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18일차(10월 28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5. 7. 21:56
어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단지 이길을 걷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있다는 것이 아직도 신기 하고 감사하다. 동행이인의 의미가 이런것일까 싶다. 

이침일찍 일어나서 숙소를 정리하고 남아있던 바나니 두개와 커피 한켄으로 요기를 하고 출발을 하였다. 작은 언덕을 하나 넘으면 이제 고치시로 들어가는 일정이다. 어느덧 일정의 사분의 일이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아침일찍이 젠라쿠지에 도착을 하니 아침햇살의 부드러움과 절의 고요함이 나를 맞이한다. 젠라쿠지 한국어로 읽으면 선락사다. 절이름에 락(樂)이 들어가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참 좋아진다.

제30번 젠라쿠지 산문


제30번 젠라쿠지 경내(본당과 대사당 - 부드럽게 퍼지는 아침 햇살이 참 좋다)


참배를 마치고 도심에 가까워 오니 편의점이든 슈퍼든 많이 있어서 먹을것을 염려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편의점을 찾아서 도시락을 사들고 나와 주차장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데 때마침 출근시간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에 아침거리를 구입하러 들어오고 등교길의 아이들은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간다. 대형세단을 타고 근사하게 수트를 입은 사람이 편의점에서 오니기리 하나와 커피한캔으로 아침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서글퍼 졌다. 
치쿠린지 까지는 대략 1시간반에서 두시간 거리이다. 맑은 날씨가 좋긴한데 더워진다. 그래도 외곽이라 도심의 번잡함은 없지만 아침 출근시간의 활발함과 복잡한 모습은 살아있다. 밀리는 차들과 자전거를 타고 그리고 걸어서 등교하는 학생들.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데 밭을 매고 계신 할머니가 부르신다.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사탕을 한주먹 꺼내 주신다. 오늘도 또 도움을 받고 신세를 진다. 들판을 가로 지르고 나니 주택가의 좁은 골목길로 헨로미찌가 이어진다. 그러더니 급한경사의 산길이 나타나고, 과수원을 지나친다. 

치쿠린지 가는 산길 포도밭에서 걸어온길을 돌아본다


헨로미찌는 마키노 식물원으로 연결을 하고 있다. 전시관과 식물원이 근사하다. 머물면서 둘러보고 싶은 욕심이 많았지만 그냥 지나친다. 오늘은 고치시내에서 순례길을 나서는데 신세진 분과 지인들에게 간단한 선물이라도 좀 보내고, 바닥창이 한쪽으로 다 닳고 있는 신발도 새로 구입해야 하기에 우선 그것을 먼저 해결하고 나서 어찌 해 볼 요량이다. 그래도 걷는길 주변으로 보이는 식물원의 모습들에서 가꾸어온 정성을 발견한다. 식물원을 빠져나오다 보니 정문에서 표를 받는다. 들어올때는 뒤로 들어와 그런것 없었는데....

제31번 치쿠린지 산문



제31번 치쿠린지 본당



제31번 치쿠린지 본당 내부


제31번 치쿠린지 대사당


치쿠린지 다보탑


참배를 하고 납경을 하는데 치쿠린지가 식물원과 같이 있는 고치시의 유명한 관광지 이다 보니 참배객과 관람객이 무척 많다. 휴게실에 보니 오차와 과자를 오셋타이용으로 비치해 놓았다. 감사하게 차한잔과 과자를 몇개 먹으며 쉬고나서 고치시내로 나가는 차편을 알아보니 투어버스가 1,000엔 정도 하는 금액이다. 너무 부담이 되어 온길을 되집어 전차를 타고 고치시내로 향하였다. 

지도에 있는 우체국을 찾으로 가는길에 모스버거가 보인다. 모스버거 본고장인 일본에서 안먹으면 후회할 것이기에 들어가서 야끼버거와 메로소다를 큰것으로 주문하니 역시 한국에서 먹던것 보다는 더 진한 치즈의 풍미와 메로소다의 진한 메론맛이 몸을 일깨워 준다. 그렇게 먹고 나와 우체국 에서 출금을 하려고 찾는데 틀림없이 지도에는 근방에 있는데 보이질 않기에 사람들에게 물어보려고 하니 갑자기 우체국의 일본어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왜 이때는 에그를 활용해서 번역기를 돌릴생각도 못했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면 멍청한 상황이었다. 학생들이 보이기에 영어로 질문하니 이 학생들 반응이 깜짝 놀란다. 그래서 일본어로 한국인 순례객인데 일본어 못하니 영어로 물어 본다고 하며 우체국을 물어 보니 가르쳐 준다. 그런데 그 방향을 봐도 우체국이 안보인다. 일단 알려준 방향대로 걸어가다 보니 조금있다가 그 학생들이 자전거로 따라와서 바로 옆에 건물을 가르키며 우체국이라고 알려줘서 보니 내가 못보고 지나친 것이다. 이렇게 멍청한 상황도 있을수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일부러 달려와준것이 너무나도 고마워 배낭에서 준비해간 책갈피를 꺼내서 하나씩 나누어 주니 너무나 좋아 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10대 소녀들이다.

시장에서 과자를 구입하여 다시 우체국으로 와서 EMS로 발송 하고자 가격을 보니 과자값과 EMS비용이 똑같다. 무슨 이런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동안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함께 다녀주었던 등산화를 바꾸기 위해 또 한참을 걸어 전에 타노에키의 야마모토미노소에서 알려준대로 고치역 근방에 몽벨 매장을 찾아가서 15,600엔을 주고 새로 신발을 구입하여 신고 나왔다. 

고치시내 가장 교통량이 많은 사거리(복잡한 전차선)


32번절로 가는 버스정류장 앞의 모습


근 10년을 함께 해준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한장 창부분만 남겨 두었다(한쪽창만 많이 닳는 이 희한한 현상)

그렇게 일을 다 보니 예상밖으로 비용이 많이들어 시장구경과 성구경을 하고 하루를 쉬면서 숙박을 하려던 것을 포기하고 해도 저물어 가기에 너무 힘도들고 내일 일정도 고려하여 고치시내에서 32번절로 오는 버스를 탓다. 30분남짓 인데 버스비가 600엔이다. 엄청 비싸긴 비싸다. 한국같으면 택시요금 수준이다. 정말로 헉소리나는 대중교통 요금이다. 버스에서 내리니 동네 할머니께서 친절하게 젠지부지 올라가는 길을 알려 주신다. 이미 주위에는 어둠이 잔뜩 갈려있다. 일단 절로 올라가서 주차장에 무단으로라도 텐트를 치고 잘 요량으로 무조건 절로 향하는데 언덕의 경사가 급하다. 산길과 차도로 갈라지는 곳에서 어둠으로 깔끔하게 차도를 선택해서 부지런지 올라가니 11면 관세음보살상이 보이고, 그 앞에 버스정류장 처럼 생긴곳이 보인다. 그옆에는 화장실도 있고, 수도도 있고, 더불어 자판기도 있으며, 안에는 평상도 있다. 그리고 살펴보니 스위치기 있기에 켜보니 전등도 들어온다. 텐트를 치고, 저녁을 해결하고, 화장실은 공사중이어서 그 옆에 있는 수도에서 땀기운을 씻고 나니 상쾌하다. 평상위에 텐트를 치고 나니 오늘 하루도 감사함의 연속이다. 수행의 고치라더니 절간의 거리가 먼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또 이렇게 감사한 마음이 들도록 해주면서, 그 감사한 마음으로 잘못을 참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평생을 가지고 이 길을 기억하며 가지고 살아 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