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순례 - 24일차(11월 3일)
아침에 일어나니 다행이 하늘은 잔뜩흐린데 비는 오질 않는다. 비오기전에 조금이라도 거리를 내는것이 좋을것 같아서 부지런히 출발을 하였다. 한시간 정도를 걸으니 길가에 뜻밖의 이정표가 보인다. 조선국녀의 묘 라고 또렷이 적혀진 이정표 이다. 왜 무엇때문에 조선이 여인이 이곳에서 묻혔고, 더군다나 이렇게 묘까지 친절히 안내를 하며, 관리를 하는것 일까 싶다.
조선국녀의 묘 입구 표지판
표지판이 가르키는 방향의 풍경
우리의 선조라는 생각에 끌려 찾아가 보고 싶었으나 발이 아픈 고통에 그대로 발길을 돌린것이 지금까지도 못내 아쉽고 죄송스럽다.
후일 찾아보니 임진왜란때 일본에 끌려가서 길쌈을 전수하여 그 여인을 위해 지금까지도 묘소를 관리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0분여를 더 걸으니 유명한 그러나 운영하지 않는 토지안 젠콘야도가 모습을 보인다. 길가에 있어 찾기도 쉽고 운영되었으면 참 좋았을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문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먼지낀 대사상이 안타까워 합장을 한다.
토지안 젠콘야도
구름이 잔뜩끼고 파도가 높은 바다가를 그렇게 한참을 걸으니 탁틔이는 잔듸밭과 함께 솔숲이 이어진다. 마치 예전에 골프장이었다가 현재 가족공원으로 운영되는 용산 가족공원이 잔듸밭 같은 풍경이다. 아마 이곳도 예전에 혹시 골프장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이리노에 위치한 공원
공원과 이어지는 솔숲길
공원외곽은 솔숲이 이어지고 있어 솔잎을 밟는 푹신한 촉감이 무척 부드럽고 발도 아프질 않게 해준다. 이 공원이 중간에는 바비큐장도 있고, 길게 이어지는 해안의 백사장은 아름답게 이어지고 서핑보드를 타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일요일에 가족들이 나들이 나와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공원을 지나니 또 이어지는 언덕길이다. 이정도 언덕은 이젠 평지같이 느껴진다. 하루라도 이런 작은 산을 넘질 않으면 하루가 끝나질 않는다. 언덕을 넘어 펼쳐진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이 황량하다. 들판에 있는 작은 저수지가 있어서 물가에 앉아 좀 쉬려고 향해 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굵은 비가 되어 쏟아진다. 부랴부랴 판초를 꺼내 어렵게 어렵게 혼자 입었다. 비오는날 뜻하지 않는 수확 이었다. 배낭메고 판초를 혼자 입고 옆에 달린 똑딱이 까지 다 끌어서 채울수 있다는 사실에 그동안 왜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을가 싶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1시간 여를 걸으니 드디어 유명한 시만토강에 다다른다. 강둑에 오르기전 편의점이 있기에 점심을 챙기고 아스즈리곶 가는길에 있는 구모모 민숙에 예약전화를 하니 오늘은 만실이라서 어렵다고 한다. 벤취에서 비를 피해 쉬고 있자니 꾀가 난다. 비도 오고 근처에 비를 피할만한 대사당도 있고 그냥 여기서 비를 피해 멈추고 대사당에서 하루 묶어 가자는 생각이 든다. 어짜피 급할것 없는 여행길에 여유있게 움직이고자 하는 생각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며 위안을 삼는다. 강둑으로 올라가보니 휴게소가 있는데 비오는날 여기서 노숙하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 강둑을 걸어가다 동네분을 만나 대사당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 주신다.
강둑의 끝에 도착을 하니 계단이 있어 무심코 오르다 보니 신사가 나온다. 깜짝 놀랐다. 대사당인줄 알았는데 그곳엔 휴게소도 하나 있다. 잘 못올라 왔다 싶어 다시 내려가니 둑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있고 그리고 내려가서 보니 대사당이 길가에 보인다.
강둑의 끝에서 바라본 시만토대교
강둑의 끝에서 바라본 시만토시 방향
대사당엘 도착해서 보니 전등도 있고, 식수와 전기난로 까지 있다 어찌나 고마운지 감동이다. 향을 올리고 참배를 하고 나서 좀 쉬다 보니 비와 바람으로 대사당 주변에 낙엽들이 많이 있기에 빗자루로 청소를 하고 있는데 동네 아주머니 한분이 오신다 인사를 하고 한국에서 온 순례자 인데 하루 묵겠다고 말씀을 드리니 청소하는 모습을 보신 아주머니께서 오히려 청소 해주어서 고맙다고 되레 인사를 하신다. 그리고 대사당에서 향을 사르고 반야심경을 암송하시는 뒷모습이 경건해 보인다.
시만토시가 가까이 있기에 에그를 켜보니 신호가 잡혀서 메세지를 확인하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오늘 밤부터 개어서 내일부터는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가 나온다. 맑은날씨 라고 하는 예보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저녁무렵 일본의 젊은 친구가 대사당을 찻아 온다. 23의 스키강사 나가노에 산다고 한다. 발을 보니 엉망이다. 물집을 치료하는 방법과 함께 파스 안티프라민을 나누어 주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야구에 관심이있다고 해서 라디오를 틀어 저팬시리즈 마지막 경기의 중계를 같이 들었다. 얘기를 나누던중 가지고 있던 비단 오사메후다를 내게 보여준다. 실물은 처음 보았다. 아름답다. 나도 이길에서 저 비단후다를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먹을것을 가지고 게속 먹어가면서 움직여도 배가 고프다. 에너지 소비가 많긴 많은 모양이다. 체중이 얼마나 될까? 입고 싸들고 온 옷들이 모두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