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헨로고로가시로 불리는 산길을 넘어 쇼산지에 가는 일정이다. 산봉우리를 세개를 넘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텐트를 걷는데 밤새 내린 이슬과 땅에서 올라온 습기가 플라이텐트 안에 방울방울 맺혀있다. 시간이 부족하여 말릴시간이 없어서 쇼산지에 올라 시간이 되면 말릴 생각을 하고 급하게 텐트를 정리하고 짐을 꾸리고 날이 밝아오기전 미명을 느끼며 새벽길을 나선다. 산길에 걸음이 늦기에 남들보다 서두르지않으면 늦을수 밖에 없는 길이다. 어제저녁에 구입해 놓은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어제 들렀던 후지이데라에 도착을하니 7시 이전인데도 납경소에 불이켜져 있다. 아무래도 쇼산지를 향하는 일정이다 보니 이곳은 일찍부터 납경을 해 주시는 것 같다.
산길로 접어드니 헨로고로가시 1/6 이라고 6개의 급한 경사중에 첫번째라는 안내판이 눈에 띄인다. 앞으로 급한 경사의 길이 6개가 더 있다는 의미이리라....
한고비를 오르는 끝에 벤치가 하나 보이기에 배낭을 내려놓고 쉬니 일본분이 다가와서 말을 거시기에 일본어를 못한다고 얘기하고 한국에서 온 순례자라고 말을 하니 깜짝 놀라며, 내 배낭을 들어보며 무게에 깜짝 놀란다. 그러면서 땅콩과 과자등이 들어간 봉지하나를 내어주시며 가는길에 먹으라고 주신다. 감사함을 표시하고, 잠시 쉬고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오른다. 오르는 도중에 탁트이는 전망이 보이며, 어제 올랐던 기리히티지가 멀리 눈에 들어 온다.
쇼산지 오르는길의 산 중턱에서 바라본 풍경(멀리 기리히티지가 보인다)
한동안 탁트인 전망에 눈이 홀리고, 편히 쉬어갈 수 있는 휴게소에서 다시 몸을 추스린다음 또 천천히 페이스에 맞추어 발걸음을 옮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짖 누른다. 배낭의 무게가 업의 무게라는 말이 머리속을 맴돈다.
그렇게 오르는 길에 젠콘야도에서 같이 묶었던, 나보다도 뒤늦게 출발햇던 오스트리아 와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빠른 속도로 나를 앞지른다. 그들의 젊음과 체력이 부럽다. 아직도 무거운 몸에 오르막길에서는 자신없는 발걸음을 천천히 묵묵히 발을 옮긴다. 언젠가는 올라가리라는 생각과 함께.
산을 오르다 보니 작은 샘터가 나오는데 동행이인 카페의 희야님께서 적어놓은 한국어 안내문이 눈에 띄인다. 앞길을 걸어가신 분들의 배려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도 이런 삶을 살았던가 하는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친다.
그렇게 산을 오르다 보니 자그마한 암자가 나타난다. 조도안이다. 간단히 참배를 하고 옆의 벤취에 배낭을 내리고 또 한참을 그렇게 쉬었다. 시원한 그늘의 바람이 여름은 벗어나고 가을임을 느끼게 해준다. 이제 봉우리 하나를 올랐다라는 안도감이 몰려온다.
쇼산지 오르는 길의 조도안
조도안을 지나 류스이안을 향해 계속 길을 나선다. 묵묵히 혼자 이렇게 걸어가는 길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복잡한 머리속은 정리가 되질 않고, 힘든몸에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류스이안을 목전에 둔 산정상에서 다시금 뒤를 돌아보니 탁 트인 풍광이 아까 본 것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급경사를 내려가니 류스이안의 시원한 샘물이 기다리고 있다. 모처럼 맛보는 시원한 자연수의 물 맛이다. 상쾌하다.
류스이안 전에 뒤돌아본 풍경
류스이안을 지나 이제 다시 내리막을 내려가며 앞으로 다가올 오르막이 겁이 난다. 이제 두봉우리 넘었다. 이제 한봉우리 넘어 다음산에 쇼산지가 기다리고 있을것을 생각하며, 길을 걷는다.
배가 고파 오지만 이미 가지고 있던 오니기리 2개와 중간데 오셋타이로 받았던 스넥은 바닥난지 오래고, 워터백에 들어있는 물과 한국에서 준비해간 전투식량이 들어 있지만 앞으로 무슨일이 있을지 모르겠기에 전투식량은 뜯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길을 걷다 보니 갑자기 계단이 나타나며, 계단의 끝에 대사상이 보인다.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힘내어 올라오라고 반겨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렌안에 오르는 계단(계단끝에 대사상이 보인다)
조렌안 경내
남들보다 1시간 이상 일찍이 서르든 길인데도 계속 뒤쳐진다. 엄청난 경사와 산넘어 산이 실감 나는길. 급경사의 연속이 무척 힘이든다. 어제 길에서 만나 도움을 받았던 일본 분들과도 속도가 무척 많은 차이가 난다. 젠콘야도에서 만난분이 엄청난 분량의 음식을 챙긴것이 이해가 된다. 젊은 오스트리아 친구의 엄청난 속도도 부럽다. 동행한 친구의 체력과 속도도 부럽다. 조렌안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이제 부터는 내리막의 시작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출발을 하였다.
내리막길에 눈앞이 캄캄함을 느끼며 즈에에 지탱해서 내리막에 순간 멈추었다. 올라오는 일본 등산객들이 놀라서 간식과 에너지 과립과 사탕과 우롱차 까지 챙겨 주신다. 급하게 털어넣으니 살것같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찰나의 순간을 느끼니 삶에 대한 몸의 본능이 살아 난다. 내리막을 다내려와서 계곡에서 쉬면서 전투식량 한봉을 뜯어 한국에서온 젊은 친구와 나누어 먹었다. 그 에너지로 마지막 쇼산지의 오르막을 향한다.
조렌안에서 바라본 풍경
조렌안 하산길의 계곡(이곳에서 전투식량을 먹고 쇼산지를 향한 곳)
어쨋거나 매운양념과 함께 밥이 들어가니 기운이 좀 난다. 충분히 쉴만큼쉬고 나니 계속의 물빛과 아직은 가을이 아니지만 그늘의 서늘한 기온이 가을 다가옴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쇼산지를 향한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른다.
쇼산지 입구에서 뒤돌아본 풍경(걸어 넘어온 봉우리들이 보인다)
제 12번 쇼산지 산문
제 12번 쇼산지 경내
하산길에 올려다본 쇼산지
그렇게 참배를 마치고, 자판기 음료수 한잔에 고단함을 달래고, 숙소로 예약한 스다치칸을 향한다.
해가 뉘엿뉘엿 하는 산길을 한참을 더 재촉해서 숙소인 스다치칸에 도착을 하였다. 산속에 민가 몇채와 숙소 몇곳이 있다. 폐교된 초등학교가 을씨년 스럽다. 노숙은 가능하겠지만 음식과 물에 대한 부담 있는 곳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니 사진찍을 여유도 없이 길을 걷기에 바쁘다. 산길에 지친 발에 고통이 걸음걸이를 더욱 지치게 만든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해가지고 스다치칸에 도착을 하여 예약한 사람이라고 얘기를 하니 고생했다고 하며, 시원한 스타치 음료를 주신다. 상큼한 만이 지금까지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음료였다. 방을 안내받고,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로 가보니 어제 예약에 도움을 받았던 분이 먼저 와 계시고 몇몇분이 더 도착을 해서 계신다.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저녁을 먹으며, 식사후에 온천에 다녀오기로 한다. 마치 집밥을 먹는것과 같은 맛을 느낀다. 저녁식사를 하며 내일 묵을 다이니치지 전화로 예약을 부탁 드리니 전화통화가 되질 않는다. 불안하다. 더불어 내일 비예보까지 있다고 얘기를 해주시는데 내일은 어디서 하루를 묵어야 하나 걱정이다. 일단 피곤한 몸이 온천을 부르기에 스다치칸 주인아저씨의 차에 타고 유명한 가미야마 온천에서 몸을 담그니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 온천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서 빨래를 돌리고, 묵직한 다리가 염려되어 근육이완제를 한알을 먹고 내일의 숙소는 어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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