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42일차(11월 21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7. 11. 21:51
하구유안 젠콘야도는 차고를 개조하여 숙소로 만들어서 제공해 주시는 곳이지만 그래도 실내라고 바람도 안불고 포근하다. 노천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것 보다는 훨씬 포근하고 편안한 밤었다. 연세 많으셨던 하구유안의 주인할머니께 아침에 인사를 드리려고 아무리 불러도 답이 없으셔서 어쩔수 없이 앞에 계시지는 않지만 하구유안 앞에서 깊이 고개숙여 감사를 표시하고 길을 나섰다. 조금 꼼지락 거리다 보니 8시가 다 된 시간에 출발을 하게 된다. 4일을 비때문에 고생했던 날씨가 그래도 오늘은 아침부터 화창한 햇볕이 비추어 걷는데 제법 땀이 난다.
저산 어디엔가 요코미네지가 있을 것이다.
개인이 사용하는 취미용(아마추어 무선) 안테나의 위용
그제 벌레에 물린 곳이 자꾸 부풀어 오르고 커지며 진물이 난다. 안티프라민도 전혀 효과가 없다. 벌레도 국적을 따지는 것인지. 아침 이른 시간에 약국이 문을 열지 않아 계속 걷다가 문을연 드럭스토어를 발견하고 들어가서 직원에게 벌레 물린곳을 보여주니 연고를 하나 내어 주는데 가격이 허걱하다. 1,000엔에 육박하는 가격. 신발을 운동화로 바꾸고 나니 훨씬 편하다. 확실히 등산화와 트래킹화의 용도가 다름을 실감한다. 길을 걷는데 센유지 슈쿠보에서 잠시 만났던 일본 여자분들 길에서 다시 보게 되어 2시간 정도를 동행하였다. 시네마현 출신 30살 미인이었는데 왜 내가 사진을 안찍었는지 후회 막심할뿐..... 내 짧은 일본어와 여자분의 짧은 영어로 동행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걸으니 화창한 날씨까지 기분 좋은 오전 시간이다. 길을 가던중 차를 세우고 음료를 한병 오셋타이 해주시는 분도 만나고 사진도 찍혀 드리고 후다도 드리고 하면서 여자분께도 내 연락처를 적은 후다를 주며 서울에 오면 연락하라고 했다. 이렇게 만난 인연들이 계속 이어질까? 그것은 나중에 두고봐야 알 수 있겠지. 나는 별격을 돌고 여자분은 88개소만 돌기에 중간에 길이 갈라진다. 무사히 순례를 마쳣는지 궁금하다.
점심무렵즘 별격 제12번 엔메이지에 도착을 하였다. 길가에 작은 절이다.
별격 제12번 엔메이지 입구
별격 제12번 엔메이지 본당
별격 제12번 엔메이지 경내
납경과 참배를 마치고 내일 묵을 숙소에 예약 전화를 하였다. 모레가 88찰소중에 가장 높다는 운펜지를 가는 일정이라 하루 편히 쉬려고 스도마리 2,500엔 하는 숙소를 예약을 하였다.
엔메이지에 참배를 하지 않으면 고속도로 옆으로 난길을 타고 계속 걸으며 골프장의 탁 트인 풍광도 볼수 있었을 것인데 아쉽긴 하다. 계속 국도변으로 난길을 따라서 걷는다. 에히메현에 들어오니 국도를 타고 시경계를 넘어도 도쿠시마나 고치처럼 인가가 하나도 없는 길이 아니라 계속 도시가 연결되어 물과 화장실은 해결하긴 편한데 차량들의 소리가 번잡스럽게 느껴진다.
부지런히 걸어 도가와 공원을 찾아가니 동네주민이 앉아서 계시기에 여기서 노숙해도 되는지를 믈어보니 공원에 있는 아무 문제없다고 말씀하시기에 안심하고 짐을 내려 놓았다. 화장실도 제법 깨끗하고, 식수도 있고, 이슬을 피할 지붕도 있다. 땀이 식고 해가 기울어 가기 시작을 하니 슬슬 날씨가 쌀쌀해 진다. 다니는 주민들이 좀 없어야 버너를 꺼내 저녁을 해결하고 텐트를 칠텐데 오후에 공원에 산책을 많이들 나오신다.
공원위치가 산길로 향하는 초입에 있다보니 얼마나 추울지 모르겠다. 그래도 산아래고 바람도 덜부니 3일전 밤 요코미네지 오르는길에 휴게소 비내리고 바람부는 밤 보다는 상황이 좋긴 하지만 날이 추워지니 침낭속에서 따뜻하게 잔다고 해도 근육에 피로가 풀리는 정도가 10월달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더디다. 더 추워지기전에 일정을 마무리 해야 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날이 추워지면서 잘때 발에 쥐도 나는 경우가 생기고 있고 손도 가끔식 경련이 있다. 문득 불안해 진다. 그래도 아직까지 감기 안걸리고 일정을 진행하니 다행이다.
처음 순례를 시작할때만 해도 60일 이면 여유 있을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순례도중 일찍 귀국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정을 당기기로 결심을 하니 마음도 같이 급해짐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25키로 이상 진행을 위해서 가끔씩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여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교통편을 이용하는 날은 확실히 진행이 빨라진다.
부지런히 가자. 그리고 내 살길을 찾는것이다. 이렇게 결심을 굳혀 나가는데도 마음이 어렵다. 모처럼 집에 전화를 드렸다. 그저 자식걱정인 부모님과 손자라면 늘 끔찍 하셨던 할머니 생각이 난다. 어찌 그리 손자 말이라면 모든것을 다 들어 주실수 있었는지. 돌아가신 할아버지 산소에 명절때를 제외하곤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 찾아 뵈었을때 생각도 난다.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감당 할 수가 없다.
순례를 하면서 참 많은 것들이 다시 떠오르고 많은 것들을 생각 하고 반대로 단순해 지면서 한끼 밥 걱정과 하루밤 잠자리 걱정을 하기도 하고 참 변화 무쌍한 일정이 흘러갔다. 내일은 종일 산길 산을 헉헉 거리며 오르면서 언제 산길이 끝나는지에 대한 생각만 하겠지. 내일은 일정이 바쁘다. 내일은 새벽에 게으름 피지 말고 일찍 일어나서 움직여야 할텐데.새벽에 추우면 또 꼼지락 거릴텐데 어떨지 모르겠다. 온몸에 벌레 물린곳 무척 가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