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51일차(11월 30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9. 5. 01:43
이즈마야 여관에서 느긎하게 일정을 시작한다. 오늘은 걷는 거리도 짧고 88개소 결원의 날이다. 별격 20개소 까지 합하여 108영장의 결원은 내일이겠지만 그래도 88개소 결원이라고 아침에 일어나니 감회가 새롭다.

배낭을 메고 여관을 나서는데 하늘엔 잔뜩 구름이 껴있다. 그래도 검은 구름이 아닌 흰구름 사이로 푸른하늘이 보인다. 

일본은 아마추어무선이 취미활동으로 과거에 많은 인기를 끌었고, 유명한 회사들도 많았으며,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장비의 많은 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안테나가 많이 눈에 띄는데 유독이 큰 안테나가 눈에 띄인다. 

아마추어 무선국(HAM) 안테나


아마추어 무선국(HAM) 안테나


저정도를 국내에서 설치 하려면 타워, 안테나, 로테이터 등등 하여 천만원 단위는 훌쩍 넘어갈 장비가격이라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저기에 사용되는 무전기의 가격은 또한 어느정도나 되려나? 그러면서도 또한 저 좋은 장비를 잘 활용한 실력있는 무선사일까? 아니면 그저 폼생폼사용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 그동안의 내 생활에서는 어떻했는지 생각이 든다. 순례가 끝나가니 사소한것 하나에도 내 생활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 된다. 


오쿠보지로 향하는 길(오늘 넘어야 하는 산이 보이고 저 산넘어에 오쿠보지가 있다)


오쿠보지를 향하는 길의 댐에서 보이는 사누키시


작은 호수가 눈에 들어오니 멀리 오헨로 교류살롱이 보인다. 하늘은 다시 구름이 많아 지며 어두워진다. 날씨가 참 변화 무쌍하다. 댐위에서 뒤를 돌아 보니 멀리 사누키시가 보이며, 산에 물든 단풍색이 곱다. 가을을 만끽하게 해 준다. 


오헨로 교류살롱 전에 있는 댐(멀리 오헨로 교류살롱이 보인다.)


오헨로 교류살롱


오헨로 교류살롱에 도착을 하니 10시정도가 되었다. 구름이 개이면서 맑은 하늘과 함께 따스한 햇볕이 비춘다. 예상밖으로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건물안으로 들어가니 막 오픈을 하는지 분주히 청소를 하고 계신다. 근무하시는 분이 차와 과자를 권한다. 앉아서 따뜻한 차 한잔과 과자로 잠시 한숨을 돌리고, 방명록을 내미시기에 이름을 적어 드리니 헨로미찌 홍보대사 임명장을 한장 적어 주신다. 너무 거창한 임명장이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내일 가야할 오타키지에 대한 시간을 물어 보는게 좋을것 같아 여쭈어 보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시더니 오쿠보지 앞에서 오타키지 까지 하루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을 하신다. 임도를 따라 가는길과 댐쪽으로 해서 산을 올라가는길 두가지 루트를 모두 여쭈어 보아도 쉽지 않다는 대답과 함께 댐쪽으로 해서 산을 오르는 루트는 풀이 많아서 거의 길이 없을 것이라고 얘기를 하신다. 


오헨로 교류살롱내의 88개소 그림(그림엽서로 판매를 했으면 구입하고 싶었다.)


300회 순례자의 납경장(도보로 1회에 40일을 잡으면 12,000 일이다. 365일로 나누면 약 33년을 꼬박 걸어야 300회가 된다)


전시된 자료중에 300회를 순례한 순례자의 납경장과 사진을 보면서 33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꼬박 저 길위에서 보냈을 모습을 상상하니 그 고통이 느껴진다. 


88개소 직인이 찍힌 수의


수의를 바라보며 누구나 한번은 꼭 입게 되는 옷.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입관할때의 생각이 들었다. 수의를 입혀 드리며, 마지막 얼굴을 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난 언제쯤 저옷을 입게 될까? 그리고 날 위해 슬퍼해줄 사람이 있을까? 머 이런 좀 감상적인 생각이 든다.


순례자의 후다를 출신지역별로 넣어 놓는 보드


교류살롱 안쪽에는 출신지역별로 후다를 넣어놓는 곳이 있다. 일본의 각 현별로 후다를 넣도록 되어 있다. 이곳에서 나는 외국인이었다. 후다를 한장 적어 인터네셔널에 넣었다. 이 후다들은 나중에 어떻게 관리될까 궁금해 진다. 


배낭을 잠시 맡겨두고 길건너 미치노에키에 식당엘 들러 점심을 든든히 챙겨 먹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뇨타이산의 높이가 겁이난다. 그래서 뇨타이 산을 넘는 길을 포기하고 옛날 순례길로 방향을 잡았다. 가다 보니 헨로미찌 표시가 산을 향한다. 아무생각없이 그 표지를 따라 산으로 가니 경사가 엄청나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지도와 비교해가며 계속 산속의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그렇게 1시간여를 오르니 도로와 만난다. 지도를 살펴보니 도로를 계속 따라 걸어 올라오면 되는길을 엄하게 산을 하나 넘게 되었다. 헨로고로가시인 뇨타이산을 피하려고 했더니 결국은 산길을 따라 오른셈이 되는 것인가 싶다.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를 따라 내리막을 다 내려오니 다시 언덕이 시작된다. 작은 고개를 넘어 걷다보니 내일 오타키지를 향하는 헨로미찌 이정표가 보인다. 거기서 조금더 걸으니 고개마루위로 자동차들이 다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헨로미찌는 시골길로 길을 안내한다. 이제 저고개위에 다다르면 오쿠보지가 나올것이고 이제는 결원인가 싶다. 그렇게 40분 정도를 산길을 따라 걷어 고개마루에 다다르니 서서히 오쿠보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제88번 오쿠보지 입구(석주에 시코쿠영장 결원소의 글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제88번 오쿠보지 산문(산문을 지나서 촬영하였다.)


제88번 오쿠보지 대사당


제88번 오쿠보지 대사상과 대사당


제88번 오쿠보지에 봉납된 즈에들


제88번 오쿠보지 경내


제88번 오쿠보지 본당


제88번 오쿠보지 경내(오른쪽이 본당 왼쪽이 납경소 이다)


제88번 오쿠보지 경내


제88번 오쿠보지 경내(단체 순례객을 위한 사진찍은 계단도 보인다)


제88번 오쿠보지 경내


제88번 오쿠보지 인왕문(주자창쪽 문과 또 다른 문이 있다)


제88번 오쿠보지 인왕문을 내려와서


오쿠보지에 다다라 본당과 대사당에 참배를 하고 나니 무엇인가 끝을 맺었다는 기쁨과 함께 허전함과 아쉬움이 같이 몰려온다. 납경소에 들어가니 결원서가 있기에 이것이 있으면 이 허전함이 좀 달래질까 싶어서 결원서를 한장 받고 본당앞에 서서 결원서를 찬찬히 뜯어 보았다. 이것으로 88개소 순례를 마친것인가? 어떻한 소원을 이룬것인가 모르겠지만 하여간 결원을 하였고, 주변에 참배객들도 아루키 헨로의 결원을 보는분마다 축하 해주신다. 그런데도 웬지 모르게 심난하다. 내가 이절에 납경 한쪽을 받고자 결원 증명서를 하나 받고자 50일을 걸어온것은 아닐 것인데.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절을 둘러보니 역시 결원의 절 답게 규모가 매우 크고 납경소도 무척 붐비고 있었으며, 엄청난 향의 연기가 경내를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순례객들이 참배를 하고 납경을 받고 사진을 찍으며 결원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10월에 한국을 떠나서 이젠 11월도 다 지나간다. 오롯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과 겨울의 초입까지를  시코쿠 순례길에서 길위의 삶으로 보냈다. 한국에 돌아가도 나의 상황은 바뀌어 있는 것이 전혀 없을 것이다. 이젠 새로운 직장도 구해야 한다. 모든것을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해야 하는 시점이다. 시코쿠 순례가 나에게 가져다 준것은 무엇일까? 시작할때만 해도 그저 끝까지 도는 것. 중간에는 하루하루 걸어 나가는 것만 생각을 했는데. 내일 오타키지만 다녀오면 108개소 순례를 모두 마치게 된다. 중간중간 기차며 버스도 타고 태풍도 만나고 종일 비 맞으며 걷기도 하고 뜨거운 태양아래 걷기도 하고 얼음이 어는 정도의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 탠트치고 노숙도 했다. 비오는날 길위에 서서 비에 푹젖은 빵을 뜯어 먹기도 하였고, 도시락을 구입해서 주차장 구석에 퍼져 앉아서 퍼먹기도 했고, 얻어도 먹어보고 많은 경험의 시간들이었다. 


지난 시간들이 기억이 나는 장소들과 가물가물 한곳들로 명확히 갈라진다. 그동안 순례를 햇던 절들도 그렇다. 만노이케는 직장을 잡고 휴가때 꼭 한번은 다시 찻아 보고 싶다. 그리고 안내해준 분도 다시 만나 꼭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저녁이 달고 맛있다. 결원 이라고 팥밥을 특별히 준비 해 주셨다. 걸은 거리가 짧고 점심까지 든든하게 먹고 간식까지 챙겨 먹었으니 저녁이 평소보다 덜 들어간다. 저녁을 먹으며, 내일가야할 오타키지에 대해 야소쿠보 주인할머니께 여쭈어 보니 하루에 왕복이 어렵다고 말씀을 하신다. 그래서 그럼 내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조용히 혼자 움직일테니 오늘 저녁식사후에 내일 아침과 점심 오니기리를 부탁을 드리니 많이 걱정을 하시며 심각히 고민하신다. 며느리 되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그럼 내일 아침 6시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산의 입구에 있는 가보가와소까지 자동차로 데려다 주면 거기서 부터라면 하루에 충분히 마무리 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격려를 해 주신다. 이렇게 대사님께서 마지막 까지 도와주시는건가 보다. 그렇게 도움을 받아 내일의 걱정을 덜고 나니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된다. 


내일 30킬로 짐 없이 대략 8시간이면 마무리 될 것이다. 그리고 하루나 이틀을 걸어 료젠지로 돌아가면 원점으로 돌아 온길을 되집어 오사카로 해서 교토 토지와 고야산의 오쿠노인을 참배하고, 도쿄로 해서 서울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하지? 50일 전엔 이길을 어떻게 돌지가 과제였고 이젠 앞으로 살아갈 궁리를 하는게 과제가 된다. 그러면서도 항상 느끼는 것이 밥을 먹을때 맛있다고 느끼고 하지만 웬지 모르게 급하게 맛을 음미 한다기 보다는 그저 살기 위해 사료를 먹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수가 없다. 언제까지 이 사료먹는 느낌을 가지고 살아갈지 모르겠다. 


다이니치지에서 유나씨기 말해던 대로 결원을 하면 한가지 소원은 이루어 질거라고 기원을 해 주었는데 그렇게 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함과 잘못의 참회와 나의 삶의 길에 대한 기원을 한다. 내 삶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