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5일차(10월 15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4. 1. 22:28

어제 묵었던  스다치칸에서 다이니치지 슈쿠보에 예약을 하고자 전화를 하였지만 통화가 안되어 걱정이 된다. 

어제 넘었던 쇼산지 산길이 무척 힘들었던지 아침에 출발이 예상보다는 늦어져서 7시를 훌쩍 넘긴시간에 동행과 함께

스다치칸의 전통인 순례객과의 사진을 남기고 출발을 한다. 그때 받았던 사진은 지금도 고이 보관하고 있다.


순례객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셨던 스다키칸 주인 내외분



숙소도 예약이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걱정 이된다. 길을 나서는데 날이 잔뜩 흐리고 비예보가 있었는데 다행이도 비가 뿌리지 않아 부지런히 길을 서두르는데  9시경 부터 비가 내린다.


처음입어보는 판초우의가 혼자입을 수가 없다. 동행도 나와 동일한 판초를 가지고 있다. 서로서로 도와주며 주섬주섬 입고 길을 채촉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마땅히 쉴곳을 못찻아 점심때 까지 계속 걷다 보니 민가의 주차장에 비를 피할만한 곳이 보이기에 냉큼 들어가서 우의를 벗고 배낭을 내린다. 그제야 어깨와 다리의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오전내내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강행군을 한 탓이리라.


주차장 처마아래 쉬면서 밥먹고 있는데 차 한대가 주차장으로 진입하고자 하기에 얼른 배낭을 들고 피려고 하자 괜찮다고 하며, 차가 처마있는 주차장의 옆으로 주차를 한다. 걷는 순례자라고 하며, 죄송하다고 인사를 드리니 걱정말고 쉬다가라며 격려까지 해주신다. 고맙다. 그렇게 스다치칸에서 싸주신 주먹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빗속의 길을 다시 재촉한다.


길을 계속 걸어 가미야마초가 나오고 쉴곳을 두리번 거리던 차에 공민소(우리의 동사무소) 벤치와 쉴만한 곳이 보이기고 처마아래 일본 헨로 부부가 쉬고 계시기에 얼른가서 배낭을 풀고 몸을 쉬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오늘 비오는데 숙소에 대한 질문을 하기에 지난 밤의 사정얘기를 하니 다이니치지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주신다. 다행이도 다이니치이에 전화를 받으시기에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묘선스님을 연결해 주시고, 슈쿠보는 오늘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이 태풍에 어쩌려고 하느냐고 걱정을 해주신다. 그러시면서 제대로 식사는 대접을 못해주니 식구들 끼리 먹는 밥이라도 괜찮으면 오라고 말씀해주신는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쉬고, 다시 길을 나서며, 중간에 동행은 먼저 다이니지치 슈쿠보로 가도록 하고, 나는 별격 2번 도카쿠지로 향하였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 세차게 내리고 신발엔 이미 물이 흥건하다. 낡은 등산화라 한국에서 그렇게 방수제와 발수제를 뿌리며 준비를 했지만 계속 내리는 비에는 속수 무책이다. 중간에 쉬고싶어도 판초우의를 혼자 입을 자신이 없다 보니 판초를 휴게소가 보여도 판초를 벗고 쉬는것을 생각하기 쉽지 않다. 어서 익숙해 져야 하는데 문제이다.


이정표를 따라 한참을 걸어 별격2번 도카쿠지에 도착을 하니 3시가 훌쩍넘어 가는 시간에 비가 계속 내리니 날이 벌써 어두워 지려고 하는 느낌마저 받는다. 참배를 하고 납경을 받고, 납경소의 스님 도움으로 다시 판초를 입고, 제13번 다이니치지를 향하여 온길을 되집에 부지런히 걸었다. 계속 내리는 폭우에 주변 경치도 눈에 안들어 오고 사진을 찍어볼 염두도 내질 못한다. 이날은 아침에 출발할때 사진 딱 한장이 남아 있을 뿐이다. 참 마음의 여유가 없는날이다. 순례5일만에 폭우를 만나니 그저 한끼의 식사 해결과 밤에 잘곳의 걱정이 앞선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사진에서 많이 본 무형문화재 전수소 간판이 보이고, 다이니치지가 가까워져 있음을 알려준다. 다이니지치에 도착하여 납경소에서 저는 한국인이고 전화를 했습니다. 라고 일본어로 말씀드리며 납경장을 내밀자 뜻밖에도 또렷한 한국어도 이야기 들었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을 하시는 인자하신 어른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시며 정성을 다하여 납경을 해 주시더니 납경소 밖의 옆문으로 가라고 이야기를 하신다. 옆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동행했던 젊은 친구가 나와서 반겨준다. 그리고 배낭을 옮겨주고 방을 안내해주며 화장실이며, 욕실등을 안내해 준다. 그렇게 방에서 한숨돌리고, 있자니 묘선스님의 제자분이신 유나씨가 와서 이런 저런 안내를 해주며 젖은 신발에 넣을 신문까지 챙겨주신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니 온몸이 녹아 내린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가니 아까 납경소에서 뵜던 분이 묘선스님의 아버님 이시다. 다시한번 아버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또한 저녁식사를 정성껏 마련해 주신 유나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다이니치지의 주지이자 오늘의 편안함을 베풀어

주신 묘선스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모처럼의 한국식 음식이 너무 맛있다. 파전이며, 김치며 반가운 음식이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하며, 묘선스님께 좋은 법문도 많이 들었다. 따뜻한 밥한끼와 김치한그릇이라고 표현은 하시지만, 나에게는

그 어떻한 밥상 보다도 훌륭하고 감사하고 따뜻한 저녁 이었다.

저녁식사를 하며 들으니 오늘 온 비가 태풍이라고 말씀을 하신다 그러면서 많이 걱정했다는 스님의 말씀에 깜짝 놀랐다.

그럼 내가 태풍속을 그렇게 정신없이 겁도 없이 걸었던 것이가? 역시 무식하면 용감해 지는 가보다.

 

숙소에서 비에 젖은 옷들과 널어 말릴것들을 정리하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