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45일차(11월 24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7. 30. 00:24
높은산에 위치한 운펜지의 가을밤은 추웠다. 바람소리에 자다가 잠이 깨서 겨우 새벽녘에 잠이 들었지만 석유스토브 덕분에 따뜻하게 자고 일어나니 참 좋다. 그동안 지니고 다니던 비상식량과 발열팩을 이용해 아침을 따뜻하게 먹고 출발을 하였다. 후배가 비상용으로 챙겨주어 여태껏 배낭에 가지고 다닌것이 이런곳에서 요긴하게 사용된다. 챙겨준 후배에게 감사한다. 시간도 줄일겸 경치도 볼겸 비싸지만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왔다. 멋진경치 혼자라는게 아쉽다. 멋진동행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로프웨이를 타는곳부터 이제는 본격적으로 가가와현이 시작된다. 시코쿠의 4개현중에 마지막현에 접어 든것이다. 로프웨이에서 바라보는 간온지시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다.

운펜지 로프웨이에서 바라보는 간온지시


내려오는 길에서 바라본 운펜지 방향에서의 일출


일출을 바라보며 도로를 30여분 정도 내려오니 별격 제16번 하기와라지이다. 이른아침의 절에는 참배객도 없고,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느낌마저 들정도이다.

별격 제16번 하기와라지 입구의 연못


별격 제16번 하기와라지 연못안에 작은섬과 등


별격 제16번 하기와라지 경내


별격 제16번 하기와라지 산문



별격 제16번 하기와라지 본당


별격 제16번 하기와라지 경내


별격 제16번 하기와라지 납경소 입구


벤치에 앉아 자판기에서 따뜻한 캔커피를 하나 마시고 있자니 참배객으로 보이는 분이 두어분 다녀갈뿐 조금은 쓸쓸하고, 오래된 절이 고색창연한 느낌보다는 왠지 사그러져 가는 절의 느낌을 받는다. 규모로 봐서는 제법 큰 절인데 무엇인가 조금은 아쉽고 서글픈 느낌을 받는다.

오전나절을 걷는데 갑자기 눈앞이 탁 트이며 마치 지평선이 보이는듯한 이국적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섬에서 이런 풍경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시원스레 펼쳐진길과 함께 길옆에 서있는 작은 집하나가 눈에 확 들어온다.

다이코지 가는길의 들판


가가와현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길가에 작은 저수지 들이많아 지는 것을 보게 된다. 물이 부족하니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살기가 어려웠을것 같은 생각이 들정도로 저수지가 많이 보이며, 그 저수지들이 아름다운 모습들을 만들어 낸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 보니 다이코지에 다다른다.


제67번 다이코지 산문


제67번 다이코지 대사당


제67번 다이코지 본당


제67번 다이코지 경내


제67번 다이코지 경내(특이하게 연못가운데 대사상을 모셔놓은곳이 눈에 띄인다.)


다이코지를 거쳐 나오는 도시의 이름이 간온지시 이다. 절이 이 도시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면 도시이름이 간온지시 인지 참 대단한 시코쿠라는 생각이 든다.

간온지 앞의 개울에 위치한 돌에 금줄을 두른 모습이 이채롭다.


간온지와 진넨인은 한곳에 두개의 영장이 함께 있는 시코쿠에서도 좀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제69번 간온지, 제70번 진넨인 산문


제69번 간온지, 제70번 진넨인 산문


제70번 진넨인 입구(콘크리트의 밀실분위기가 당황스럽다)


제70번 진넨인 본당


제69번 간온지 대사당


제69번 간온지, 제70번 진넨인 경내


제69번 간온지 본당


제69번 간온지 본당


제69번 간온지, 제70번 진넨인 경내


제69번 간온지, 제70번 진넨인 경내


제69번 간온지, 제70번 진넨인 경내


큰도시에 있는 유명한 절이라서 그런지 참배객들로 경내가 북적이고 납경소도 단체순례객들의 납경장이 쌓여 있으며 번잡스럽기 그지 없는 곳이다. 경내에 상점을 겸한 식당앞에 참배객들이 오차를 마실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곳이 있어서 오차를 한잔 마시며 경내를 천천히 둘러 본다. 단체순례객들이 센다츠와 함께 본당과 대사당 앞을 점령하고 마치 시위라도 하듯이 센다츠가 큰소리로 외치며 참배하는 모습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번잡스러운 간온지를 서둘러 벗어나서 모토야마지를 향한다. 도심을 벗어나는 길의 국도변의 차들이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한다. 하지만 그길을 벗어나니 한가로운 자연이 편안함을 가져다 준다. 이길을 걸으면서 도심이 그리울때도 있고, 번잡스런 도심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오락가락 한다. 도쿠시마나 고치를 걸을때는 도시가 있으면 편리한 것들이 잘 갖추어진 곳이 좋았지만 에히메와 가가와로 넘어 오면서 계속 도심의 길을 걸으며 도시의 소음과 번잡스러움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것. 역시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것이 달라지는 것일까 싶다.

모토야마지 가는길의 들판


절이름에 산이 들어가는데 지도를 살펴보니 절은 들판에 있다. 언덕을 오르는 코스가 없으니 다행이지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에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모토야마지를 향하였다. 모토야마지를 못미쳐서 공원이 있기에 노숙이 가능한지 살펴보니 텐트를 칠만은 한데 밤에 비예보가 있는 것이 부답스럽다. 결국은 이야다니지 앞에 있는 미치노에키까지 가서 처마아래 텐트를 치기로 결정하고 길을 서둘렀다.

제70번 모토야마지 인왕문


제70번 모토야마지 본당


제70번 모토야마지 대사당


제70번 모토야마지 목답과 본당


제70번 모토야마지 경내


제70번 모토야마지 경내


모토야마지에 참배를 마치고 나니 4시가 가까워 진다. 자칫하다가는 해가진 밤길이 국도변을 하염없이 걷게 될것이 염려되어 기차를 타고자 모토야마역으로 이동하였다. 

가가와현의 옛이름이 사누끼. 사누끼 우동이 유명한 곳이다. 모토야마지 근처의 역에 우동집이 있기에 들어가서 가장 기본적인 우동을 한그릇 청했다. 첫 국물맛이 짭쪼름한 것이 입에 맞는다. 시치미를 좀 치고 해서 한그릇을 간식삼아 먹고 나니 참 따뜻하고 좋다. 200엔에. 앞으로 우동집이 있을만한 곳은 우동을 간식삼아 먹는것이 추운날씨에 좋을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점심도 도시락을 추운 길거리에서 먹느니 따뜻한 식당 안에서 우동한그릇을 먹는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다카세역에서 내려 먹을거리를 챙겨서 다시 오르막을 한참을 올라서 캄캄해진 6시가 훌쩍 넘겨 7시가 가까워 지는 시간에 이치노에키 후레아이파크 미노에 도착을 하였다. 시간도 시간이 거니와 다리가 버텨주질 못하고 있다

미치노에키의 상가는 모두 문을 닫았고, 온천은 영업을 하는데 온천비용이 어마어마 하다. 롭상님의 노숙리스트에 있는대로 주차장을 벗어나 야외극장 무대에 텐트를 치고자 가보니 바람이 무척 많이 불어 비가오면 애매한 상황이 될것 같아 다시 배낭을 메고 주차장쪽으로 올라오니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어제 운펜지 츠야도에서 만났던 준페이상 이다. 그러면서 무척 반가워 한다. 그러더니 손을잡아 이끌며, 수도며, 텐트칠 곳들 알려주고, 또한 전기콘센트까지 있다고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그리고 그곳에 미국인 젊은 친구가 그냥 노숙을 하려고 자리를 잡고 있기에 옆에 텐트를 쳐도 좋으냐고 물으니 흔쾌히 자리를 내어준다. 

산아래로 보이는 미요토시의 야경이 제법 근사하다. 에그를 켜니 신호도 잘 잡혀서 나와 준페이 그리고 미국인 순례자까지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서로 메일과 메신저등을 확인하며, 나는 그 틈에 저녁을 준비하였다. 준페이에게 고마워서 같이 먹을 것을 권하니 이미 저녁을 먹었다며 극구 사양을 한다. 

산 중턱이라 바람도 많이 분다. 한 두세시간쯤 잠을 자면 다리근육이 굳어져서 아파서 깨는현상이 계속된다. 걷는거리가 길던 짧던 비슷하다. 그래서 오후에 더 피곤함을 느끼는 것일까? 핫팩을 몇개 침낭안에 붙이자니 그러면 너무 더워서 잠들기 힘들것 같고, 참 상황이 애매하다. 포켓난로를 이용해 허리에 대고 뜨거운 찜질 효과가 나도록 대신하는것에 만족한다. 

늘 사진을 찍으며 그동안 지나왔던 곳들에 츠야도나 노숙지의 사진을 다 못찍은 것들이 아쉽다. 정보도 되고 기억도 되살릴수 있었을 것이고 다른사람들에게 정보도 될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시쿠이에서 만났던 미요토시에 산다고 미요토시에 오면 연락하라고 하던 세이지에게 낮시간에 몇번을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를 않는다. 먼가 사정이 있겠지 싶다. 그래도 아쉽다.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전혀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만나고 기대했던 인연은 이어지질 않는다. 세상살이가 쉽지많은 않은 이유 일 것이다. 어젯밤 운펜지 츠야도에서 같이 보냈던 준페이를 오늘 여기서 다시 보게 된 것이나 다 똑같은 것 같다.미요토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내일 아침부터 있는 비예보가 일견 걱정 된다. 


길을 걸으면서 계속되는 원망과 회한이 함께하는 마음이 힘들다. 스스로 마음이 강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힘들다. 얼마나 더 지나야 좀 덤담해질 수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