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순례 - 28일차(11월 7일)
아침에 일어나니 잔뜩 흐린날씨지만 아직 비는 내리지 않기에 서둘러 배낭을 꾸리고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길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다시 비를 맞으며 한시간쯤 걸으니 자그마한 동네가 나오고 거기서 30분 정도를 더 걸으니 제39번 엔코지가 나타난다.
제 39번 엔코지 산문
제39번 엔코지 경내
제 39번 엔코지 경내
제39번 엔코지 경내의 연못
엔코지에 도착하니 비가 그치고 해가 나기 시작한다. 아침부터 빗길을 걸었더니 많이 지친다. 그나마 다행인것이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며, 하늘이 맑은 가을하늘이 나타나니 절로 상쾌해 진다.
엔코지에서 나와 잠시 산길을 걷고 나니 다시 국도와 만난다. 햇볕이 따가운 도로를 걷다보니 국도면에 아주 잘 지어놓은 노인요양시설이 눈에 띄인다. 길을 걸으면서 많이 봤지만 한국과 다른점이 눈에 많이 띄인다. 일단 외관에서 보여주는 시설적 측면이 아주 좋아 보인다. 길가에 잘 보이는곳에 있는요양원들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장수국가라는 호칭도 좋지만 급격한 노령화가 가져다 주는 사회 현상이 한국도 비슷하고 내 미래도 비슷하리라는 생각에 왠지 씁씁한 기분이다.
그렇게 오전을 걸어 스쿠모에 도착을 하였다. 점심무렵 도시가 나타나면 항상 기대하는 대형마트의 식품코너의 값싸고 맛있는 저녁을 해결 할 수있다는 것이다. 역시나 대형마트의 간판이 멀리서 부터 보인다. 점심을 해결하고자 부지런히 걸어 마트에 도착 하면서 보니 동네에 작은 가게들이 문이 닫혀 있다. 자본주의 현실일까 작은 시골마을을 지나면서 지도에 표시되어 있던 가게들이 문을 닫은것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인근의 도시에는 예외없이 대형마트 체인이 성업중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르질 않다. 그나마 한국보다 일본이 낳아 보이는것은 역사가 오래된 가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이 한국보다는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서글픈 마음이 든다.
점심을 먹고 나니 오늘 넘어야할 산이 보인다. 저 산의 정상에서 현이 바뀐다. 드디어 수행의 고치가 마무리 되고 보리의 에이메에 들어서게 되는 날이다. 비와 태풍에 묻여서 바뀐지도 모르고 지나쳤던 도쿠시마와 고치의 경계. 하지만 오늘은 화창한 날씨에 산을 넘었다. 현경계가 바뀌었는데 등산로가 확실히 다르게 되어 있다. 산정상엔 대사당이 있고 한데 왜 사진이 없는지는 모르겠다.
산정상의 휴게소에서 독일 순례자를 만났다. 종아리 근육의 통증때문에 산속 휴게소에서 노숙하려 하길래 이뽄마치온센을 알려주고 왠만하면 온천 하는게 근육 통증에 도움이 될것이도 식수와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가지고 얘기하니 동의하고 따라 나선다. 그리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길동무를 해본다. 대화가 끊어지면 어지는 어색함. 그러면서도 심심치는 않지만 혼자하는 시간에 동행은 어떤 것일까? 그제 구모모 민슈크에서는 무로토의 도쿠마스 민슈크에서 만났던 일본분을 다시 만나고 그제 아침에는 20번절 아래 미치노에키에서 잠시 만났던 원전사고가 난 후쿠시마 출신의 일본사람도 잠시 스치고. 참 인연 이라는 것들이 묘하다.
발심과 수행을 거쳐서 보리를 향해 가는 단계도 쉽지많은 않을 것이다. 이제껏 남태평양을 바라보면서 바다길을 지나 왔으니 산속의 길이 당연히 늘겠지.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던 슬픈 감정들이 산속에선 덜 할 것이다. 확실히 물보다는 산이 좋다.
슈쿠모시에서도 가지고 있던 에그는 불통이다. 결국 우지와시에 갈때 까지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3일정도 걸리겠지. 가능하면 카톡이라고 할려 그랬는데. 먼가 희망이 있는데 할수 없다는 것이 희망고문 이다. 차라리 사용을 할 수 없다면 더 편안할 것을. 그래도 긴급할때는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에이메현 아이난에 도착해서 바라보는 오늘 넘어온 산(정상이 고치현와 에이메현의 경계이다)
이뽄마치 온천 뒷편의 운동장
이뽄마치온센에서 목욕을 하고 바로 뒤에 있는 운동장에 텐트를 치려고 올라오니 지붕도 있고, 식수와 화장실도 있고 노숙하지 좋은 환경이다. 새벽에 갑자기 비가 내린다고 해도 지붕이 잘 막아줄 것이다. 7시쯤 되니 아이들이 축구 연습을 하러 올라온다. 물어보니 클럽 이라고 한다. 부러운 모습이다. 항상 공부에 찌들어 있는 모습보다는 활기찬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인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어른들이 도와주는것이 아닐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답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자유롭게 살게 놔두는게 좋을지 어떨지 모르겠다. 나부터도 부모님 말씀대로 남들 하는대로 평범하게 따라온 결과가 지금 내 모습인데. 학교 성실히 다니고, 대학졸업하고, 직장생활에 모두 쏟아붇고....왜 어렸을때 다른 생각은 해보질 못했는지 모르겠다.
하루를 걷고나면 발바닥이 무척 아프다. 적응이 될때도 된것 같은데 발바닥의 통증은 적응이 안된다. 안티프라민을 발라 진정시켜 가면서 진행을 해본다. 어짜피 신발을 하나다 구입해야 할것 같은데. 그때는 쿠션이 좀 있는 싼것으로 고려 해봐야겠다. 그리고 몽벨 등산화는 아예 밑창을 교환해서 한국에서 등산화로 사용하고 싼 신발 하나 구입해야 할것 같다. . 우지와 시에서 신빌가게를 쉽게 찻을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