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그렇듯이 아침일찍 일어나 텐트를 걷고 짐을 꾸리고 출발 준비를 한다. 그저 아주 익숙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아시즈리미사키 가는길의 카이네리안 사진(더이상 운영은 하질 않는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따뜻한 커피한캔을 마시며 오늘도 걷는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틀째 쾌청한 날씨가 기분이 좋은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한시간쯤 도로를 걷는데 뜻밖에도 가쿠린지 아래 미치노에키어서 보았던 순례자와 시만토강 근처 다이시도에서 같이 하루밤을 보냇던 순례자가 나란히 길을 걸으며 오고 있다. 아주 반갑게 재회를 하고, 잠시 얘기를 나누고 건강하게 순례를 마치길 기원하며 다시 서로의 갈길을 간다. 만나고 헤어지는것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늘상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 반가움과 아쉬움의 깊이는 각각의 사람마다 다르니 인연있으면 만나고 다하면 헤어지는 것들도 어떨때는 감당하기 힘들다.
아시즈리곶으로 향하는 길
시코쿠 최남단 이라도 해서 그런지 11월인데도 활옆수들의 아직도 제법 푸른빛을 내고 있으며, 아주 울창한 난대림을 형성해서 숲길은 어둡게 까지 느껴지는 길이다. 그렇게 걸어 아시즈리곶에 위치한 제38번 콘고후쿠지에 드디어 도착을 하였다. 이와모토지를 출발하여 3일만이다.
제38번 콘코후쿠지 산문
제38번 콘코후쿠지 입구
제38번 콘코후쿠지 경내 (연못이 공사중이다)
제38번 콘코후쿠지 경내
제38번 콘코후쿠지 경내
제38번 콘코후쿠지 본당뒤편
제38번 콘코후쿠지 본당뒷편
참배를 마치고 일본에서도 유명한 아시즈리곶을 천천히 둘러 본다. 관광객들이 많이 있다. 관광안내소 앞에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에서 머리감고, 이닦고, 세수하고 깨끗이 잠시 새나라의 어린이 모드로 상쾌하게 씻고나니 정신이 든다. 아직까지 차가운물이 사용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벤취에 앉아서 햇볕을 쏘이며 쉬고 있자니 일본어가 아닌 외국어가 제법 들리고, 순례객이 없었는지 내가 졸지에 모델 미슷하게 되어서 관광객들이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한다.
아시즈리 곶의 등대
아시즈리 곶의 절벽
아시즈리곶 전망대에서 바라본 콘코후쿠지 방향
드디어 시코쿠 최남단 아시즈리곶에 도착을 했다. 목표로 하고 온곳에 도착을 하니 왠지모를 허무함이 밀려온다. 아침에 빵, 커피 등등을 먹었는데도 왠지 헛헛하다. 배가 고픈건지 마음이 허함이 그렇게 느껴 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단란한 여행객들을 무심코 바로보고 있자니 부럽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이끌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모르겠다.
시코쿠의 최남단. 이제 부터는 북쪽으로 방향이 바뀐다. 그러면서 점점 동쪽으로 또 방향이 바뀌어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며 가까워 지겠지. 점심때가 지나니 배가 몹시 고프다. 산길에 작은 식당이 있기에 우동을 청하니 오늘은 없단다. 오꼬노미야끼만 있다는 소리에 우동값보다 비싼 가격에 망설이다 650엔을 내고 요기를 하였다. 한끼에 7000원 정도 금액이면 한국에서 밥한끼 가격인데 멀 망설이는지 모르겠다. 돈을 아끼긴 해야 겠지만 그 생각이 너무 앞서는것인지. 겨우 7,000원정도 금액에 돈이 아까운 생각이 먼저 드는 나를 스스로 이해를 못하겠다. 오늘 처음으로 일본에서 오꼬노미야끼를 먹어보았다.
오늘의 숙소는 유명한 구모모 민박이다. 5일을 노숙하고 숙소에 들었다. 반겨주시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감사하고, 필요한 것이 있어서 여쭈어 보니 자전거로 편의점 다녀오면 된다고 동네를 다 뒤져도 마땅한 자전거가 없어서 결국은 차로 편의점 까지 왕복할수 있도록 해주시는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아주 유쾌하시고 밝은 주인아주머니의 모습에서 나까지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2시간 가까이 걸었던 길이 자동차로 왕복 15분 이다. 허무하다. 모처럼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따뜻한 밥도 배불리 먹고 나니 상쾌하고 기분도 좋다. 저녁식사를 하는데 무로토곶 근처의 도쿠마스 민박에서 만났던 순례객을 다시 만났다. 만나도 헤어짐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이날 일본의 젊은 순례객이 스도마리로 묵었는데 이순례객도 나중에 전혀 뜻하지 않았던 숙소에서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만나고 헤어지는 길위의 삶.....
벌써 26일이 흘렀나 싶다. 한국에서 기약하고 떠난 일정에 40일 정도가 남아 있다. 현실로 돌아가면 어떤 삶이 있늘까. 미래 아직 오지 않은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에너지 낭비 인가 싶기도 하다. 현실에 충실하자. 당장 내일 일정과 모레 비가 예보된 날씨가 걱정이지 무엇이 걱정 이겠는가. 아기즈리곶의 아득한 절벽위에서 비라보는 태평양이 이제 내일 부터는 보기 힘든 바다가 될것이고 이젠 일출을 기대 하기 보다는 바다로 해가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을 기대하는 날들이 될겠지. 가보자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보자 부딪쳐 보자. 무엇이 되도 되겠지. 내일 아침에 맑은 하늘에 일출을 볼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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