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순례 - 49일차(11월 28일)
간밤에 비바람이 강하게 몰아쳐서 한밤중 자다가 일어나서 어쩔수 없이 배낭을 좁은 텐트 실내에 넣고 발을 제대로 펴지 못한 상태에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온몸이 뻐근하고 허벅지와 종아리는 그대로 굳어져 버린듯이 통증이 온다. 바닥의 찬기를 매트가 제대로 막아 주질 못하고 올라온다. 에어매트가 아쉽다. 밤새 내린비는 좀 그치더니 강한 바람은 아침이 되어도 그칠줄을 모른다. 겨우겨우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산길을 따라 내리막을 40분쯤 걸으니 네고로지의 산문이 나타난다.
제82번 네고로지 산문
제82번 네고로지 산문옆의 전설의 괴물상
제82번 네고로지 산문지나 독특한 형태의 계단
제82번 네고로지 본당
제82번 네고로지 본당 앞 회랑에서 바라본 경내
제82번 네고로지 회랑을 지나며 있는 보살상들
제82번 네고로지 본당입구
제82번 네고로지 본당
제82번 네고로지 대사당
제82번 네고로지 경내
제82번 네고로지 경내
제82번 네고로지 경내
이른아침의 네고로지에는 연세가 무척 많이 드셔서 몸을 움직이시는것 조차 불편해 보이시는분이 납경소를 열고 경내를 청소하고 계셨다. 낙엽이 흩어져 있는 경내는 지난밤의 강한 바람을 짐착케 해준다. 네고로지는 본당을 가려면 회랑을 빙 돌아서 가도록 다른절과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산문을 지나 계단도 내리막과 오르막이 이어지도록 해 놓아서 인상적이었다.
산길을 계속 내려가 별격 제19번 코자이지로 길을 잡는다. 지도를 보니 어제밤에 텐트를 쳤던 산을 빙돌아서 코쿠분지까지 가야 하는 길이다.
하산길에 바라본 세토내해와 혼슈
한시간을 조금 넘게 산길을 내려오면서 세토내해를 바라다 본다. 구름이 잔뜩끼인 바닷가의 하늘이 사람을 더 힘들고 우울하게 만들어 준다.
별격 제19번 코자이지 산문
별격 제19번 코자이지 본당
별격 제19번 코자이지 본당
별격 제19번 코자이지 비사문천당
별격 제19번 코자이지 종루와 경내
별격 제19번 코자이지 대사당
이제 겨우 10시인데 몸이 많이 피곤하다. 코자이지에서 마을길을 걸어 나오니 제법 큰길과 만나며, 상가도 많이 보인다. 거기다가 우동집까지 있다. 낼름 들어가서우동 한그릇을 주문하여 따뜻한 국물과 함께 사누끼우동의 쫄깃한 면발을 흡입한다. 우동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오니 멀리 기차역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기에 주저없이 기차역으로 향하여 고쿠분지까지 두개역을 기차를 타고 코쿠분역에서 내리니 바로 길건너가 고쿠분지이다.
제80번 코쿠분지 산문
절의 규모가 과거 국가에서 지원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듯 주변엔 발굴작업이 진행이 되고 있었 그 규모도 제법 크다. 산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니 절의 규모도 크지만 경내의 울창한 나무와 잘 정돈된 모습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제80번 코쿠분지 경내 본당가는 방향의 길
제80번 코쿠분지 본당
제80번 코쿠분지 대사당과 납경소가 함께 있다.
제80번 코쿠분지 경내
제80번 코쿠분지 종루
제80번 코쿠분지 종(우리나라의 삼국시대 정도에 주조된것으로 아직도 사용할 정도로 상태가 좋다)
제80번 코쿠분지 경내
납경소 앞의 벤치에 잠시 앉아 있자니 따사로운 햇볕이 온몸을 감싸며 온기를 더해준다. 편안하다.
고쿠분지를 나서 이치노미야지를 10킬로 미터 가까이 3시간여를 넘게 걸아야하는 일정이 남아 있다. 가을볕이긴 하지만 오후의 햇볕이 따갑다. 중간에 길을 잘못들었는지 가다가 이정표를 보니 82번절의 오쿠노인을 향한다는 표시가 있다. 지난밤 눈보라속에서 잠을 설치니 집중력도 흐트러 진다. 거기다가 체력도 받쳐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생각같이 몸이 움직여 주질 못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 다시 천천히 지도를 읽어 나침반으로 방향을 가늠하고 지도책에 나타나 있지 않는 곳의 길을 가늠해 걷다보니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Y Shop가 나타난다. 근 20여분의 거리를 한시간이 넘게 돌아 왔다. 기차를 타면서 편하고 빨랐던 시간이 여기서 이렇게 소비될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래서 정직하게 원칙대로 행해야 하는것인가 싶기도 하다. 이제부터는 납경 시간을 맞추어 이치노미야지에 도착하는 것이 과제가 되어 버렸다. 오늘은 이치노미야지 근처에 있는 헨로코야에서 노숙할 생각으로 2시간을 넘게 걸어 이치노미야지 가기전에 있는 헨로코야에 들러보았더니 동네 한복판에 있고 거기서 텐트를 쳤다가는 아무리 헨로라도 딱 신고 되기 좋거나 아니면 동네 원숭이 되기 너무나도 좋은 위치여서 과감히 포기하고 우선 이치노미야지에 참배를 마치고 생각키로 하였다.
제83번 이치노미야지 입구
제83번 이치노미야지 산문
제83번 이치노미야지 본당
제83번 이치노미야지 대사당
제83번 이치노미야지 열탕지옥의 끓는 소리를 들을수 있다는 탑(지은죄가 많아 무서워서 머리를 넣어보지는 않았다)
이치노미야지에 참배를 하고 둘러 보면서도 눈에 잘 들어오질 않는다. 오후가 되니 더 집중력이 떨어진데다가 길을 질못들어 한시간 이상을 헤메고 나니 더욱 힘들다. 납경을 마치고 납경소에 잘만한 숙소를 문의하니 추천해 주는곳들은 스도마리도 4,000엔을 넘어서며, 유스호스텔에 확인하니 4200엔 으로 너무 비싸다. 야도 리스트를 보다 보니 결국 좀 떨어져 있어서 교통비가 들어가도 3000엔 하는 타이야 민박을 보고서, 어떻게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참배온 일본분이 다행스럽게도 말을 걸어 주신다. 늘상 주고받는 대화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저는 한국인이고 걸어서 노숙하며 순례하고 있습니다. 등등 그리고 나서 그 일본 참배객에세 예약을 부탁 하였더니 아주 흔쾌히 예약을 해 주시고, 가는 방법도 친절히 일러 주시며, 전차를 갈아타는 역까지 아주 자세하게 일러 주신다.
참배를 마치고 20분 정도를 걸어서 이치노이먀 전철역으로 향하는도중에 이미 날은 저물어 어두워 지기 시작을 하고 있다. 전철을 타고 30여분 가와라마치역에서 시도역으로 향하는 전철을 갈아타며 창밖으로 다카마스 시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다카마스 시내를 볼 기회는 사라지게 되나 싶다. 다카마스의 유명한 란쯔린 공원도 못보게 되지 싶으면서도 과연 내가 다카마스 시내를 걸어서 지나왔어도 그 공원을 둘러보러 들렀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전철을 타고 가는 도중에 안내방송을 알아듣기 힘들어 주변에 확인을 하니 종점까지 가면 된다고 일러 주시며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기요츠케테" 인사를 하시며 지나가신다. 그 한마디가 마음에 와닫는다. 시도역에 도착하여 물어 타이야여관에 들어 짐을 내려놓으니 그제서야 한숨이 나오며 몸에 힘이 좌악 풀린다. 타이야여관은 새로지어서 아주 깨끗하고 정갈한 곳이었다. 다만 스도마리로만 운영한다는 아쉬움이 있는 숙소이다. 거기다가 목욕후에 빨래는 하려고 하니 주인아저씨께서 세탁하여 깔끔하게 개어서 방으로 가져다 주시는 친절까지 베푸신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와보니 반찬가게 처럼 보이는 도시락집이 있기에 들어가 보니 1층에서 음식을 구입하여 2층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꾸며 놓았는데 아주 정갈하게 그리고 엔틱하게 사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분위기로 만들어 놓았다. 거기다가 주인아주머니께서 영어를 아주 잘 하셔서 불편없이 저녁을 해결하고 나서 계산을 하는데 감자 샐러드 등을 오셋타이라며 건네 주신다. 너무나도 감사한 저녁식사 였다.
힘든 하루다. 세토내해의 아름다운 풍광도 네고로지의 가을정취의 산도 오늘은 몸 상태가 함드니 잠시 느끼기는 해도 감흥이 덜하다. 이제 남은 일정은 4일이다. 이제 4일정도 남은여정 모두 숙소에 묵어가며 일정을 마무리 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아무래도 오셋타이로 받은 큰돈이 마지막에 이 힘든고비를 노숙하지 말고 순례를 잘 마무리 하라는 동행이인 하시는 대사님의 뜻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시코쿠에서 내가 예상했던 20만엔 정도의 예산에 맞추어 순례를 마칠 수 있을듯 하다. 순례중간에 오셋타이로 받았던 큰 큼액이 마지막에 이렇게 도움이 되면서도 딱 떨어지게 맞는 금액이 되는것도 신기하다.
내일은 낮에 시간이 되면 대한항공에 전화를 해서 귀국 스케줄 변경이 가능할지 확인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