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20일차(10월 30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5. 15. 23:09
오늘 아침은 이상하게 늦잠을 잤다. 편안한 실내에서 따뜻하게 잠을 자니 긴장이 풀린 탓도 있겠고, 몸이 편하니 머리속이 복잡해져서 몸은 피곤하지만 늦게까지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고, 잠들어도 깨고 하는 것이 반복 되더니 결국 늦잠이다. 더군다나 오늘 걸을 목표 거리가 그리 멀지많많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아침을 해결하고 츠야도를 정리하고 짐을 챙겨서 길을 나설 준비를 한다. 어제 보질 못했던 산문을 따라 산길로 길을 잡았더니 엄청난 급경사다.
제35번 키요타키지 산문
키요타키지 산문의 유명한 천정화
키요타키지 산문의 천정화는 절이름과 연관되어 무척 유명한 그림이라고 한다. 역시 명불허전 비록 색은 좀 바랬지만, 힘찬 용의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내리막이라 좀 편안하게 갈줄 알았지만 급경사에 무게가 더 해지니 쉽지가 않다. 즈에(지팡이)가 없었다면 무척 힘들었을 것인데 산길에서 즈에가 도움이 된다. 순례자들이 대사님의 화신으로 여긴다고 하는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산을 내려와서 길을 일부러 시내길로 접어 드렀다. 이른아침 바쁜출근길의 사람들의 움직임을 기대 했지만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시내 한복판에 중심상가라서 아직 영업시간이 안되어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른아침 도사시내 중심상점가 사람이 전혀없다.
느릿느릿 시내를 구경하면서 지나간다. 이 시간이면 아직 슈퍼도 문을 안열었을것 인데 고개를 하나 넘을때 까지 딱히 식량거리를 챙길곳이 없다. 어제 들렀던 슈퍼에 도착을 하니 아직 영업시간까지는 한참이 남아 있다. 고개넘어 편의점과 또 슈퍼가 지도에 보이기에 그대로 길을 걷는다. 어제 지났던 길을 지나 슈퍼에 가보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하긴 8시즈음에 문을 열 일이 없을것이다. 깔끔하게 모든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하나 넘으면 슈퍼와 편의점들이 있기에 그대로 길을 걷는다.
일본에 올때마다 항상 보게 되면서도 가장 불편한 것이 신사이다. 이상하리 만큼 신사는 별로 들어가 보고 싶지도 않고, 보이게 되면 껄끄럽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다. 어릴때 산에서 상여막 근처를 지날때나 어두운 시간에 서낭당 근처를 지날때의 느낌과는 또다른 껄그러운 느낌이다. 처음 일본에 출장이나 여행을 다닐때는 별로 그런 느낌이 적었는데 방문횟수가 늘어날 수록 더욱 그런 느낌을 받고, 특히나 이 길을 걸으면서는 더욱 그런 느낌을 받는다. 유명한 신사라고 얘기하는 곳도 그냥 지나치게 된다.
한시간여 고개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길을 오르니 작은 공원에 휴게소가 하나 나온다. 화장실도 가깝고, 자판기고 있다. 그러나 식수가 애매해서 물만 있으면 노숙도 할만할 듯 하다. 여기서 길이 갈린다. 산길로 가는 헨로미찌와 도로와 터널을 따라 가는길. 하루에 작은 산이라도 하나를 안넘으면 좀 허전하다. 매일 작은 고개라도 하나씩 넘어서 그런가 보다. 오전에 체력도 여유있고, 날씨도 좋아 산길로 길을 잡는다. 경사는 비록 가파르지만 길은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 한국의 산과 일본의 산에서 가장 큰 차이점 이란면 이 등산로 정비의 차이랄까 잘 정비된 길일 수록 정겹지는 않다. 비록 서투르로 어설퍼도 정이 있는 느낌이 좋은데....
우사로 향하는 고개길(이길 땅속은 스카지자카 터널이다.)
중학교 인가 고등학교 인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한국, 중국, 일본의 정원을 비교한 수필이 고개를 넘는데 떠오른다. 중국의 정원은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려는 듯한 기풍이며, 일본은 자연을 새롭게 만들려고 하고, 한국은 자연속에 스며드는 정원의 모습이라고 했던 내용인듯 한다. 걸으며 마주치는 젠스타일의 일본 주택가와 정원들의 모습에서 우리네 정원하고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동의하며, 이런 산길에서도 자연스레 생겨난 길들과 이렇게 잘 정비된 길들을 바라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200미터 남짓한 고개를 올라서니 탁 트이며 다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고개마루에서 보이는 우사항의 모습
고개를 넘어 우사에 들어와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슈퍼에 가보니 영업을 하지 않아 우사대교쪽으로 슈퍼가 있기에 부지런히 걸어가보니 그곳도 문을 닫았다. 지방의 작은 마을에 경제가 무너지는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를바가 없는것인지 싶다.
고개를 넘어 바닷가의 도로(멀리 우사대교와 요코나미반도 보인다)
우사대교 초입
우사대교에서 바라본 우사항(오늘 넘어온 산이 멀리 보인다.)
우사대교에서 바라본 오늘 가야할 길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경험은 처음이다. 한강에 다리들은 걸어서 건너봤지만 바다위의 다리를 건너는 경험은 새롭다. 바람도 무척 강하게 불고 차들이 지날때 마나 울렁거리는 다리와 바람이 위협적이다.
다리를 건너 바다가로난 해안도로를 계속 걷는 지루한 일정이다. 역시 단로조운 바다의 풍경과 가을의 뜨거운 햇볕이 겹치는 오후는 쉽게 지치는 경험이 반복된다. 해수욕장과 해안가의 공원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이 광할한 바다의 끝은 무엇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한참을 걸어 쇼류지에 거의 도달할 무렵 길가엔 이렇게 88개 찰소의 이름과 본존의 석불을 보신 모습이 주욱 전시되어 걷는 길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쇼류지 가는 길가의 88찰소
그렇게 쇼류지에 도착을 해서 보니 산문은 길가에 있는데 본당을 향하는 계단이 떡 하니 기다리고 있다.
제36번 쇼류지 입구(왼쪽건물이 납경소, 계단끝에 산문이 보인다.)
제36번 쇼류지(산문뒤로 계단을 올라야 본당이다)
산문을 지나 본당까지의 계단
쇼류지 경내
쇼류지 경내
쇼류지 경내
쇼류지의 참배를 마치고 오늘 예약한 국민숙사 도사를 가기위해 보니 꽤 높은 산길을 가야 하는데 쇼류지 주차장 앞에 안내판에 픽업을 해준다는 안내가 씌여져 있다. 꾀가 나기에 납경소에 전화를 부탁하니 흔쾌히 전화를 걸어준다. 그렇게 차를 타고 숙소를 향하니 꽤 높은 길을 올라간다. 이길을 걸어 올랐으면 꽤나 힘이 들었을 것 같다. 그렇게 숙소입구에 도착을 하니 사진에서 봤던 익숙한 모습이 펼쳐진다.
숙소에서 보이는 남태평양의 모습
체크인을 하고 나니 직원이 친절하게 노천온천과, 식당, 방, 세탁실등을 안내해 준다. 방엘가니 침대는 8개인데 아직 아무도 오질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혼자 도미토리에 묵는듯 하다. 1,500엔을 아끼려도 도미토리로 변경을 했더니 방이 아주 구석진곳에 있어서 방에서 보이는 전망은 아무것도 없다. 좀 아쉽기는 하다. 5일만에 제대로 목욕도 하고 밀린빨래도 돌리고 숙소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참 좋은 위치에 잘꾸며 놓았다. 순례객들이 제법 많이 들어온다. 빨래를 돌리러 가니 어제 길가 휴게소에서 길을 알려주셨던 일본분을 만나게 되었다. 이분과 저녁식사를 하고 로비에서 꽤 오랜시간 사는 얘기를 나누었다. 일본어는 어느정도 알아는 듣겠는데 표현이 안되어 나는 영어로, 일본분은 영어는 알아듣겠는데 표현이 안되어 일어로 얘기를 하는 묘한 풍경이 펼쳐지니 지나가는 분들이 희한한듯 보고 지나간다.
오늘은 하루 좀 여유있게 보내려고 걷는 거리고 15킬로만 진행을 했다. 내일부터는 절간 거리가 무척 멀어지고 산길도 늘어나게 된다. 이제 고치도 절반정도 지난것 같다. 일주일 정도면 고치가 끝이 날것 같다. 수행이 고치라더니 절간에 거리도 멀고 바다가를 걷는 일정이 무척 힘이들며, 크고 멀다. 이젠 짐 무게도 몸에 익고 체력도 많이 좋아진것을 느낀다. 새로산 신발에 발이 적응 하느라 아직은 발이 피곤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적응이 되겠지 싶다. 순례길을 즐기면 마음이 편안하고 좋은데 개인적인 부분에 생각이 미치면 힘들다.
저녁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러 가니 그동안 혼자 밥먹은 것에 익숙해 졌다고 생각을 했는데 밥을 먹으며 주변을 보니 부부가, 친구가, 가족이 즐거운 저녁을 즐기고 있다. 혼지 테이블에 읹아서 먹으며 입은 맛있다고 느끼는 생선회가 소고기 로스터가 맛을느끼면서도 꼭 사료를 먹는 느낌이다. 이젠 더 익숙해 지고 즐겨야 할일이 적응이 아직도 안된다.
일찍 쉬는날은 몸이 먼저 아는것 같다. 밥먹고 나니 졸립다. 너무 일찍 잠들면 새벽에 잠을 설칠테니 조금 참았다가 9시쯤 잠들어야 겠다. 아침식사시간을 알려 주는데 생각보다 조금은 늦은 시간이다. 숙소에 들어오면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움직이고 싶은데 식사시간이 늦으니 출발도 늦어진다. 어쩔수가 없다. 하지만 조금은 늦게까지 여유있게 아침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동안 남태평양을 걸으며, 태풍과 비로 제대로 일출을 본적이 없는데 내일 아침에는 이 전망 좋은 곳에서 맑은 하늘에 일출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