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3일차(10월 13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3. 16. 20:58

 

지난밤 날씨가 제법차다.

낮에 기온이 높아 대충 방심하고 잔것이 새벽녁에 추우워서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절에 참배 오시는 분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정리를 하고, 떠날 차비를 하였다.

 

아침햇살이 비쳐오는 제9번 조린지 산문

 

 

아침햇살이 비쳐오는 제9번 조린지 경내

 

떠날채비를 하니 전날 밤에 이런 저런 안내를 해주셨던 스님이 나오시더니 밤새 별 일 없이 잘 지냈는지를 물어 보며 따뜻한 차한잔과 빵두개를 내주신다. 감사함의 표시로 한국에서 준비해간 책갈피를 스님과 납경소 직원분께 건네 드리고 길을 나설 준비를 서둘렀다.

 

 

조린지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스님

 

 

길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 보니 역시 낮에는 아무리 더워도 계절의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가을이다. 감이 익어가고 은행나무에 단풍이 들고 이런것들을 왜 그동안 보지 못하고 살았지 싶다. 길을걷다 보니 제10번 기리히티지의 유명한 333계단이 앞에 나타났다. 

제10번 기리히티지 입구의 333계단

 

 

옆에 도로도 모이지만 무엇인가에 이끌리듯이 계단으로 발을 올렸다. 그러면서 한걸음 한걸음 버티며 올라갔다. 이계단의 끝에 무엇인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홀려서 올라간 기리히티지 였다.

 

제10번 기리히티지의 전설이 어린 동상

 

절에 올라서니 코보대사에게 새 비단을 서스럼없이 잘라서 희사하고 즉신성불 하였다는 처녀의 동상이 서있다.

한참을 서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생각하며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제10번 기리히티지의 가장높은 곳에 서있는 목탑

 

 

기리히티지 목탑의 내부

 

참배를 하고, 위쪽에 목탑이 보이기에 올라갔다. 산중턱에서 바라보이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요시노가와와 내일 넘어야할 산이 보인다. 시원한 전망에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기리히티지 목탑앞에서 바라노는 아와시 들판의 모습

 

절을 내려오는데 왼쪽 엄지발쪽이 따끔거리며 물집이 생기는 것이 느껴진다. 3일만에 이렇게 물집에 생기니 걱정이 덜컥 앞선다. 안티프라민도 충분히 발라주고, 쉴때마다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쉬어서 별 탈이 없을줄 알았는데 따끔거리는 발이 너무 아파 내려오는길에 가게 앞에 마루에 앉아서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쉬고 있으려니 연세가 드신 일본 오헨로께서 오시더니 왜그러냐고 물어 보시기에 물집을 가르키니 많은 걱정과 함께 가지고 계신 일회용 반창고와 함께 면반창고를 나누어 주시면서 붙이는 방법까지 친절히 알려 주시며, 붙여 주시기 까지 한다. 이런 도움을 길에서 받을줄은 생각도 못하였는데, 감사함을 표시하고 쉬면서 얘기를 하다 보니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은퇴하시고, 매년 순례를 도신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일정을 물어 보기에 오늘은 후지이데라 앞의 기모노유온센 젠콘야도에서 자고 내일 쇼산지를 갈거라 하니 쇼산지 넘어 숙소는 정했냐고 물어 보시기에 스다치칸을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하며 아직 예약을 못했다고 하니 본인도 스다치칸에 예약을 했다고 하시기에 덥석 예약을 부탁 드리니 아주 흔쾌히 전화로 예약까지 해 주신다. 너무나도 감사하다.

 

기리히티지 앞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일본 오헨로상(이름을 적어 받았으나 쪽지를 잃어 버렸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나는 후지데라이를 향하고, 도움을 주신 일본분은 기리히티지에 참배를 위해 올라가시면서 나중에 또 볼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12시가 다가와 지면서 다시 낮의 햇볕은 뜨거운 여름처럼 사람을 지치게 한다. 지도를 보고, 본래의 루트에서 벗어나서 질러가는 길을 보고 너무 힘들어서 짧은길로 가기를 결정하였다. 그러나 길을 엄청 헤메고 1시간정도에 갈 거리를 2시간이 넘게 빙빙돌아 겨우 겨우 본래의 순례길을 찾아서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슈퍼에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찾아가보니 슈퍼는 문이 닿혀있다. 지쳐서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를 뽑아 마시며 그늘에서 쉬고 있으려니 젊은 학생같이 보이는 헨로상이 지나가며 인사를 한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저 일본어 잘 못하는 한국사람이라고 얘기를 하니 깜짝 놀라며, 저도 한국사람이에요 하며 반갑게 다가온다. 무척 반가웠다. 대구한의대1학년 마치고 지금은 휴학중인 학생이었다. 순례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한국 사람이었고, 3일을 같이 동행하며 힘든 순례길에 길동무가 되었다.

 

아무리 덥고 힘들어도 가야할 길을 가야 했기에 길을 걷는다. 눈앞이 탁 트이며 요시노가와가 나타난다.

 

요시노가와 초입의 다리위

 

 

요시노가와를 건너서 강둑에서 바라본 모습(멀리 기리히티지가 보인다.)

 

강을건너면서 바라보니 물색이 참 아름답다.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강을건너 강둑에서 뒤돌아 보니 멀리 오전에 참배한 기리히티지가 보인다. 이제 동네가 나타나니 편의점이든 슈퍼든 찾아서 점심을 해겨해야 한다. 들판을 지나며, 강을 건너기까지 마땅히 먹을 것을 구할 곳이 없었다. 슈퍼가 보이기에 들어가서 도시락과 생선회 등을 구입하여 점심을 해결하고,

후지이데라를 향한다. 이제 남은거리가 얼마 안되기에 쉬엄쉬엄 가면서 후지이데라에 도착을 하였다.

내일은 헨로고로가시라 불리는 12번절을 가야 하기에 좀 짧게 쉬면서 넘어 가려고 한다. 11번절 까지 납경하고 근처에 젠콘야도 에서 하루는 온천도 하면서 묵어야 겠다. 

 

 

제11번 후지이데라 산문과 경내

 

참배를 마치고 다시 돌아내려와 주차장에서 쉬면서 지도를 보고, 오늘을 보낼 기모노유온센을 가름해 보고 길을 잡았다.

동네를 돌아 기모노유온센의 젠콘야도를 찾아 온센 프론트에서 오늘 하루 묵을 것을 승인받고, 젠콘야도에 가니 먼저오신 헨로상이 있었다. 일본사람인데도 영어를 무척 잘하고, 여행경험이 풍부한 느낌을 받았다. 젠콘야도에서 자전거를 빌려주기에 저녁과 내일 쇼산지 오르는 길에 먹을것을 준비하러 가려고하니 같이 동행했던 젊은 친구가 내것까지 구입해 오겠다며, 자청을 하기에 고마운 마음이 부탁을 하였다.

 

그렇게 저녁을 준비하고, 모처럼 온천의 따뜻한 물에 몸을 풀고, 저녁을 먹고 있으니 오스트레일리아 젊은 친구가 온다. 4명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이 흐르니 10시가 다되어 간다. 내일을 위하여 쉬어야 할 시간이다. 한국대학생을 보니 그동안은 민숙이나 비즈니스호텔을 이용하였기에 젠콘야도의 부실한 시설에 밤에 추울 것이라고 단단히 일러 주었다. 장비가 부실한 것이 걱정이다. 젠콘야도와 값싼 숙소등 길을 걸으며 내가 구해온 정보를 알려주었다.

 

오늘은 기리히티지에서 일본분을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고. 숙소 예약까지 도움을 받았다. 더불어 점심때 길을 잃고 헤멘 덕분에 한국인 대학생을 길동무로 만나서 오후 내내 동행하면서 여러 정보들을 알려 주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젊음이 부러웠다. 이런저런 인연들이 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면서 이길을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