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순례 - 35일차(11월 14일)
어제밤엔 산정상의 휴게소라 그런지 바람도 매섭게 불고, 날씨도 무척 추웠다. 아무리 남쪽이라고는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분명한 것 같다. 아침일찍 길을 나서며 긴팔티셔츠에 자켓까지 입었는데도 산을 오를때 이외에는 땀도 안난다. 계속 날씨는 추워질것이고 이 여행도 점점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산길을 내려오면서 보니 버스 정류장이 보이는데 버스시간표가 보니 아침에 한대 저녁에 한대이다. 사람도 거의 살지 않는것 같은 이런 산속의 동네에 버스가 다니긴 하는 모양이다.
길을 걷다보면 돌아가는 국도와 질러가는 산길의 갈림길에서 항상 고민을 한다. 그렇지만 선택은 늘 비슷하다. 오전나절 체력이 좋을땐 산길로 질러가고, 오후에 힘들땐 국도를 걷게된다. 그러면서 늘상 다른길의 선택에 대한 미련을 남기곤 한다. 여태 걸어오며서 항상 갈림길에서 해왔던 고민들이 오늘도 나타났고 그나마 체력이 좋은 오전에 산길을 택하여 구마코켄초로 향하였다.
산길을 내려와 다시 산을 하나 넘으니 구마코켄초 이다. 고도가 꽤 있으니 고원이라 불릴 것이고, 들어오고 나갈때는 모두 산을 넘어야 하는 길이 있으니 고원일 것이다. 일단 구마코켄에 들어오는 산을 넘었으니 나가는 산만 넘으면 될것이다. 거리에 사람도 좀 보이고, 제법 사람사는 동네 같은 느낌이 든다. 생협을 찾아가서 점심먹고, 간식거리 저녁거리를 구입하여 다이호지로 향하였다.
제44번 다이호지 입구
제44번 다이호지 산문
제44번 다이호지 경내
제44번 다이호지 경내
제44번 다이호지 경내
오늘이 35일째 이니 이제 기약하고 온날의 절반이 지나갔고 오늘 88개소 중에서 절반인 44번의 납경을 했다. 이제 대략 20일 에서 25일정도면 시코쿠의 일정은 끝이 날 것이고, 고야산 들리고, 교토와 오사카 좀 돌아다니다가 도쿄가서 사람좀 만나보고 하면 대략 일정이 맞을듯 하다. 내일 모레면 다카마쓰에 들어가게 된다. 날이 추워 지면서 손발에 쥐가 가끔난다.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오는지 불안하다. 일정을 빨리 진행 해야 할것 같다. 더 추워지기 전에.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하며 모처럼 맑고 푸른 하늘의 햇볕을 쬐며, 산길을 넘고, 국도와 합류되어 오후에 힘든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작은 트럭 한대가 옆에와서 선다. 이와야지 까지 가는거면은 태워 주시겠다고 하신다. 무슨 고민이 필요한가. 덥석 배낭을 트럭짐칸에 싣고 감사 합니다 인사를 하고 올라탔다. 차를 타지 않았다면, 790미터 가까이 되는 산을 하나 넘어 이와야지로 가야 할것을 차를 태워 주시는 덕분에 약 2시간 이상을 절약 했다. 계속 말씀을 하시는데 거의 못알아 듣겠지만 중간에 들은 몇마디가 어디로 납치 할까 그런 걱정하지 말어. 나 헨로미찌보전협회 이지역의 부회장이여. 하는 말씀이 귀에 또렷이 들려온다. 아이고 감사 합니다. 그렇게 20여분만에 이와야지 입구에 내려놓아 주시며 휘익 떠나가신다. 준비해간 선물을 꺼낼 틈도 없이. 산을 넘어야 하는 일정에서 도로를 따라 오는 일정으로 바뀌어 이와야지 입구로 향하는데 동네 어귀부터 경사의 시작이다. 이와야지 입구에 가게들이라도 열었으면 배낭이라도 맡겨 놓고 가겠지만 문닫은 점포앞의 평상에 올려 놓고 가기엔 왠지 꺼림직 해서 배낭을 멘 그대로 이와야지를 향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언덕을 오르면 절이 있겟지 싶엇는데 이어지는 계단의 시작 계단을 오르면 절이 있겠지 싶은에 오르면 다시 꺽어지는 계단의 연속이다. 그렇게 헉헉대며 얼마를 오르다 보니 드디어 이와야지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참을 올라간 계단 아래서 보이던 이와야지 건물들
제45번 이와야지 산문(산을 넘어왔으면 이곳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제45번 이와야지 경내
제45번 이와야지 경내
제45번 이와야지 경내(보이는 사라리를 올라가 보고 싶었는데 경사의 아찔함에 질려서 못올라갔다)
제45번 이와야지 납경소 건물(한참 공사중이었다)
참배를 마치고 쉬면서 경내를 둘러 보니 건축 불사가 한창 이다. 납경소가 있는 건물은 리모델링을 하는듯 싶고, 법당하나를 새로 짖고 있는지 불사참여에 대한 안내가 많이 있다. 올라오는 길이 경사가 급하고 힘들어서 이젠 내려가는 것도 겁이난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즈에에 의지하여 계단을 하나하나 딛고 내려가며, 왜 내가 이 배낭을 그냥 아래 가게앞에 평상에 내려놓고 오질 못햇는지 후회 막심하다. 아직까지 내 업의 무게를 내려놓을 때가 아닌것 같고, 욕심을 내려놓질 못햇지 싶다.
이와야지를내려와 후루이야와소 앞 휴게소에서 노숙을 하고자 되집어 오는 길에 산속의 계속은 가을색이 완연하다.
이와야지에서 돌아나오는길에 본 계곡의 가을색
산에는 단풍이 곱다.
그동안 한국에서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던 가을의 정취를 일본에서 느끼고 있다. 무엇이 그리도 바쁘고 무엇이 홀려서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들을 보냈는지 아쉽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다. 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걷다보니 서서히 마음의 혼란스러움이 잡히는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보리의 에이메 이다. 토쿠시마에서는 급급하게 움직이기 바빳고 고치에서는 태평양 해안을 지겹도록 걸으며 비를 고스란히 맞고 태풍을 겪으며 각 절간의 먼거리에 고생을 하면서 무로토곶과 아시즈리곶을 지나며 울컥울컥 울음도 터졌다. 에이메에 들어오며 살아가야하는 마음을 잡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느낌이지만 쉬는날 없이 계속 걸으니 오후엔 발바닥의 통증이 무척 심해진다. 항상 오전은 아주 좋게 버텨 내는데 오후에는 발이 너무 아프다.
추워진 날씨와 함께 끝나는 날이 가까워 오니 정리가 되어 가는지 싶기도 하며, 시간이 약인가 싶기도 하다. 이 순례여행에서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며 걷고 각 절마다 참배하면서 감사를 하며, 순례길 내내 작은 일에도 감사합니다를 연발게 된다. 내가 살고 있음이 감사하고 이렇게 걸을수 있음이 감사하다. 그리고 돌아가서 무엇인가를 할것을 찻아야 한다는 것도 감사하다.
그러는 사이 후루이야와소에 도착을 하엿다. 참 멋진 풍경속에 있는 숙소 였다. 그러나 6,500엔 이라는 금액에 숙소에 묵는것을 포기 하고 온천이 좋은 후루이야와소에서 온천하며 몸을 풀고, 모처럼 식당에서 따뜻한 라멘정식도 사먹었다. 따뜻하고 배부르고 온천에서 상쾌하다. 기분이 좋고 편안하다. 이제 내일이나 모레즈음이면 다카마쓰에서 도착하고, 도고온천에서 쉬려고 숙박비를 사용해야 하니 아끼기로 한것이 아쉽다. 그래도 이런 부분은 절약해야 한다. 혹시 모를 교통비에 대한 부담도 대비해야 한다. 휴게소에서 보이는 후루이야와소의 레스토랑 불빛과 거기에서 있는 사람들의 단란한 모습이 좋아보인다. 캄캄한 밤에 가을비가 겨울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