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29일차(11월 8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6. 1. 01:27

아침에 일어나니 오늘은 다행이 비가 오지는 않는모양이다. 무슨 가을날씨가 매일매일 비내리는 걱정을 할 정도로 비가 자주 내리는지 모르겠다. 이젠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쌀쌀함이 제법 느껴지는 날씨이다. 오늘은 15킬로 정도 걸어서 아이난초 까지만 가면된다. 


고치가 끝나고 나니 각 사찰간의 거리가 몇일씩이고 마냥 걷는 것들은 없고, 하루에 한곳 이상은 들리게 되니 지루함이 덜하다. 어제 고치현에서 에이메현으로 넘어오고 나니 변하는 것이 두가지가 확실히 눈에 띄인다. 도로가에 인도가 안전하게 잘 되어 있으며, 자동차 표지판이 에히메 인차량들이 대부분 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산하나를 넘어 현이 바뀌었을 뿐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하물며 국경이 바뀐다면 더 많은 것들이 차이가 날 것이고,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틀리다라는 생각을 할때 갈등은 깊어질 것 이다.

이런 저런 생각과 감상을 가져가며 길을 걸으니 아침의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에 겹친 도로를 아침나절 2시간 남짖을 걸어서 제40번 간지자이지에 도착을 하였다. 아직은 오전시간이라 절에는 아침 분위기가 남아 있다. 날이 점점 추워지면서 걷는 순례자도 점점 줄어드는것 같다. 


제40번 간지자이지 산문


제40번 간지자이지 경내


제40번 간지자이지 대사당(금강저를 실물로 처음본것으로 기억한다)


제40번 간지자이지 본당(안에 납경속 있고, 본당을 공개하는 몇안되는 사찰이다.)


참배를 모두 마치고 납경을 받으니 납경소 직원분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영어로된 야도리스트를 하나 주신다. 그리고 무사히 결원할 것을 기원해 주신다. 이렇게 많은 배려와 도움을 받기에 이 순례길에 내가 이만큼 버티면서 걷고 있다는 생각에 모든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절 마당에 있는 벤취에서 쉬고 있자니 공사하시는 인부들이 쉬고 있는 나를 보더니 따뜻한 커피를 한잔 건네 주신다. 이제는 따듯한 차가 확실히 좋아지는 시기이니 날이 추워지긴 했나보다. 


절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대형슈퍼가 눈에 띄인다. 참새라면 일단은 방앗간을 들러 줘야 한다. 식사거리와 도시락을 사들고 조금 떨어져 있는 공원으로 향해서 점심을 해결하고, 또 쉰다. 오늘은 좀 짧게걸어 아이난초 사무소 앞에까지만 쉬엄쉬엄가면 예약해 놓은 젠콘야도가 있기에 놀며놀며 쉬엄쉬엄 가보기로 한다. 국도변을 따라 바다를 보고 계속 걷는 지루하고 단순한 길이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피곤하다. 거리를 짧게 잡았던 마음때문일까? 마음이 몸을 지배 하는 것일까? 무척 힘들고 지친 하루다. 거기다가 지난밤 이뽄마츠온천 뒤편 운동장앞에서 노숙할때 운동끝나길 기다렸다가 10시 정도가 넘어 늦게 잠들었던 것일까? 하여간 몸이 좀 편해 질려고 마음을 가지면 어느새 몸이 알아채는지 더 힘들고 지치고, 집생각까지 나게 만든다.  그냥 다 접고 집에 가고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길 끝을 봐야지. 그리고 내 방황의 종지부를 여기서 찍고 끝내고 싶다. 그렇게 쉬엄쉬엄 걸어걸어 아이난초에 도착을 해서 예약한 카사와자카 젠콘야도에 도착을 하여 주인내외분께 전화를 드리니 얼마후에 오셔서 문을 열어 주시고, 안내를 해주신다. 오늘은 나 혼자 묶을 것이라 말씀을 해주신다. 저녁밥을 보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차려주시는 일반 가정식이다. 민박집이나 식당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함과 정성을 차려주신 음식이 몸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거기다가 내일 아침에 일찍 오기 어려우니 저녁에 오니기리까지 챙겨주신다. 저녁먹으며 다음카페 동행이인 희야시스님의 안부를 전해 드리니 무척 반가워 하시며, 한국에 가려고 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큰 수술을 하셔서 건강때문에 가기 어렵다고 하시며, 주인아주머니께서 아저씨의 건강에 대하여 많이 걱정을 하신다. 시코쿠를 돌면서 느끼지만 부부들의 모습을 볼때 마다 너무 부럽다. 나이가 들수록 다정해지고 챙기는 모습. 민슈크에서 아저씨를 위해서 사케를 주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게된다. 어제 산에서 만나서 이뽄마치온센과 노숙을 동행했던 독일친구를 오늘도 길에서 보았다. 다리가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난초 사무소 앞까지 와서 노숙할 곳을 찾고 있는것을 보았다. 싼 숙소 있다고 얘기하니 고개를 흔든다. 버스 정류장은 어떻냐고 해주니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고맙다고 한다. 


이틀 텐트에서 보내고 오늘은 텐트가 아닌 편안한 방에서 샤워하고 따뜻한 밥한끼 먹고 쉴수 있는것에 감사하게 된다. 내일정도면 우지와마시이다. 인터넷을 잠시 사용할 수 있을것 같다.


내일이면 이길을 나선지도 한달이다. 아직도 무엇에 끌려서 무엇때문에 이길을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그저 아침에 눈떠서 날이밝아오면 아침 한끼 해결하고 걷고 배고프고 슈퍼보이고 자판기 보이면 먹고 물마시고 어두워질때 되면 쉴곳을 찻아 잠들고 그저 습관처럼 하게된다. 이 단순한 생활도 몸이 벌써 아는 것인지 몸이 힘들어지면 모든게 귀찮고 행동을 하기도 귀찮아 진다. 참 희안하게 현실에 적응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