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13일차(10월 23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5. 5. 15:06

하루를 묵었던 도쿠마쓰 민박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숙박비를 치루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300엔을 오셋타이라고 돌려 주신다. 감사를 표시하고 짐을 챙기고 길을 나설 준비를 하는데 역시나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다. 일정에서 맑은날과 비오는 날이 반반씩 되는것 같다. 무슨 가을비가 이리도 많이 오고 태풍이 이렇게 늦게까지 올라 오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무로토곳을 지나는 일정이다. 고치현 두개의 곳중에 하나인 무로토곳 이렇게 돌아돌아 곳지 펼쳐지는 지형을 걸어본 첫 경험이 새롭다.

남태평향 해안가를 오롯이 3일재 걷는 날이다. 오늘은 비가 오니 쉴곳도 많많치 않고 쉴곳이 있어도 아직까지 혼자서 판초를 입고 벗는 일에 익숙하질 않아서 쉽게 배낭을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쉽게 배낭을 내려놓고 쉬는것이 어렵다. 


해안도로의 부부암



그런 이유 해서 걷다 보니 꼬박 7시간을 배낭을 내려놓지 않고 24번절 다와서 비피하고 앉을만한 곳이 있어서 잠시 다리를 쉬었다.

쉬는 중간에도 비는 계속 내린다. 빗속에서 느끼는 습습함과 함께 판초속의 열기는 쉬이 빠져나가질 않고, 안팍의 기온차이로 판초속은 물기가 계속 맺혀 축축하다. 


24번절 아래의 휴게소(미쿠라도우 앞)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한숨을 돌릴때도 배낭을 벗지 못하고, 휴게소의 난간에 배낭을 기대어 다리를 편히 쉴 수 가 없다. 호조미사키지에 올라가서 납경소에 배낭을 내려 놓을때나 어떻게 배낭을 좀 내려놓고 다리를 쉴 수 있을까 싶다.


이어서 바로 산길이 이어진다. 올라가는길에 숙소에서 같이 묵었던 순례객이 내려오시면서 얼마 안남았으니 힘내라며, 격려를 해 주시며 내려오신다. 걷다 보면 언젠가는 도달할 곳이려니 생각하고 묵묵히 거친숨을 몰아쉬며 산길을 오른다. 늘 비오는날 산길을 겪는 느낌이다. 미끄럽고, 덥고, 힘들다. 오늘 날씨가 좋았으면 참 좋은 사진 많이 찍었을거 같은데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렇게 제 24번 호조미사키지에 다다르니 편안함이 느껴진다. 비오는 날의 산사는 찾는 사람이 적어 고즈넉함이 느껴지면서도 간간히 보이는 순례객들이 정겹다.



제 24번 호조미사키지 경내


비와 안개로 인해 몽환적으로 보이는 경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즈넉함과 여유를 함꼐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빗오는 날의 문제가 아니라 태풍속이라는 부담감에 예약한 숙소까지 부지런히 가야만 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빗속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역시 비가오니 신발안이 엉망이된다. 신발속은 이미 물이 가득차서 찌걱 거린다. 다른것 들에는 투자하고 왜 신발은 투자를 안하고 발수제만 이면 될것으로 생각하고, 시코쿠에서 끝나면 귀국해서 버린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고어텍스 신발을 하나 구입할까 싶은데. 가격이 얼마나 할지 염려가 앞선다. 


24번절의 산문으로 나서는데 전망대 이정표가 보인다. 올라 보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빗속의 부담감으로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그렇게 한참을 또 걸어 25번절 신쇼지에 당도를 하였다. 오늘 숙소는 신쇼지 근처니 참배하고 숙소를 찾으면 될것이다.



제 25번 신쇼지 경내

산위로 본당이 보이고 다행히도 아래에 납경소가 있다. 납경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향등을 챙겨서 본당을 올라가 참배를 하고 돌아내려와 납경을 받고 다리를 쉬고 있자니 이 빗속에서도 단체로 순례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호조미사키지에서는 못 뵈었는데, 아무래도 자동차로 움직이시는 분들이라 나보다 속도가 무척 빠른것 같다. 납경소 직원의 도움으로 판초를 입고, 숙소를 찻아 나섰다. 바로 절 근처인데도 방향을 못잡아서 물어물어 겨우 숙소를 찾아 짐을 풀고, 저녁거리를 사러 아까 보았던 절 옆의 슈퍼를 찾아 갔다. 슈퍼의 이름이 헨로노미찌이다. 들어가서 저녁과 아침 그리고 점심까지 모두를 구입하는데, 아직 할인시간까지 15분이 남아 있지만 50%할인을 해 주신다. 


저녁을 먹고, 목욕을 하고 방으로 돌아오니 창문으로 거센 비바람이 부딪힌다. 따뜻한 목욕물과 잠자리의 고마움이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