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지마 유스호스텔의 도미토리는 조용하다. 큰방을 혼자 사용하였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유스호스텔에 묵는 고객은 적다. 조용하고 쉬기 좋은 유스호스텔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유스호스텔 같은 도미토리에 묵어 보면 사람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나름의 즐거움과 휴식이 있어서 나름 좋다.
새벽에 선잠이 든 상태에서 비소리가 들리는것 같더니 오늘도 역시나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왠 가을비가 이리도 많이 내리는지 모르겠다. 어제밤에 이곳까지 찾아 올라와서 묵기를 잘한것 같다. 비가오니 출발하기가 싫다. 방에서 밍기적 거리며 비가 잦아 들기를 기다리지만 좀처럼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9시가 다되어 어쨋거나 출발을 해 본다. 비오는날 판초를 입으면 땀이 밖으로 빠지지 않아 사우나 처럼 더워진다. 그래서 더 힘이 들고 마땅히 배낭을 내려놓고 쉴곳을 찻기 힘들어서 무로토에서는 하루종일 배낭을 내려 놓지 못했던 기억이 뇌리를 떠나지를 않는다. 그래서 인지 비예보만 나오면 아주 당혹스럽다. 한국에서는 비오는밤 빗소리를 듣기가 참 좋았는데 역시 상황이 변화 함에 생각과 느낌이 모두 바뀐다. 비오는 사실은 똑같은데...
우와지마 유스호스텔에서 내려오는길에 바라보는 우와지마시(멀리 우와지마성)
9시쯤 출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많이 줄어든다. 그렇게 시내로 들어와 별격 제 6번 류코인에 도착을 하였다. 절이 바로 도심에 위치해 있지만 계단으로 올라가서 보니 도시와는 좀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드는 절이다.
별격 제 6번 류코인 산문
별격 제6번 류코인 경내
언덕위에 있어서 보기는 좋은데 계단은 지겹게 힘들다. 그나마 아침이라 출발한지 얼마 안되서 씩씩하게 올라가 본다. 비온후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절에 사람이 별로 없이 고즈넉하다. 참배를 마치고 납경소에 가서도 벨을 누루니 조금있어 납경해 주시는 분이 오셔서 정성스럽게 납경을 해 주신다. 납경을 하고 납경료는 내니 아루키 헨로라고 비도오는데 대단 하다고 오셋타이 라며 봉투에 납경료를 그대로 넣어 주시며, 오차라도 마시라고 넣어준다. 감사하게 받아 들었다.
별격 6번에서 납경을 하고 우의를 정리해서 다시 넣고 걸었다. 그나마 비가 안오고 판초를 사용하지 않으니 시원하고 걷기에 좋다. 도심길은 생활에는 편하지만 걷기에는 쉽지가 않다. 많은 차들과 갈림길들 그속에서 표식을 찾아 걷고, 지도를 확인하고 하는 것들이 많이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오늘은 쉬엄쉬업 여유가 있으니 어제완 다르게 주변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깊은 계곡으로 도로가 게속 돌아가는 중에 고속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은것 같다. 고속도로 조기개통 등의 구호가 적혀있는 팻말을 많이 보게 된다. 그중에 우경화를 경계하는 팻말과 함께 강한 일본의 우경화 팻말도 같이 보인다.
길을 걷는 도중에 다시 비가 내린다. 편의점이 보이기에 잠시 비를 피하면서 점심을 먹고 저녁 도시락도 구입을 하고, 우장을 꾸렸다. 작은 시골동네를 지나 제41번 류코지에 도착을 하니 다시 비가 그친다. 날은 잔뜩 흐려있고 바람도 많이 불면서 날씨를 오락가락 한다. 정말로 걷기가 힘든 날이다.
제41번 류코지 경내
제41번 류코지 경내
절의 입구에서 보니 신사가 정면으로 보이며, 절은 신사아래에 신사를 지키는 형국이다. 신사가 썩 내키지는 않는다. 그냥 우리네 절의 산신각 처럼 생각하면은 될것을 그게 쉽지 않다. 이상하리 만큼
참배를 마치고 납경을 하는데 나이 지긎하신 분께서 납경장을 들고 기도를 정성껏 하시더니 납경도 매우 정성스럽게 해주신다. 절로 합장이 된다.. 도쿠시마의 절들에서는 느낄수 없는 감정이었다.
류코지 전경과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나와 오셋타이를 해주시던 분들
납경을 마치고 주차장에 내려오니 오차와 커피, 과자, 귤등을 가지고 순례객들을 접대하는 분들이 보인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과자를 하나 얻어 벤치에서 먹으려 하니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급하게 접대하시는 천막아래도 비를 피하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사장님이 일요일에 직원들을 동원해서 오셋타이 준비를 단단히 해서 운영하시는중이다. 비를 피하며 사진이 보이는 남자분에게 일본어로 이야기 하기 답답하여 영어할줄 아느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아주 단호하게 손으로 X 표시 까지 해가며 다메라고 하며 웃는다. 42번 부츠모쿠지를 향하여 뒷동산을 오르는데 검은승복을 입은분들과 깃발을 앞세우고, 가마같은것을 멘 일행들이 나팔과 징을 울리며 아주 요란스럽게 류코지로 향하는 행렬이 보인다.
42번 부츠모쿠지까지는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길을 걸으면서 구름이 많이 끼니 오후 3시임에도 저녁시간이 가까워 오는것 같이 어둡다. 확실히 시골이라 그런지 일본의 특색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르다.
제42번 부츠모쿠지 산문
부츠모쿠지 경내
부츠모쿠지 경내
부츠모쿠지 경내
절이 매우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고, 단정하다는 느낌이 드는 절이었다. 납경하러 납경소에 가서 스님을 뵈니 스님과 절이 딱 맞아떨어질 정도로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납경을 하고 츠야도가 있는지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당황스럽다. 산문옆 휴게서에서 노숙이 가능하다고 한다. 리스트를 살펴보니 산문앞 휴게소에서 노숙이 가능하다고 쓰여져 있다. 내가 42번에 츠야도 있다고 착각을 한것이다. 왜 아런 일이 생기는지 당황스럽다. 일단 절을 나와서 산문옆 휴게소에 앉아 있으니 다시 비와 강한 바람이 분다. 오가는 순례객들이 한번씩 바라보며 지나간다. 류코지에서 보았던 단체순례 일행이 멀리서 요란스럽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비바람이 몰아치니 사진찍기도 귀찮다. 일행들이 주차장에 도착할 즈음에는 비까지 강하게 내리니 참배를 포기한것인지 부랴부랴 정리를 하더니 버스를 타고 떠나버린다. 아무래도 일기가 그렇게 멋드러지게 순례를 하기에는 어려웠지 싶다.
그렇게 휴게소에서 쉬고 있자니 땀도 식고 비바람이 몰아 치니 추워진다. 텐트를 치면 비는 맞지 않겟지만 휴게소 바닥으로 흐르는 물에 몽땅 젖을 판이다. 노숙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길건너편에 계신 아저씨가 보이기에 일단 인사를 했다. 인사를 받으시더니 길을 건너 오셔서 이런 저런 안통하지만 얘기를 해본다. 비가와서 이곳에서 노숙이 어렵다고 얘기를 하니 미치노에키 미마를 얘기하신다. 걸어서 한시간 너무 멀다고 답하고 비가 그치길 기다려본다. 춥다. 길건너 건물 차고에 아저씨가 다시 보이기에 가서 차고인에 텐트를 좀 칠것을 부탁하니 절의 주차장 옆 건물 처마밑을 얘기한다. 그러더니 절에 얘기하러 가지고 해서 따라 나섰다. 절에 가서 부탁을 하니 주지스님과 스님의 어머니께서 허락을 해 주셔서 주차장옆 건물처마아래 바람도 덜불고 비가와고 괜찮을 만한 곳에 텐트를 치고 저녁으로 구입한 차가운 카레를 우겨 넣기 시작을 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아까 그 아저씨가 오시더니 자기집 차고로 텐트를 옮기라고 얘기를 한다. 괜찮다고 이미 짐 다 풀었다고 얘기를 하니 여기에는 안된다고 밥먹고 옮기라는 얘기에 잠깐의 짜증이 난다. 하지만 이내 감사함이 교차한다. 밤새 비바람에 어려울것이 마음에 걸려 다시 부르러 와주신것 마음이 얼마나 감사해야 할것인제 짜증이라니 내가 순례길을 걸으면서 아직도 수양이 덜 된것 같다. 바람을 피할수 있는 차고. 길옆 휴게소 보다 건물의 처마밑 보다 훨씬 좋은 아늑한 차고안으로 옮기는 상황인데 짜증이라니. 감사할 일인데 말이다.
부처님 감사 합니다. 관세음보살님 감사 합니다. 대사님 감사 합니다. 오눌도 한몸 뉘일곳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그렇게 감사함의 기도를 올리는데 한가지 문구가 떠오른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 그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며 감사하게 지내자. 단순한 생활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닥치는 대로 지내 보자. 오늘도 42번으로 욕심 안부리고 41번을 마치고 조금만 되돌아 걸어서 미치노에키로 가든가 아니면 더 서둘러서 43번 가는길에 다이시도로 가도 되었을 것을 42번에 츠야도가 있다는 착각을 하게된 것도 무엇인가 이유가 있겠지 싶다.
밤새 바람이 많이 부는치 차고의 셧터문 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그나마 차고안의 지붕이 비를 막아주고 벽이 바람을 막아주니 따뜻함마저 느낀다.
내일은 일정이 되면 별격 7번에 슈쿠보에 하루 묵어 보려 한다 산위에 절에서 하루자면서 산사의 밤을 느껴보고 싶다. 하지만 내일 걷는 거리가 어떨지 몰라 예약을 하지 않았다. 지도를 보니 거리가 많많치 않다. 예약하지 않은것이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차고에서 차면 그래도 아침에 인사는 하고 떠나야 하는데 그러면 새벽일찍이 떠나지 못할것이다. 그러면 시간계획에 차질이 오고 별격 7번이 어려워 질수 있을수도 있으니 닥치는 대로 가보자.
시간이 맞으면 한두역은 기차를 타도 될것이고, 아니면 기차탈것을 걸어서 가서 기차역에서 노숙하고 다음날 슈쿠보 예약하고 해도 될 것이다. 10월 10일에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탓는데 오늘은 11월 10일 이다. 딱 한달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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