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54일차(12월 3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9. 15. 22:29

이른아침부터 료젠지를 향해 길을 갈었다. 첫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한낮에 도착하여 허겁지겁 그저 바쁘게 움직이기만 하였던 날. 뭐가 먼지도 모르게 그저 참배, 납경 그리고 사진찍기 바빴던 시간들. 10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늦게까지 30도가 훌쩍 넘었던 무더위와 함께 강렬한 햇볕. 


이제는 계절이 변하여 추워진 날씨와 함께 햇볕이 따사롭다. 이른 아침시간 출근길하는 사람들과 차량들, 그리고 학생들로 도로가 조금은 분주하다. 두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을 걸어서 료젠지에 도착을 하였다. 


료젠지에 도착을 하여 산문을 바라보니 이제 돌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료젠지에 도착하여 참배를 하고 그동안 무탈하게 일정을 마무리 하게된것에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제 앞길에도 계속 동행이인 해주시며 제 삶의 길을 열어 달라고 기원들 드렸다. 


제1번 료젠지 경내(은행나무의 노란 단품이 햇볕을 받아 더욱 노랗게 보인다)



제1번 료젠지 대사당


제1번 료젠지 목탑



제1번 료젠지 본당


제1번 료젠지 경내(본당 앞에서 바라본 경내)


제1번 료젠지의 본당 앞 작은 폭포


제1번 료젠지 산문 가기전 도라이


마지막날 시간의 여유가 넉넉해서 인지 첫날 허둥거렸던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니 채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많은 것들이 모인다. 첫날의 기억과 비교해 보니 시간의 변화를 완연히 느낀다. 납경소 앞에 가보니 첫날과 변한것이 있다면 첫날은 에어컨이 가동되었는데, 이제는 난로가 놓여져 있다는 것 이외엔 변한것이 없다. 이분들의 일상속에 나는 그저 잠시 스쳐지나가는 헨로였을 뿐인데 라는 생각이 들며, 지나온 길에 신세를 지고 폐를 끼쳤던 많은 분들이 생각이 난다. 


납경소를 바라보며 마지막장에 료젠지의 납경은 따로 받지를 않았다. 순례전 다른분들의 순례기를 읽으며, 과거에는 따로 받지 않았으며, 료젠지에서 파는 납경장에만 마지막에 료젠지가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도 나고, 또한 원을 그리며 순례를 마쳤지만, 웬지 납경장엔 원을 미완성으로 남겨 놓아야 납경장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다시 이 길에 돌아올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렇게 108개의 절을 돌며 그리고 처음의 시작점으로 돌아와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참배를 마치고 료젠지 산문옆에 있는 휴게소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일본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인데 나루토니시 정류장에서 오사카로가는 버스의 예약을 부탁 드릴 수 있는지를 여쭈어 보니 일하시는 분께서 아주 흔쾌히 버스시간표를 꺼내어 친절하게 예약을 해 주신다. 40분뒤의 버스도 있고 충분히 탈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지만 웬지 허전하고 아쉬운 감에 1시간 30분 정도 후의 버스로 예약을 하고 가게앞에 있는 벤취로 나와 따뜻한 햇볕을 쪼이며 한참을 주변을 둘러본다. 



50여일을 넘게 같이한 배낭과 동행이인 뺏지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그리고 많은 보살님 순례길을 무탈하게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 합니다.

대사님 이 먼길을 무탈하게 동행이인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잘못가고 있는 길을 일러 주셧던 분들, 힘든길 차를 태워주시며 격려 해 주셨던 분들, 흔쾌히 절의 경내에 그리고 자신의 집 차고에 텐트를 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을 흔쾌히 재워주셨던 분들, 그저 잠시 스쳐지나가는 헨로일뿐인데 불러서 오차며, 음료수며, 사탕이며, 과자며, 심지어는 돈까지도 되레 받아 주셔서 감사 하다고 하시며 내미시던 분들, 일본어도 잘 되지 않는 외국인을 위해서 흔쾌히 숙소의 예약전화를 해 주시며, 나중에 확인까지 해 주셔셨던 분들. 힘내라고 격려 해 주셨던 분들. 헨로미찌 중간중간 수많은 휴게소를 세우고 유지하며 헨로들을 위해 많은 것들을 제공해 주시는 모든 분들. 이 모든 분들께 감사 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50여일은 그저 내가 헨로를 걷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많은 것들을 받아도 되는지 싶었던 날들의 연속 이었다. 내가 이 길을 걷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이 머리를 영화필름처럼 지나간다. 이전에는 그저 스쳐 지났던 아주 작은 것들 조차도 감사함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부처님과 대사님께서 나를 헨로미찌로 이끌었던 것 이었을까?


이제 백의인 하쿠이를 벗고, 납경장과 주다부쿠로를 정리하여 배낭에 넣으니 이제부터는 일반여행자 이다. 웬지모를 다름이 느껴니다. 단지 하쿠이를 벗었을 뿐인데 말이다. 다시한번 마음을 가다듬으며, 이 순례길에서 느꼈던 것들중에 절대로 감사한 마음만은 잃어 버리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마음깊이 기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