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17일차(10월 27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5. 6. 11:25
국도변의 휴게소에서 텐트를 치고 자다 보니 지나가는 자동차소리에 그리고 사람들의 소리에 밤새 선잠을 잤다.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만한 노숙조건이 어딘가 싶다. 이침을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씻고 나서 30분 정도를 걸으니 니시분역 기차길 아래에 젠콘야도가 보인다. 관리하시는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 주시고 한국인이라고 하니 다음카페 동행이인의 희야시스님의 스티커등을 자랑삼아 내 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맘이 불편한 한마디를 던지시는데....길은 계속되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니 나무그늘도 많고 시원하고 쾌정하고 오전시간에 걷기가 너무 좋다. 더불어 도시가 가까워오니 마트들이 눈에 많이 띄인다. 더불어 마트앞에 놓인 자판기에선 말도 안되게 싼가격인 50엔 수준에서 많은 음료수들을 팔고 있었다. 보일때 마다 낼름낼름 한캔씩 마시다 보니 물을 덜먹게 된다. 그렇게 걷다 보니 대형마트가 눈에 보인다. 11시쯤 되었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본김에 들어가서 고등어 구이 도시락이 300엔이 안된다. 거기다가 닭튀김 몇조각과 야채쥬스 1리터 이른 점심을 먹으며, 에그를 확인하니 접속이 된다. 그렇게 한시간을 빈둥거리며 쉬었다. 대형마트등이 많은 곳에서는 재료를 사기 보다는 도시락으로 많이 해결이 되고, 음식 구하기 어려운곳은 밥을 해먹게 되는데 시간 차이가 많이 난다. 가격도 별로 차이 나지도 않고....
28번절 다이니치지에 도착을 하였다. 순례를 하면서 동일한 이름을 가진절이 몇개 있는데 그중에 하나다. 길옆의 절이라서 입구 표지석을 보고 다 왔다 싶었는데 길을 보니 계단이 엄청나다. 여태까지 지나온 곳들을 보면 계단이 있으면 그 경사와 계단의 숫자가 사람을 질리게 하던데 이곳도 마찮가지 였다.
제28번 다이니치지 입구
제28번 다이니치지 산문
다이니치지 본당
다이니치지 경내
다이니치지 경내
참배를 마치고 납경소에 가니 시원한 오차를 맘껏 마실 수 있도록 비치를 해 놓았다. 녹차를 한잔 마시고, 산문아래 나무그늘로 내려와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다리를 쉰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자동차로 순례를 도시는 분들이 많이 오간다. 그러면서 보시는 분 마다 격려의 말씀을 한마디씩 건네고 가신다. 지친 순례객에게는 그 말한마디가 어디 이던가.
오후가 되면서 햇볕은 더욱 따가워 진다. 역시 시원한 오전에 충분히 걸어야 한다. 가능한 일찍 일어나서 오후 햇볕에 지치기 전에 부지런히 걷고 오후에는 좀 일찍 쉬는것이 좋은데 오후가 되어가니 마음이 급해지는것은 어쩔수가 없다. 점심먹을때 참 좋은 가격에 흐뭇했고 오후가되며 시간부족에 후회하고 노숙을 하던 젠콘야도에 들던 해지기 전에 해결하기 위해 바삐지고 인생이 이렇게 되었던 듯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따가운 햇볕에 지치며 걷다 보니 유명한 무덤가의 젠콘야도가 보인다. 안을 살펴보니 쉬어가기가 참 좋은 곳이다. 잠시 앉아서 쉬며, 좀더 늦게 도착 했으면 여기서 하루 머물렀겠지 싶다. 그러나 오늘은 기모하라 휴게소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을것이다. 다만 아위운것이 일요일이라서 기모하라 휴게소위에 공장에 있는 젠콘야도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3시간를 넘게 걸어서 제29번 고쿠분지가 나온다. 이곳도 똑같은 이름이 여럿이 있는 절이다. 들어가 보니 본당은 보수공사 중이라서 전체적으로 절이 어수선 하다.
제29번 코쿠분지의 산문
제 29번 본당과 대사당(본당은 공사중이다.)
3시반이 넘어가는 시간에 도착을 하니 벌써 해가 넘어가며 그늘은 무척 어두운 느낌이 든다. 대략 1시간 남짖 더 걸어야 카모하라휴게소 여서 지체할 여유가 없이 길을 서두르는데 절을 나와서 걷는길이 들판을 가로 지르는 길이다. 시코쿠 헨로미찌 드라마에서 보았던 느낌이 드는 길이다. 비록 도시근교긴 하지만. 마음의 압박과, 힘듦으로 인해서 사진을 못찍은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길이었다. 다리를 건너 강옆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니 나무가 울창한 숲길같은 느낌의 길에 들어서니 그늘이 깊어 어둠이 깔리는듯한 느낌을 받으니 마음이 더 조급해 진다. 고치의대가 보이고, 로손이 보이기에 저녁거리를 준비해야 할 생각이 들었지만, 길에서 20여분 왕복하면 될 거리지만 마음이 급하고, 지도상에 마트표시도 보이기에 그대로 길을 서둘러 간다. 마을길로 접어들며 연립주택 단지처럼 보이는곳으로 접어드니 기숙사 표시가 보이고 마트가 있을것으로 예상이 되었으나, 도착을 해 보니 마트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자판기 조차도 꺼져 있었다. 난감하다. 어쩌랴 이미 늦은것을 하는 후회를 접고 서둘러 가모하라 휴게소로 난 오르막길을 오른다. 그렇게 오르막에 지쳐갈 즈음에 휴게소가 보인다. 공장의 옹벽에 붙어 있는 휴게소 반갑다. 휴게소에서 노숙을 하던 지붕아래 텐트를 쳐도 될 것 같다. 배낭부터 내려놓고 한숨을 돌린다. 조금 있자니 청소하시는 분이 다녀가신다. 이렇게 관리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깨끗하게 유지 되는가 싶다.
카모하라 휴게소(실제 도착했을때 받은 날 저문 상황의 사진)
카모하라 휴게소(노출을 조정해서 밝게 찍어도 보았다.)
카모하라 휴게소 위쪽 공장에 있는 젠콘야도 1인실에 침대와 책상 까지 구비되어 있다.
발이 너무도 피곤하여 일단은 슬리퍼로 갈아신고 찬물에 씻고나니 한결 좋다. 슬슬 텐트를 치고 잘지 그냥 노숙을 할지 고민을 하며 앉아서 빈둥대다 보니 대형승용차가 휴게소 앞에 주차를 하시더니 내 모습을 보고 말을 거시는데 잘 알아들을수 없어 한국인 이라고 하자 하시는 말씀이 젠콘야도를 아느냐고 하셔서 안다고 하니 저 공장위에 젠콘야도가 있다고 신발을 들고 따라 나서라는 것이다. 이게무슨 행운인가? 밤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서 확인해 보니 공장 사장님 이셨다. 배낭을 들고 짐을 주섬주섬 챙기니 사장님께서 내 신발을 챙겨 드시고 안내를 하신다. 정문이 잠겨있어서 그 옆의 철계단으로 넘어 젠콘야도로 안내를 해주시고, 화장실과 수도를 알려주시며, 쌀쌀하니 따뜻하게 차라도 마시라며 150엔을 오셋타이 까지 해주신다.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역시 혼자가 아닌 동행이인 이라더니 대사님 감사 합니다. 실내에서 전기불이 들어오고 편안한 잠자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로손을 포기하고 올라와 기대했던 마트는 영업을 하지 않고 그러나 오늘 잠자리는 너무 좋아지고 그나마 다행인것이 빵과 바나나 두개가 간식으로 들려있었다. 이것으로 대강 저녁을 해결하고 내일 아침에 고개를 넘어가면 고치시 이니 편의점이나 이런것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고치에서는 신발도 새로 구입하고, 숙소를 찾아 쉬고, 시간여유가 있으면 시장과 고치성도 둘러 봐야 겠다. 더불어 30번절에 있는 식물원이 근사할 것 같은데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