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코쿠순례
시코쿠 순례 - 12일차(10월 22일)
푸른바람을 따라서
2014. 5. 4. 20:11
역시 잔머리 굴린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밤새 낮아지는 바다가 바람과 기온에 한잠도 못자고 떨고 있다. 잠자기를 포기하고 해가 뜨기전에 그냥 출발하기로 한다.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간식꺼리를 사들고 그대로 길을 나선다. 바닷가의 항구마을을 지나며 골목길을 가로등밫이 고요함이 길위에서의 삶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어 준다.
일본 마을의 새벽 골목길(스텐드와 플래쉬 없이 많이 흔들렸다.)
잠을 못잔 까닭에 시간이 흐를수록 몸은 더욱 쉽게 지쳐 쉬는시간이 늘어나고, 신발에 원인이 되어 발이 아픈건지 아니면 어깨부터 내려오는 통증이 허리를 거쳐 발까지 적응하는 단계인지 이젠 허리는 괜찮아 지는데 발이 심하게 아프다. 한걸음 한걸음 내 딛기가 힘들다. 아침나절 길 가의 의자에서 몇번 보았던 순례객이 지나가기에 인사를 하니 영어 하느냐고 하면서 말동무가 되어준다. 31살 6년간 직장생활하고 캐나다에 영어공부하러 다녀온 시코쿠가 집인 친구이다. 무었때문에 왔느냐 묻기에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순례객처럼 31살에는 세상이 참 쉬어 보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어렵고 힘들다. 어느덧 40중반을 넘어가는 내 나이와 내지금 내상황이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로 쉽게 정리가 되질 않는다.
새벽 미명에 동이 터오는 해안가
계속 이어지는 해안가 도로(태풍영향으로 구름과 파도가 높다)
오늘부터 고치현을 벗어날때 까지는 계속 해안도로를 걷는 일정이다. 처음바라보는 바다는 아름답고 시원했는데 높은 습기와 함께 계속되는 비슷한 풍경이 지루하다. 곶을 돌면 또 곶이 보이고 야쿠오지를 출발하여 다음절까지 75킬로미터의 거리. 중간에 절이 없이 이렇게 긴거리를 처음 접하는 일정에다가 피곤하고 잠을 제대로 못잔것이 겹쳐서 기운이 쭉 빠진다. 태풍예보가 겹쳐서 인지 파도가 높게 인다. 배고프면 먹고싶고. 힘들면 쉬려고 하는 것이 분명 삶에 대한 본증적 욕구가 내몸속 깊은곳에서 강하게 일어나니 그것에 정신까지 강하게 다시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새벽 4시부터 라면하나와 오니기리 한개 두유 1리터. 빵두개. 그렇게 해안가 마을을 지나 점심시간을 넘기고 도착한 곳에 슈퍼가 하나 있다. 드디어 쉴곳을 찾은 듯 하다. 오후 한시가 넘어 찾은 슈퍼에 들어가서 보니 진열대에가쯔오 다다끼가 싼값에 놓여져 있다. 덥석 하나를 집어 들고, 도시락도 하나 집어 들었다. 고치특산이라는 말이 역시 명불허전이다. 저렴한 가격에 맛도 있다. 그렇게 도시락을 슈퍼앞에 앉아서 먹고 있자니 몸이 늘어지는 것을 느낀다. 새벽 미명부터 걸으면서 어두운 새벽 시간 골목에서 움직이는 사람들과 새어나오는 불빛들을 바라보며 휴식을 위한 고요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새로운 시간 임을 느끼고, 미명에 동이 터오는 바닷가의 높은 파도를 보며 힘들 얻었다. 이제 한시간 남짓이면 오늘 일정을 미무리 하려고 한다.
그동안 사용한 비용을 대강 계산하니 12일동안 약 4만엔 정도를 먹고 자고 생활하는데 지출을 했다. 내일부터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는 계속 숙소를 이용하려고 한다. 오늘은 식사까지 다 포함하는 숙소를 예약을 햇다. 예상했던 3일노숙 1일 숙소 일정이다.
태풍이 지금 내가 있는 곳에 상륙 한다는데 태풍이 지나갈때 까지는 노숙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젠콘야도가 없으면 숙소를 들어가야 겠다. 스도마리로 묵고 식사비용 줄여서 하루 5천엔 선에서만 밎춰도 크게 무리가는 금액은 아닐듯 하다. 태풍 예보가 심상치 않다. 내일과 모레가 제일 문제일듯 한데 계속 해안도로 일정이다. 걱정이다.
저녁시간에 식당엘 내려가니 몇몇분이 계신다. 한국에서 와서 노숙하며 걷고 있다고 하니 다들 격려를 해주시며, 사케를 한잔 사주려고 하시기에 못마신다고 하니 아쉬움을 표현하신다. 식사를 하며 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들리는 단어 위주로 몇마디씩 알아 들으며 대화를 나누어 본다. 그리고 태풍에 대한 얘기를 물어 보니 일기예보를 확인해 주시며, 노숙이 쉽지 않을거라 걱정 해 주시기에 내일 묵을 숙소예약을 부탁하니 민박집 주인아저씨가 친절하게 전화로 예약을 다 해주신다.
식당에 보니 노트북이 있기에 물어보니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여 리셋된 에그를 다시 셋팅할 수 있었다. 이제 신호만 잡히면 네트워크를 좀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저녁하늘을 바라보니 먹구름이 잔뜩 기어있고, 창밖으로 어스름하게 보이는 바다의 파도는 더욱 높아진것 같다. 태풍에 별 영향없이 무사하길 기원하며 하루를 마감한다.