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19일차(10월 29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5. 13. 20:41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습관이 되어간다. 해가 지면 메모 남기고 책좀 보고 음악듣다가 잠이 들어도 9시전엔 자게 되고, 또 노숙의 특성상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니 자연스레 일찍 일어나게 된다. 비도 오질 않고, 맑은날씨, 쾌청하고 파란하늘, 부드럽게 퍼지는 아침햇살이 기분좋은 아침을 만들어 준다. 이래서 일찍 일어나야 하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순례를 하면서 느낀 것중에 하나이다.


제32번 젠지부지 앞의 11면 관음보살상


밤새 잠잔곳(예전에 버스정류장 이었던 듯 하다)


노숙을 했던 버스정류장을 정리를 하고, 아침 납경시간에 맞추어 절엘 올라가니 동네분이 오셔서 참배를 하고 계신다. 아침해가 떠오르는 고즈넉한 산사에서의 참배와 첫납경은 몇번을 느껴도 기분좋은 출발을 만들어 준다. 

제 32 번 젠지부지 산문


젠지부지 경내 작은 불상들과 여러상들이 인상적이다.


젠지부지 경내


젠지부지 본당 내부


 젠지부지 경내


항상 첫 납경을 하고부드럽고 따사롭게 퍼지는 아침햇살이 경내에 퍼지는 모습을 볼때마다 고즈넉한 절의 모습과 함께 내 자신도 새롭고 신선하게 정화되고 있는 느낌을 받아 기분이 참 좋아 진다.


어쨋거나 하루의 시작을 이렇게 해도 종일 걷고 또 걷는다. 태풍이후 비도 내리지 않고 아침마다 청명한 하늘과 부드러운 햇살이 비추는 오전은 걷기에 좋은 시간이다. 그러나 시간으 흐를수록 발에 전해져 오는 고통과 함께 더워지는 날씨에 걷는 속도도 많이 느려진다. 젠지부지를 떠나 한시간쯤 걸으니 무료로 도선할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일본의 작은 마을을 지나는 풍경이 이젠 제법 익숙해져서 지겨운 느낌까지도 받는다. 


한시간을 좀 넘게 걸어 도착한 선착장(배들어 오기 전 모습)


페리선착장에 도착하니 아직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기에 배낭을 내려놓고 쉬면서 잠시의 망중한을 기다린다. 시간이 되어 배가도착하니 동네분 몇몇과 순례하시는 한분이 배에 오른다. 

무료 페리(배를 접안하고 출입문을 열어준다)


배를타고 물살과 주위를 둘러 보니 역시 몸이 좀 편하니 주위풍경이 더욱 잘 들어 온다. 바다를 건너 30분여를 걸으니 셋케이지 이다. 바로 도로에 인접해 있어서 찻기도 쉽다. 



제 33번 셋케이지 산문



제33번 셋케이지 경내


오늘은 어제보다 순례객들이 적은것 같다. 역시 절은 조금은 한산하고 고즈넉해야 그리고 산속에 있어야 절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는 편견일까 싶기도 하다. 


산도 거의 없이 바닷가를 벗어나 평지로 접어드는 길들이 바닷가의 지루한 길보다는 편안해 진다. 그 길위에 분명 농지인것 같은데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한없이 심겨져 있는 길을 본다.



들판의 코스모스(멀리 가운데는 소학교 건물)


이제는 제법 시골의 풍경이 느껴지는 길이다. 도시와 도시사이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의 가을 모습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시골집에 감나무 한그루가 더욱 그렇게 느껴지게 해 주는 길이다.



길가의 감나무


내가 이길을 출발할때는 비록 10월 이긴 했지만 날씨는 30도를 넘나드는 여름날씨 였는데 10월도 마무리 되어 간다. 60일을 계획하고 떠난 여정의 3/1이 얼추 지나가는 길목이다. 코스모스 밭과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에 매달린 잘익어가는 감을 보자니 괜시리 감성적이 되어 간다.


일본은 어딜가도 좋은것이 자판기가 많이 있다는 것이고, 자판기가 많을수록 가격이 저렴해 진다는 장점이 있다. 자판기를 보면서 처음엔 좀 익숙한 음료중심에서 가격이 싼것으로 서서히 옮겨 지더니 이젠 입맛에 맛는것을 고르게 된다. 그중에도 값싸고 맛있는 메론크림소다. 일본분들이나 일본에 좀 거주한분들은 딱 애들 입맛이라고 얘기를 하면서 웃기도 하지만 어찌 그리 입에도 잘 맛던지. 거기다가 일본 음료시장의 베스트 셀러인 칼피스. 이게 또 소다로 큰캔에 나오는 제품이 저렴하고 더운날 시원하게 충분히 마실량이 된다. 거기다가 마트에 들르게 되면은 오후에 홍차 페트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데, 이세가지 음료가 순례길에 찾은 음료였다. 타네마지까지 들판을 걸으면서도 자판기가 보이면 저렴하게 메론크림소다나 칼피스 소다를 팔지 않는지 습관적으로 가격을 확인하고 100엔 미만의 저렴한 가격이면 거침없이 한캔씩 구입해서 마시며 기력을 회복해서 걷는다. 그렇게 걷다 보니 멀리 타네마지가 보인다.



길에서 보이는 타네마지


제34번 타네마지 경내


제34번 타네마지 경내


고치시를 지나고 나니 절들의 거리가 딱 걷기 좋을만큼씩 떨어져 있다. 두세시간에 절 하나씩이니 쉬며 걸으며 사진도 찍어가며 걷는다.

타네마지의 참배를 마치고 나니 얼추 점심시간이 되어 간다. 그늘에 앉아서 도시락을 들고 계시는 분들도 보인다. 타네마지 앞에 있는 가게에서 빵과 간식거리를 구입하며 시원한 물도 한병 얻어서 벤치에 앉아서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을 한다. 이제 곧 도사시가 나올 것이고, 도사시에서는 수정이가 부탁한 책을 구입해서 한국에 보내주려고 한다. 많이 기다라고 있을텐데 얼른 보내줘야겠다.


타네마지를 출발해 조금 걸으니 이제 완전히 고치시를 벋어나서 도사시로 접어든다. 니요도강을 건너는데 강바람이 시원하면서도 달리는 차량의 주행풍으로 중심을 잡기가 조금은 힘들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오후에 강한 햇볕과 함께 오전내 걸으면서 축적된 발의 피로로 서서히 걷는 속도도 줄고, 발도 많이 아프다. 그래도 지도를 보니 우체국도 있고, 대형마트에 여러가지가 있는 도시로 접어드니 일단은 식량의 조달에서 안심을 하게 되고, 해가 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다. 더불어 오늘은 키요타키지 츠야도에서 하루 머물 생각을 하니 시간의 여유도 충분히 있다.

강둑을 따라 걷다가 시내로 발길을 돌린다. 절의 츠야도가 대부분 화기사용을 금하는 관계로 마트에 들러 식량과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자 시내로 발길을 돌린다. 마트에 도착을 해서 보니 서점도 있기에 부탁받은 책을 먼저 구입해서 다시 한참 떨어진 우체국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에효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가야 할 길이니 가자 싶다. 그렇게 거꾸러 길을 되집어 우체국으로 가고 있으니 동네 어른 한분이 키요타키지 가는 길을 알려 주시기에 우체국엘 가야 한다고 길을 알려 주셔서 감사 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걸으니 귤을 몇개 챙겨 주신다. 그것도 막 나무에서 딴 싱싱한 귤이다. 가을 햇볕에 지쳐갈때 귤하나의 상큼함이 나를 살려준다. 책값 1500엔에 송료 800엔 항상 느끼지만 서비스 요금이 너무 비싸다. 그래도 책을 받고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니 기분은 좋다. 그리고 다시 슈퍼로 돌아와서 식량을 구입하고 키요타키지로 향하는 길에 다이소 간판도 보인다. 간식거리와 음료수를 슈퍼보다 말도 안되게 싸게 파는 다이소. 생각할 필요가 없이 일단 들어가고 본다. 역시 싸고 좋다. 그렇게 필요한 것들을 조달을 하고 키요타키지로 향하여 시내를 벗어나니 멀리 제법 높은 산이 보이기에 설마 했더니 역시 그 산의 중턱에 절에 희미하게 보인다.


도사시 초입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산 중턱에 키요타키지가 있다.


키요타키지를 향해 가는길에 시내를 벗어나니 정자에 순례객이 쉬고 계시기에 나도 같이 배낭을 내려놓고 한숨 돌려본다. 시내길은 이것저것 편리함이 좋긴 하지만 걷기에는 쉽지가 않다. 일본 순례객이 가는길을 자세히 알려 주시며, 얼마 안남았으니 힘내라고 하시는것을 뒤로 하고 서서히 기울어져 가는 해를 느끼며 키요타키지를 향해 간다. 진입로 부터 헉소리나는 경사로 이다. 산길과 도로가 보이기에 산길을 쉽게 포기하고 그나마 걷기 편한 도로로 길을 잡는다. 이곳의 산문의 유명한 용그림은 아침에 내려오면서 보기로 한다. 


산길이 무척 가파르다. 차들도 모두 승용차, 택시 아니면 작은 승합차가 많이 오르내린다. 이경사면 대형 버스는 무리일듯 싶다. 아마도 버스는 아래 놔두고, 작은차를 불러 움직이는것 같다. 


키요타키지를 오르며 돌아본 도사시 전경



제35번 키요타키지 경내(큰 불상아래 참배가 가능한 동굴이 따로 있다)


제35번 키요타키지 경내


중간에 도사시에서 일을 보며 너무 많이 지체를 햇는지 거리가 먼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착을 하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납경도 거의 끝나가는 시간에 할 수 있었다. 납경을 하면서 츠야도 사용을 문의드리니 납경소 직원분께서 안내를 해주시는데 절 경내에 새로지어진 아주 깨끗한 다다미방에 전기히터까지 구비되어 있고, 싱크대에 전기포트까지 있다. 당연히 화기사용은 안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시기에 준비한 도시락과 컵라면을 보여 드리니 안심이 된다는 눈빛이다.


날이 어두워지며 절에 사람들이 서서히 떠나고 어둠이 내려 앉으며, 츠야도에도 혼자 머무르며 왠지 모를 외로움을 느낀다. 몸이 편해지니 생각이 많아 지는것인가 싶다. 도시가 가까운곳이라 에그 신호도 잘 잡히기에 연결하여 메세지를 확인하니 고향친구가 보낸메세지가 있기에 확인하고 카톡음성통화를 시도하니 깨끗하게 연결이 잘 된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한참을 통화하고 나니 더 허무함이 몰려온다. 절에 공중전화로 내일 묵을 전망이 멋지고 노천온천이 좋은 국민숙사 도사에 도미토리로 예약을 하고 츠야도에 코보대사상이 있기에 오늘 하루를 이렇게 좋은 곳을 마련해 주신 감사함에 향을 한자루 올리고 하루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