴게소이다. 바다가에 바로 길옆이라 밤이 되면 조금은 시끄러울것 같은 휴게소 이다. 지도에 보니 페리를 탈 수 있기에 걸으면서 계속 둘러봐도 선착장을 찾지를 못하겠다. 내해를 바라보니 어제까지 보이던 대양의 거침이 아니라 잔잔한 바다, 호수같은 모습의 바다이다. 짠 바다의 갯내음이 없이, 그리고 지도 마저도 없다면 바다가 아니라 딱 호수로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반도가 대양의 거친 파도와 바람을 막아주는 포근히 안긴 모습의 바다이다.
갑자기 설움이 복받친다. 눈물이 난다. 걷자 걷자. 걷는것이 지금은 답이다. 걷다보니 바다를 굽이굽이 도는 길의 연속이다. 뜨거운 햇볕과 함께하는 맑은날의 상쾌함과 뜨거운 오후의 느낌이 계속 되는 날이다. 그나마도 걷는 루트에 동네도 있고 중간중간 자판기도 있기에 자판기를 오아시스 삼아 길을 걷는다. 오전과 오후는 걷는 느낌이 다르다. 걸으면서 느끼지만 지도의 거리하고 실제 걸으면서 느끼는 거리 하고는 참 많이 차이가 나는듯 하다. 그러나 걷고 보면 예상한 시간범위내 들어간다. 모든것이 마음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오후가 되면 늘상 큰 슈퍼가 없나 지도를 살피고, 매장을 찾게 된다. 길가에 유명한 수사키 휴게소가 보인다. 뜨거운 낮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는 휴게소를 세워주신 분들께 감사를 하며, 참새가 방앗간 못지나 가 듯이 순례자가 휴게소를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한참을 쉬어 간다. 수사키로 접어 들면서 저녁이랑 낼 아침거리 구입하면 좋은데, 오면서 계속 보이는 것이 동네의 작은가게와 자판기이다. 자판기가 많은 곳에는 50엔짜리 음료까지 판매를 한다.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메론소다 가 보통 50엔이다. 싸고 시원하고 맛있다. 어쩔수 없는 애들 입맛이다.
별격 5번 다이젠지는 바로 길가에 있는데 큰길에서 동네로 좀 도는길인데 도무지 표지판 같은것이 보이질 않는다. 지도를 보며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가 보니, 콘크리트건물에 주차장과 모노레일이 있고, 그옆으로 지하로 이어지는 곳에 납경소가 먼저 보인다. 우선 납경소에 들러 납경을 하며 절의 처마아래에서 노숙을 해려 물어보니 미치노에키가 있다며 그곳으로 가라고 안내를 해 준다. 납경소를 나와 본당을 향해 돌아서니 아까 지나온 터널이 있던 산정상에 건물이 보였는데 그게 다이젠지 였다.
다이젠지 오르는길에 보았던 거북이(자라인가? - 도로색과 비슷해서 많이 놀랐다.)
별격 5번 다이젠지 산문
별격 5번 다이젠지 경내
산문옆에 배낭을 내려놓고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산위로 올라가는길에 사진에 보이는 거북이가 있었다. 이런 도심속의 산속 도로에 물에 있어야 할 생명이 기어올라 온다는것이 신기했다.
참배를 마치고 미치노에키 가와우소노 사토 스사키로 향해 가는데 날이 갑자기 흐려지며, 어둑해 진다. 이제 5시인데 너무 빨리 어두워 진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히 동경표준시를 쓰는데, 한국이 더 서쪽에 있다보니 해가 좀더 늦게 뜨고 늦게 진다는 것이 머리속에 떠 올랐고, 그동안에 왜 5시정도만 되면 그렇게 빨리 어두워 졌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이 아둔함을 어찌할 것인가?
길옆에 제법큰 슈퍼가 보인다. 아직 활인을 시작할 시간이 아니기에 미치노에키에서 좀 쉬다가 다시 올 생각으로 들리지 않고 그대로 미치노에키로 향하였다. 미치노에키에 도착을 하니 노숙리스트에 있던 판매장은 그동안에 많이 변하였는지 포스도 놓여있고, 아무래도 안에서 잘 수 있는 상황은 아닌듯 보인다. 아무래도 6시가 넘어서 영업이 끝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제일 사람이 없을만한 구석의 처마아래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 있자니 판매점의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문단속을 하고 계시기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를 물어 보니 영업이 끝나고 6시가 넘으면 괜찮다고 얘기를 해 주신다. 다행이다. 점포에 불이좀 꺼져야 처마아래 이슬을 피해서 텐트를 칠텐데. 영업종료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직 매장에 불이 안꺼진다. 날이 어두워지면 급격히 기온이 떨어진다. 자켓을 꺼내 입어도 춥다. 불이 꺼지길 기다리며 매장을 둘러보니 이층이 식당인다. 가격이 허걱하게 비싸다 과감히 포기하고, 1층에 시장처럼 다다끼도 팔고 다른 음식들고 팔고 하는곳에 기웃거려 보니 다다끼가 480엔 이다 그것도 슈퍼에서 패킹된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직접 다다끼를 만드는 곳이다.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그랬더니 뒤에 다른 매장 아주머니께서 나를 부르시며, 밥이 150엔으로 할인판매를 한다고 수줍게 불르신다. 구입했다. 이렇게 저녁이 해결되니 슈퍼에 갈일이 없어진다. 저녁이 맛있다. 슈퍼까지 왕복하지 않아도 되니 좋고, 맛있는 저녁식사에 웃음이 나온다. 도로변 건물 처마밑에서 밥을 먹는데 머그리 좋은지. 밥먹고 텐트를 치고 있는데 아까 텐트를 쳐도 좋다고 얘기 해 주신 미치노에키 직원이 퇴근하면서 따뜻한 캔커피를 하나 건네주시며 무사히 순례를 마치기를 기원해 주신다. 씻으로 다녀오며 채소판매장을 보니 불도 꺼지도 문도 잠겨 있다. 더이상 그곳에선 노숙을 할 수 없는것 같았다.
확실히 바쁘게 살아야 딴생각이 안든다. 몸이 힘드니 딴생각 할 여유도 없고 걸으면서는 관세음보살을 읇조리니 그것도 집중되고 좋다.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누웠다. 이젠 텐트 생활도 익숙해질만 한데 쉽지가 않다. 밖이 안보이는데, 차소리에 사람들 소리가 계속들려 답답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여 텐트에 창을 열어 밖을 보며 라디오를 듣는다. 바로 도로 옆이라 지나가는 차소리에 시끄럽고 거기다가 오셋타이를 받은 커피까지 마셨으니 잠이 더 안다. 벌써 10월도 마지막 날이다. 그런데 라디오에선 이용의 노래가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내가 불러보았다.
이제 날이 밝으면 11월 이다. 날짜 참 빨리 간다. 내가 이 순례길에 오른지도 벌써 20일이 흘렀고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곳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 그러면서 만나는 인연들. 나중에 기억이나 할까? 어제 숙소에서도 길에서 만난던 은퇴하신 일본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순례길 초기에 비오는날 도움받은 분을 3일 정도를 계속 만났고 다리가 불편해 보였던 할아버지 한국의 중파 라디오가 들린다고 알려주셨던 분은 다시 볼수 있을까?
아마도 이렇게 짧은 메모라도 없으면 어디서 어떻게 잠을 자고 생활을 했는지도 기억이 가물 가물 했을 것을. 이번 주말엔 집에 전화라도 한번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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