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순례 - 53일차(12월 2일)
이틀을 묵었던 민슈크를 떠나 출발점인 료젠지를 향해서 길을 잡았다.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아 미명의 어둠이 서서히 사라지는 새벽시간에 출발을 했다. 기리히티지 앞으로 향해 가는길과 오사카도게를 넘는는길로 크게 두가지 루트로 나뉘어 지는 길이다. 별격 20영장을 순례하며 절마나 하나씩 구입한 염주알로 염주를 만들기 위해 기리하타지 앞에 염주만들어 주는 곳에 들르기 위해 기리히티지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내리막을 걷는다.
산을 내려와서 뒤돌아본 뇨타이산과 오쿠보지
별격 제1번 타이산지에서 받은 광고전단에는 기리히티지 앞에 있는 가게에서 오스카다를 표구도 해주고, 염주도 만들어 주고 우편으로 보내준다는 안내가 있어서 당일로 된다면 기다려서 받아가면 좋을 것이고, 안된다면 우편송료를 지불 하더라도 어쩔수 없이 맡기고 가야할 상황이다.
오전나절을 걸어 기리히티지 앞에 다다르니 두달전 왔던 모습이 생생히 기억이 난다. 틀림없이 저 가게도 보고 지나쳤던 곳인데, 그때는 단순히 순례용품 판매하는 곳으로만 생각하고 지나쳤던 곳이다.
기리히티지 앞에 염주만들어 주는 가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기 일본 특유의 손님 반기는 이라세이마세 하는 소리가 더이상 낮설지가 않다. 염주를 만들어 왔다고 하며 배낭을 풀어 염주를 꺼내 놓았다. 그리고 문제가 내 일본어가 여기까지 였다. 가게에 다행히 영어를 하시는 분이 계셔서 서로 떠듬거리며 염주를 만들고, 거기에 중간에 들어갈 플라스틱알이 아닌 좀 가격이 나가더라도 제대로 보석도 넣고, 타슬도 붙이고 여러가지 옵션을 고르고 한국에 배송할 우편요금 확인을 부탁하니 우체국에 전화를 하며 시간이 약간 걸린 후 한국까지 우편요금이 너무 비싸니 지금 시간이 괜찮다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기다려 준다면 바로 염주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가게에서야 우편요금은 어짜피 고객에게 물리는 것이니 원칙대로 해도 별 문제가 없을것을 한국사람이 걸어서 별격까지 순례를 했다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바로 제작하여 준다고 해서 오차를 마시며 30여분을 기다리니 멋기게 완성된 염주를 내어 주신다.
별격 20영장 기념 염주(염주알 하나하나 마다 절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염주를 받아 배낭안에 고이 보관을 하고, 제1번 절인 료젠지로 가기 위해 이제부턴 처음에 걸었던 순서의 역순으로 가야하는 길이다. 역순의 첫번째인 호린지에 들렀다. 호린지는 3일째날에 경내에서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셨고, 즈에도 얻은 곳이다. 다시 들러 다시 참배를 하고, 도움을 주셨던 스님을 다시 뵙는다면 감사의 인사도 드리고, 호린지에서 얻었던 즈에는 다시 호린지에 있던 자리에 놓고 오고자 하는 마음으로 들렀다. 그동안 동행이인 해주신 대사님께 감사를 드리며 즈에를 처음 있었던 꽂으니 비슷했던 길이가 확연히 줄어든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참 길고 험난한 여정을 같이 해온 즈에. 홍법대사님의 화신이라 불리는 즈에를 처음 얻었던 곳에 두고 오면서 마음으로는 계속 홍법대사님께서 함께 내 앞길을 동행이인 해주시리라 믿는다.
호린지에서 참배를 마치고 잠시 쉬고나니 점심때가 지나간다. 그래도 오늘 점심식사는 순례 둘째날 시코쿠에서 처음으로 식당엘 들렀던 해피레스토랑의 주인내외분을 다시 뵙고 싶어서 배고픔을 잠시 참고 길을 계속 걷는데 멀리 눈에 익은 주라쿠지의 콘크리트 산문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이는 주라쿠지 산문
몇일째 비도 내리지 않고, 날씨도 아주 쾌청하다. 낮의 햇볕은 따가운 가을 햇볕이다. 거기다가 열심히 걸으니 춥지 않고 오히려 낮시간에는 덥다고 느껴질 정도 이다. 그러나 잠시 걸음을 멈취고 쉬면 바로 몸이 식어 추워진다. 역시 겨울이 오긴 한것 같다.
점심시간을 훌쩍넘겨 시코쿠에서 처음으로 식당에서 밥을 사먹었던 그리고 감과 오니기리까지 내어주시던 해피레스토랑에 주인 내외분을 뵙고 싶어 다시 찾았다. 순례를 하며 더위에 치쳐서 힘들때 헉헉 대며 들어가 중화소바를 한그릇을 맛있게 먹었던 해피에스토랑엘 다시 들렀더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기억을 해주시며 아주 반갑게 맞이 해준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다가 아주 모처럼 만난 사람 같다. 결원을 축하 해주며 김치며 고로케며 샐러드며 두부 등을 서비스라고 대접을 해주신다. 전에 먹었던 중화소바를 주문하여 순례이틀째를 생각하며 감사하게 고픈배를 채우고 선물을 하나 드리려고 잠시 밖에 나갔다 오는 사이에 초콜렛 과자를 내어 주시며 다시 축하 인사를 건넨다. 감사하게 받아들고 길을 나선다.
료젠지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하여 순례첫날 묶었던 니조부지공무젠 젠콘야도에서 시코쿠에서의 마지막 밤도 보내려고 한다. 반나절을 걸으면서 처음 순례를 나설때와의 막막함과는 다른 내 앞날에 대한 막막함에 답답함을 느끼며 발걸음이 무겁다. 젠콘야도 앞에 도착을 하니 관리하시는 주인아저씨게서 길가에 감이며, 곶감등을 내어 놓고 팔고 계시다. 순례자인데 오늘 하루 묵어 가고자 한다며 말씀을 드리고 300엔을 드렸다. 방엘 들어가보니 변한것은 없는데 다다미가 새로 한장 더 얹져져 있다. 길건너 자판기에서 사이다를 한캔 사와서 마시고 있자니 주인아저씨가 혹시 술 아니냐며 물어 보시기에 사이다를 보여드리니 술은 절대로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씀 하신다. 얼마전에 한국사람이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웠다는 말을 덧붙여 하신다. 서로의 배려심으로 깨끗하게 사용을 해야 뒤에 오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것인데 아쉽다.
첫날 묶었던 니조부지젠콘야도에 도착을 하여 짐을 풀고 다리를 쉰다. 난방이 안되는 곳이라 밤에 춥고 찻길바로 옆에 위치하여 시끄러운 곳이지만 첫날밤을 지냈던 곳이라서 그런지 낮설가 않고 정겹다. 이곳에서 오늘을 마감하며 쉬고 내일 료젠지에 참배를 하고 버스를 타면 시코쿠에서의 모든 일정은 마무리 된다. 처음 60일을 예상 하고 시작을 했고 중간에 빨리 돌아가자고 마음먹고 대중교통을 좀 이용하여 예상보다 일주일 정도 당겨서 마무리를 하게 된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집에 가야지 하는 생각이 크다. 집엘 가고 싶다. 이게 향수병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동안 집엘 가고 싶다는 생각이 크지 않았는데 어제 오후 문득 집에가자 하고 입에서 말이 튀어나온 이후 부터 집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
내가 이길의 시작점으로 왔듯이 내자리를 찾아서 돌아가야 하는데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내일의 순례 마무리와 교토의 토지, 고야산 참배 일정이나 마무리를 잘 하자. 그리고 도쿄에서 거리를 거닐어 보자. 무엇인가 있겠지. 시코쿠를 걸으면서도 항상 어려운 상황 상황마다 해결방법이 나타나지 않았던가. 돌아가서도 분명 내 생각대로 될것을 믿어보자. 첫날이 생각난다. 허겁지겁 정신없이 와서 5번절에 납경시간 놓쳐서 해가 뉘엿뉘엿 남어가는 시간 이었다. 그때는 해가 좀 남아 있었는데 지금은 5시면 깜깜하니 계절도 바뀌고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