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44일차(11월 23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7. 20. 15:08

숙소의 따뚯한 방과 포근한 이불이 좋다. 노숙할때와는 다르게 아침에 꾸물거리지 않고 일어날수 있다. 어제로 보리의 에히메가 끝나도 이젠 열반의 가가와가 시작이다. 그런데 행정구역상으로는 도쿠시마 이다. 지도를 보니 세게현의 경계지점이며, 운펜지는 도쿠시마 미요시시에 속해 있다.


오늘은 하시쿠라지를 다녀와서 운펜지를 오르는 일정이다. 시코쿠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운펜지 늦지 않게 오를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 2시간시간 거리라는 민박집 사장님 말에 6시에 출발 계획을 서둘러 5시 45분에 숙소를 나섰다. 일단 기차를 활용해서 시간을 좀 줄이고 운펜지 오르는 시간을 넉넉히 확보 하려고 시간에 맞추어 근처의 기차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하시쿠라역에 내렸다. 요시노강을 따라 지나는 풍경이 이른 새벽 어둠속에서도 아름답게 보인다. 그리고 아주 급하게 꺽어지는 철길의 커브에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질 못한 기차길을 경험해 본다. 


역에 도착해서 보니 산길이 2키로이다. 그럼 숙소에서 절까지 두시간이 도저히 어려운 길이다. 로프웨이는 아직 이른시간이라 운행을 하질 않는다. 머 기차도 탓는데 로프웨이 까지 타기에는 좀 그래서 기다리느니 산을 오르기로 결심했다. 더불어 비싼 로프웨이 요금도 걷기로 마음을 굳히는데 한몫 거들었다. 



하시쿠라지 오르는길에 있는 유명한 고정롱 .(로프웨이 승차장에서 정상처럼 보이는곳)


로프웨이 승강장에서 정상처럼 보이는곳에 올랐더니 등대로 활용되었다는 고정롱이 있다. 그런데 거기서 로프웨이길을 보니 한참더 산으로 향해 있다. 아침부터 찐하게 산을 오른다.



별격 제15번 하시쿠라지 산문


별격 제15번 하시쿠라지 산문에 매달려 있는 짚신


산문을 지나는데 매달려 있는 짚신이 이제는 정겹게 느껴진다. 서서히 해가 떠오르며 부드럽게 퍼지는 볕이 추운몸을 따듯하게 감싸준다. 산문을 지나 보이는 계단이 어마어마 하다. 여기서 또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숨을 한번 고르고 목을 축이고 아침길을 채촉한다.


별격 제15번 하시쿠라지 경내 입구의 계단


별격 제15번 하시쿠라지 호마당(본당으로 착각 했던곳)


별격 제15번 하시쿠라지 종루


별격 제15번 하시쿠라지 본당


별격 제15번 하시쿠라지 경내


별격 제15번 하시쿠라지 경내 미니 시코쿠 88개소


별격 제15번 하시쿠라지 본당을 오르는 계단


 절에 올라 가서도 온통 계단이다. 계단의 경사가 어마어마 하다. 그래도 참배는 헤야겠기에 본당을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숙소에 배낭을 놔두고 나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모르겠다. 본당에 참배를 마치고 경내를 둘러보니 깨끗하게 정돈된 경내가 눈에 들어오며, 아침의 여유를 느낀다. 


잠시 쉬면서 지도를 보고 다시 계산해보니 도로 9키로 산길 2키로 3시간이 넘는 거리다. 아무래도 민박집 사장님의 두시간이면 된다고 얘기한것이 실제 걸어 보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운펜지를 오르기 위해 다시 부지런히 길을 채촉했다. 그나마 짐을 숙소에 두고오니 속도를 내기는 좋다. 



요시노강과 하시쿠라지가 있는 산의 모습


오늘 올라야 하는 운펜지가 저산 어디쯤 있을런지


10시가 넘어가니 너무 배가 고프다.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 하나를 구입해 먹고 중간에 길에서 먹을 오니기리와 저녁을 구입하고 숙소에 도착을 하니 11시 숙소에서 한숨 돌리고 민박집 사장님꼐서 차로 등산로 입구까지 바래다 주는길에 어제 신세를 입었던 스이샤도 들러 준다고 해서 스야샤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운펜지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에서 차를 내려주신다. 다비비토 민박집 주인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운펜지까지  2시간 거리라는 말에 아침에 하시쿠라지의 경험이 작용을해서 3시간을 넘게 생각을 하고 산을 오른다. 고속도로 아래를 지나는 급한 계단이 시작부터 사람을 무척 지치게 한다. 급한경사길을 보니 1시간 30분 남짓 오르다 보니 산마루에 다다르는데 보이는 도로와 지나가는 자동차가 왠지 허탈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도 고도 900미터가 넘는 인데 시작이 해발 400미터 수준에서 시작되어서 인지  생각보다 쉽게 올랐다. 


운펜지 오르는 고개마루(왼쪽의 작은길이 올라온 길이다.)

이제부터는 이 도로를 따라 고도를 100미터 남짓만 더 올리면 되니 크게 부담이 없어진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오르고 나니 오늘 밤에 잠자리를 찾는 걱정이 상대적으로 덜해온다


운펜지에 다다랐는지 이런 멋진 돌정원이 꾸며져 있다.


운펜지에 다다랐는지 이런 멋진 돌정원이 꾸며져 있다.


운펜지 입구의 돌담길


운펜지 입구의 돌담길


운펜지 산문앞에서 바라본 산들의 풍경


운펜지에 올라보니 아직 3시정도 되었는데도 날씨가 무척 쌀쌀하다. 고도가 높으니 그런가 보다. 시쿠쿠 88개찰소중에 최고의 높이에 있는 찰소라는 현수막이 크게 눈에 띄인다. 



제66번 운펜지 산문


제66번 운펜지 종루와 경내


제66번 운펜지 경내


제66번 운펜지 본당(새로지은 건물인데 뭔가 좀 안어울리고 아쉽다)


제66번 운펜지 경내


제66번 운펜지 대사당


제66번 운펜지 경내


제66번 운펜지 오백나한의 다채로운 표정들


제66번 운펜지 오백나한의 다채로운 표정들


참배를 마치고 납경을 하러 가니 젊은 아루키 헨로가 한분 계신다. 내 모습을 보더니 오늘 츠야도 이용할 것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하니 본인도 츠야도에 묶을 예정이라고 하며, 반가워 한다. 츠야도 이용허락을 받고 츠야도에 가보니 산문앞에 있는 건물이다. 츠야도 이용시에 화기는 절대 사용을 금지하며, 화장실 수도는 식수로 마시지 말고 식수는 경내 미즈야를 이용하라고 주의를 주신다. 츠야도에 가보니 건물한쪽에 다다미를 깔아 방을 마련해 놓았는데 문의 아래쪽이 뻥 뚤려 있어서 외부의 한기가 그대로 들어온다. 일단 츠야도에 짐을 내려놓고 로프웨이 승장강쪽으로 해서 전망대를 둘러 보았다.


에히메현과 도쿠시마 현의 경계


로프웨이 승강장에서 바라본 간온지시


금강저


로프웨이 승강장의 전망


전망대도 있기에 올라본다. 미요시쪽에서는 맑고 쾌청했던 날씨가 세토내해를 보는 쪽으로 나오니 해무의 영향인지 약간은 뿌옇게 보이는 전망이라 조금은 아쉽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들(스키장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들(로프웨이 승강장도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들(로프웨이 승장강도 보인다)-멀리 세토대교도 보이지만 사진에선 잘...아쉽다



그리고 길옆에 위치했던 대사님과 연관된 무슨 나무인데 일본어가 짧아서 아쉽다.




오늘 산이 높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운펜지 츠야도를 이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산속이라 그런지 4시가 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석양빛이 감돈다. 날이 저물어 전등을 켜려고 보니 전기가 들어오질 않아 오늘밤 동행과 함께 이곳저곳을 열어보니 전기는 해결이 안되었지만, 석유 스토브가 그것도 연료가 들어있는 석유스토브를 찾았다. 그러더니 일본 순례자가 납경소에가서 사용해도 되는지 확인을 하고 온다. 사용허락을 받고 나니 산위의 추위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다. 석유스토브에 불을 붙이고, 출입문 아래를 작은 의자와 모포들을 활용해서 막고 하니 제법 온기가 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저녁식사를 하려고 산아래서 준비한 것들을 꺼내니 젊은 순례자는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은 자신은 빵이라고 하며 작은 빵 한덩이를 꺼낸다. 그것 가지고 되겠냐도 물어보니 충분하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코펠에 물을 받아 난로에 덥혀 땀을 딱으니 훨씬 좋다. 머리 감는것은 너무 추워서 포기하고 수건을 적셔서 딱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오늘도 따뜻한 밤이 될것이다. 오늘밤을 같이 보내게될 동행이 따뜻한 물로 이렇게 씯을수 있도록 해주어서 고맙다고 하며 캔커피 한캔을 건넨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속의 숙소 밤에 한참을 얘기 한것 같은데도 7시반 정도 이다 전등도 없고 하니 밤에 잠자는 일 외엔 별 할것이 없다. 일찍 푹 자자. 내일은 어디까지 진행해야 할지는 내일 생각하자. 


일찍 잠이 들어도 두시간이면 깬다. 장딴지의 근육에 통증을 느껴서 잠에서 깨었다. 순례를 시작하고 밤새 한번도 안깨고 쭈욱 잠을 잔 기억이 별로 없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그랬던것 같고 이젠 이것이 습관처럼 굳어져 가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잠이 깨서 화장실엘 다녀오느라 밖엘 나가보니 하늘이 별이 무척 많다. 내일도 오늘처럼 맑고 쾌청한 날씨를 기대해도 될것 같다. 평소에도 별이 많았을 것인데 왜 안보였을까? 이곳이 도심속의 빛의 방해도 없고 자연도 깨끗하고 높은 곳에 위치해서 더 그런 것일까? 나의 바쁜 생활속에서 별을 느끼지 못했던 것 처럼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아온것은 분명하다.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가 나의 숙제가 될것이다.


일반적으로 이곳에서 결원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일정을 잡는것 같다. 나는 10일 정도를 잡으면 12월 초면 시코쿠를 한바퀴 걸어서 돌고 결원을 하게 된다. 그동안의 반성과 감사와 기원의 결원을 맞이하게 될것이다.그리고 다시 번잡하고 복잡스런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일상속에서 내 삶을 다시 치열하게 찾아 가면서도 순례길에서 했던 생각들 결심들을 잊지않고 살아갈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겁도 난다. 다만 하나 늘 감사함을 가지고 살아야 겠다는 결심만은 잊지 않고 지키고 싶다. 시코쿠를 돌며 받았던 오셋타이 하나하나에 얼마나 감동하며 감사 했던가. 돌아켜 보면 작은 성의가 큰 감동을 내게 가져다 주었다. 석유 스토브의 작은 불빛이 가져다 주는 온기가 추운밤에 마음까지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